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후 교사의 진로·진학 마중물
올해부터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독서활동에는 읽은 책의 제목과 저자만 적고, 소논문은 사교육 개입 없이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수행한 과제 연구만 적어야 한다. 연구 과제명, 참가 인원, 소요 시간만 기록할 수 있다. 방과후학교 활동 내용은 강좌명(주요 내용)과 이수 시간만을 적어야 한다. 지난해부터 교내상은 학생부 수상 경력에만 적고, 다른 항목에는 적을 수 없다. 이렇듯 학생부에 쓸 수 있는 내용이 제한되면서 상대적으로 ‘동아리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동아리 활동 영역 평가는 자기 평가, 학생 상호 평가, 교사 관찰, 포트폴리오 평가 등으로 이루어진다. 교사는 학생의 참여도, 협력도, 열성도, 특별한 활동실적 등을 구체적으로 ‘특기사항’ 칸에 입력해야 한다. 학교교육계획에 따라 이루어지는 학생의 ‘자율 동아리 활동’은 동아리활동 이수 시간에는 포함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아리 활동 ‘특기사항’에 활동 내용과 활동 특기사항을 입력할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수시모집의 핵심 전형이 되면서 학교마다 동아리 활동이 다양해진다. 최근에는 항공, 간호, 생명과학 등 전공과 관련된 자율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무리하게 자율 동아리에 많이 가입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양보다는 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정규 동아리를 보완할 수 있는 자율 동아리 하나 정도가 적당하다. 기재 가능한 특기사항 글자 수가 500자로 줄었기 때문에 전공적합성에 맞는 동아리를 잘 선택해 집중하는 게 현명한 전략이다.
학교마다 동아리 활동에 집중하다 보니 전국의 고등학교 동아리 내용이 비슷해졌다. 따라서 동아리 활동의 결과물, 역할, 기여도가 분명히 제시되지 않으면 변별력이 없다.
3학년 때도 동아리 활동은 하는 것이 좋다. 활동을 평가할 때 지속성, 진정성, 우수성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특기사항이 500자로 줄었기 때문에 동아리 담당 교사들은 정규 동아리와 자율 동아리 특기사항을 적절히 배분해 쓰는 게 좋다.
또한 동아리는 전공과 관련이 있으면 좋다. 이공계 전공의 경우 전공적합성에 맞는 동아리를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교과공부 동아리를 추천하고 싶다. 예를 들어 학교 사정상 ‘물리Ⅱ’ 과목이 개설되지 않았다면 스터디 동아리를 만들면 된다. 이런 활동이 학생답게 보이기도 하고, 실제 학업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 내용은 자기소개서 1번, 2번, 4번 등에도 적을 수 있다.
동아리는 팀활동이기 때문에 팀원들과 함께하는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 단체생활을 통해 문제해결력, 의사소통능력, 협업능력, 리더십, 팔로어십을 얼마나 배웠고 성장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동아리만 준비하면 학종을 다 한 거로 착각한다. 동아리만 잘해서는 대학에 갈 수 없다. 동아리를 열심히 해서 전공적합성을 높였다면 교과 성적에도 신경 써서 학업역량을 향상시켜야 한다.
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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