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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과학고 알지만 과학중점학교는 깜깜

등록 2017-10-09 20:04수정 2017-10-09 20:10

교육부가 특수목적고등학교(이하 특목고)에 부여했던 우선선발권을 없앤다면 상위권 중학생들의 셈법은 복잡해질 것이다. 외고·국제고·자사고에 지원했다 떨어져 원하지 않는 일반고로 진학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고 내에서 대학 진학률이 높다고 알려진 과학중점학교(이하 과중)에 학생들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 과중은 과학고등학교·과학영재학교에 비해 정보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변경 가능성이 있는 고입의 합리적 선택을 위해서 과중은 놓쳐서는 안 될 핵심 정보다.

과중은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계 고등학교 중에서 과학·수학 교육과정을 특성화한 학교다. 일반고의 수학·과학 이수비율은 전체 교과 이수 단위의 30% 안팎이지만, 과중은 45% 이상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과고에서 이수하는 수학·과학 이수비율인 60%보다는 낮지만, 일반고 학생들보다는 수학·과학 관련 교과를 이수할 기회가 많은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과학 여덟 과목(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Ⅰ·Ⅱ)을 모두 배운다. 또한 심화 과목과 특별 교과(과학 교양, 과학 융합)를 이수함으로써 다방면으로 과학적 소양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과정이 구성되어 있다.

현장 진로진학 담당 교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중 출신 학생에 대한 대학의 시선도 긍정적인 편이다. 2017학년도 수능에서 물리Ⅱ 응시자가 2902명에 불과한 현실에서 이 학교 출신 학생은 Ⅱ과목 네 과목을 모두 배우고, 수학·과학의 다양한 학습 경험을 쌓기 때문이다. 과학 전 영역에 대한 균형 잡힌 학습과 심화 과목의 이수, 다양한 수학·과학 관련 체험 활동, 연구활동 진행 경험, 이공계열 진로 탐색 기회 등 차별화된 교육과정 전반이 학생들의 과학 역량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내신에서의 상대적 불리함은 과중 진학을 피하는 문제를 일으키며, 과정 이수를 중도 포기하거나 관련 활동에 참여 동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데 교사와 학생 대다수가 동의하는 분위기다. 수학·과학 관련 다양한 활동과 내신 관리를 병행하는 데서 나타나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과중 운영을 통해 미래 과학기술인재를 길러내는 데 시비를 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 현재 과중은 시설투자, 과학실 정비 등 예산 투자를 미리 해둔 상황이라 내용적으로 부실하게 운영하더라도 재심사 탈락률이 낮다. 교육부 차원에서 교육과정 등 내실을 점검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둘째, 특성화고가 있는데 마이스터고를 만들어서 옥상옥으로 만든 것처럼 과중이 일반고의 옥상옥이 되고 있다. 셋째, 과중을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처럼 동시선발에서 제외한다면 부작용이 클 것이다. 한편 정부가 외고·국제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한 뒤 외국어 분야의 과중처럼 외국어중점학교 등을 특성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봤으면 한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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