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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작은 학교? 경쟁은 적고 혜택은 많은 ‘단란한 학교’랍니다

등록 2017-07-25 10:29수정 2017-07-25 10:37

[함께하는 교육] 작지만 알찬 소규모 학교
통폐합 대상 오른 소규모 학교들
"효율성 떨어져" 교육부 주장과 달리
'작은' 특장점 살려 주목받는 곳 많아
4시까지 무료 방과후교실로 돌봄 해결
바이올린·첼로 등 특화수업 진행 활발
전교생 전체회의 등 문화 구축하기도

17일 강원도 춘천 조양초 방과후학교 시간에 학생들이 첼로를 배우고 있다. 최화진 기자
17일 강원도 춘천 조양초 방과후학교 시간에 학생들이 첼로를 배우고 있다. 최화진 기자

이 주의 교육노트

학령인구 줄면서 ‘작은학교 통폐합’ 주목거리죠.
경제 아닌 교육 관점으로 보면 장점도 보입니다.
‘조금 느린 친구’도 살펴봐 줄 수 있는 문화.
맞춤형·개별화 수업 진행 가능한 교실.
인구절벽 시대, 학생 수 감소는 모두의 고민이죠.
작은학교가 미래 내다볼 실험 될 수도 있습니다.

아침 8시20분. 강원도 춘천시 학곡리 원창고개 아래로 학생들이 모인다. 시내 사는 학생은 부모가 데려다준다. 매일 아침 스쿨버스로 다 같이 등교한다. 조양리와 장항리(홍천군)에서도 스쿨버스가 학생들을 태우고 온다.

정규 수업이 끝난 오후 2시. 학생들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1인 2악기’를 권장하며 오케스트라 운영이 활발한 덕분에 첼로, 바이올린, 클라리넷 등 악기를 배우는 아이가 많다. 방과후학교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은 무학년제로 동아리 및 특별 활동을 한다.

춘천 조양초는 춘천시 외곽에 있는 농촌학교로 전체 학생 수가 70명이 채 안 되는 소규모 학교다. 인근 5개 학교를 통폐합해 총 16개 리의 광대한 학구를 가지고 있다. 통학버스로 1시간 정도 걸려 등하교하는 학생들도 있다.

조양초 학생들이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춘천 조양초 제공
조양초 학생들이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춘천 조양초 제공
춘천 조양초, ‘무료 돌봄’으로 학부모 입소문

학령기 인구가 줄면서 적정 인원에 못 미치는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는 정책도 나왔다. 통폐합 기준을 보면 면·도서·벽지는 전체 학생 수 60명, 읍 지역은 초등학교 120명, 중고등학교 180명, 도시 지역은 초등학교 240명, 중고등학교 300명 이하다. 현재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가 각각 경북은 367개, 전남은 363개, 강원은 269개나 된다.

조양초도 통폐합 대상 학교였지만 5년 전부터 ‘작은학교 희망만들기’ 사업을 진행해 지금은 학생 수가 40% 이상 늘었다. 특히 시내에서 새로 유입된 학생이 많았다. 다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오후 4시 반까지 운영한 덕분이다.

전교생이 다 같이 스쿨버스를 이용해 등하교해야 하므로 그 시간까지 학교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거의 무료로 제공한다. 보통 수익자 부담으로 학생이 돈을 내고 원하는 시간만 방과후학교 활동을 하는 여느 학교와는 다르다.

강성종 교사는 “초등학생은 하교 이후 돌봄이 필요한 시기다. 맞벌이 부부는 퇴근 시간 무렵까지 자녀를 학교에 안전하게 맡길 수 있으니 거리가 멀어도 아이를 보낸다”고 했다. 실제 방과후 아이의 돌봄 문제는 초등학생을 둔 대부분의 맞벌이 부부의 고민이기도 하다. 직접 아이를 보살필 수 없는 경우 사교육에 의존해야 하는데 학원 알아보는 것부터 다른 학원으로 이동할 때의 픽업 문제까지 하나하나 걸리는 게 많다. 이를 학교에서 해결해주니 믿을 수 있고 비용 부담도 덜 수 있는 셈이다.

교사들은 “따로 홍보를 안 해도 학부모가 동네 이웃한테 자랑해 다른 학부모들이 학교를 방문해 둘러보기도 하고 알아서 찾아온다. 학부모들은 단순히 돌봄이 해결된다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특히 고학년이 되면 상급 학교 진학을 생각해 경쟁력 있는 교육을 원한다”고 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정규 교육과정은 물론 특색 있는 교육이 활발히 이뤄지는가도 중요하다. 조양초는 방과후학교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을 대상으로 골프나 과학교실, 영어 동아리, 독서 프로그램 등 별도 활동을 한다. 방학 때는 승마나 스키뿐 아니라 기초학습, 음악, 체육 캠프도 진행한다. 비용은 모두 무료다.

학생 수가 적으니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 눈여겨보면서 보살피는 것도 장점이다. 산만하거나 큰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배움이 느리거나 천천히 가는 아이들’이 이 학교에 오는 이유다. 두 자녀를 이 학교에 보냈던 김희경 교무행정사는 “주의가 산만하다는 아이가 전학을 왔는데 여기서 지내면서 안정감을 찾고 편안하게 생활하는 것을 봤다”며 “우리 아이도 자연을 좋아해 시골학교를 보냈다. 큰 학교에 비해 수가 적으니 경쟁은 덜하고 돌아가는 혜택은 더 많다”고 했다.

교육부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 근거로 학년을 합쳐서 운영하고 순회교사 배치 문제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통학의 어려움과 지역사회의 기능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이들의 등하교 안전이나 학습권 보장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 공동체가 함께 무너진다는 것. 정승훈 교감은 “내가 과거에 다녔던 학교가 사라진 뒤 그 동네도 황폐해져 지금은 그냥 지나치는 길이 됐다. 젊은층이 시골에 살고 싶어도 학교가 없으면 정착해 지낼 수 없다”고 했다.

전남 나주 노안남초는 특색교육 사업으로 학교에서 자전거를 마련해 전교생과 희망 학부모들이 자전거 하이킹을 떠났다. 노안남초 제공
전남 나주 노안남초는 특색교육 사업으로 학교에서 자전거를 마련해 전교생과 희망 학부모들이 자전거 하이킹을 떠났다. 노안남초 제공
나주 노안남초, 구성원들 소모임 꾸려 활동

흔히 작은 학교라고 하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학생 간 상호작용이 어려워 질 높은 교육을 받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전남 나주 노안남초 사례는 이런 선입견을 무색하게 한다.

이 학교는 교사, 학부모, 학생이 각각 ‘노리터’(노안남초의 이야기가 있는 터전) 활동을 한다. 교사들은 전문학습공동체를 만들어 수업 혁신과 교육과정을 함께 연구한다.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활동을 더 해볼까 궁리하는 모임이다.

학생들은 월 1회 다 같이 회의를 연다. 학생 수가 적다 보니 학급회의가 아니라 전교생이 모여 전체회의를 하는 것이다. 텃밭부, 생활부 등 기능부서별로 협의도 하고 생일파티도 직접 연다. 학교 규칙을 정해 모니터링한 결과도 발표하고 상을 만들어 수여하기도 한다.

임은영 교감은 “보통 1, 2학년은 학급회의를 해도 집중을 잘 안 하는데 다 같이 하니까 선배들의 회의 참여 태도나 발표 내용을 보고 배운다. 분위기가 흐트러지면 옆에서 고학년 선배들이 잡아주기도 한다”며 “기능부서도 학년을 섞어 활동하니까 모두 친하게 지내고 저절로 생활지도가 된다”고 했다.

학부모 노리터는 록 밴드, 리딩 푸드(동화책 안에 나오는 내용을 가지고 간단한 요리를 하는 것) 등 하고 싶은 활동을 직접 꾸린다. 아는 내용을 가르쳐주고 육아나 교육에 대한 고민을 상담하며 서로 친밀해졌다. 방학 때 진행하는 계절학교에서는 협력해 직접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학교 쪽은 “학부모들이 학교 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니까 무조건 평가만 하려 들기보다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찾아서 협조하려고 한다. 교사도 학생과 학부모의 긍정적 반응이 촉진돼서 더 좋은 수업을 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방학 때 전체 교사가 인근 지역 학부모 대상 신설 학교 설명회를 찾는 등 학교 홍보에도 발 벗고 나섰다. 이 결과 올해만 학생이 20명 늘었다. 스쿨버스 승차 인원이 차서 현재 대기자만 10명이 넘는다. 30명 안팎이던 전교생이 현재 52명으로 늘어 이 추세라면 내년에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임 교감은 “해마다 교육부에서 학부모 대상으로 통폐합과 관련한 수요조사를 한다. 우리 학부모들은 거의 다 반대했다. 학교별·지역별로 학교가 존재해야 할 가치를 정확히 평가해서 문 닫을 곳은 닫고, 아닌 곳은 남겨야 한다. 지역적 특성이나 교육 내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적용하는 건 문제”라고 했다.

“소규모 학교로도 알차게 운영하며 나름의 문화가 자리 잡았는데 작은 학교가 가진 장점을 무시하고 ‘60명 이하니까 문 닫으라’ 하면 그곳에서 나오는 교육 효과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다.”

강성종 교사도 “방과후학교 운영비를 따져보니 학생 1인당 1년에 10만원꼴로 든다. 다른 곳에서 10만원 갖고 이렇게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없다. 학교 현장에 경제적 논리를 적용하려면 이런 식으로 교육의 내용과 질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단순 학생 수나 운영비 절감만을 놓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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