지난해 서울의 한 고교에서 수능시험을 치르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경북 포항의 지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일정 등 대학 입시 일정이 늦춰지자, 교육 분야 여러 전문가는 “수험생 안전과 형평성 유지 등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는 16일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곳이 특정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여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학생의 안전을 생각해 수능 연기를 결정한 정부의 조처는 바람직했다”며 “상대적으로 소수라 하더라도 이들이 겪는 공포를 무시한 채 수능을 강행했다면 더 큰 문제가 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교육부 등 정부의 후속 조처와 별도로 대학별 고사를 실시하는 각 대학도 수능 연기에 따른 시험 관리에 좀더 유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평론가는 “각 대학이 논술 등 대학별 고사를 자체적으로 출제하고 관리하는데, 수능 연기로 자칫 문제 유출 등 사고가 빚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수험생 패닉’ 등 지나치게 자극적인 표현으로 혼란을 강조하는 듯한 일부 언론에 대해 “수험생한테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하는 견해도 있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수능 연기에 관한 정부의 결정이 바람직한 조처였던 만큼, 학생·학부모가 지금 상황을 잘 추스를 수 있도록 언론 스스로 ‘수험생 대혼란’ 등의 표현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과 이찬승 대표 등은 이번 기회에 ‘시험 한번 미뤘다고 나라 전체가 흔들리는 수능 체제’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찬승 대표는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점은 획일적인 국가수준의 시험을 한 날 한 시에 모든 사람이 본다는 수능 제도가 21세기에 맞는지 사회적 고찰이 필요하다”며 “비행기를 못 뜨게 하고, 출근 시간을 늦추고 온갖 나라 시스템을 마비시키면서 치르는 수능 제도가 과연 오늘날 현실에 맞는가”라고 지적했다. 수능을 두 번 치를 수 있는 일부 다른 나라들처럼 위험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평가 방식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일회성으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는 시험이 이대로 괜찮은지 우리나라의 수능 담론을 한 차원 끌어 올려야한다”고 말했다.
안상진 부소장은 “한 번의 큰 시험으로 모든 걸 좌우하는 시스템은 과하다. 수능이 국가적 행사처럼 되어서 아이들 힘들고 전 국가적으로 부담이 된다”며 “수능을 기점으로 교육과정이 파행 운영되는 등 본질적으로 수능의 시기 등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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