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후 교사의 진로·진학 마중물
교육부가 지난해 12월30일, 2019년부터 초등학교 5, 6학년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기로 기준을 발표했다. 학습에 도움이 되는 기본 한자 300자를 선별하고, 국어 외 교과서에서 단원의 주요 학습 용어에 한해 집필진과 심의회가 용어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300자 내에서 한자와 음·뜻을 표기할 수 있도록 했다. 교과서에 표기된 한자는 암기하게 하거나 평가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을 교사용 지도서에 명시하기로 했다. 교육계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년 뒤 초등 고학년으로 진학할 저학년 학부모들한테도 뜨거운 감자다. 초등 고학년은 말할 것도 없이 중·고등학교에 진학해도 어휘력을 바탕으로 하는 읽기 능력은 학업 성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논쟁의 핵심은 사교육 유발효과다. 한글학회 등은 초등학생의 학습 부담을 가중하며, 사교육 유발효과가 크다고 반대하고 있다. 반면, 교육부는 그동안 초등학교 98%(약 5800곳)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한자 수업을 하고 있고, 학부모들도 방과후학교, 학습지 등을 통해 한자 교육을 이미 하고 있기 때문에 사교육 부작용은 적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자 병기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반대 쪽은 한자 병기가 학생들의 읽기 능력과 어휘력 향상에 도움을 주지 못하며 오히려 학습 부담만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굳이 초등학교 때부터 한자 병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고등학교 한문 교육 개선을 통해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찬성 쪽은 우리말 어휘가 한자어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어휘력과 조어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한자 단독 표기도 아니고 병기여서 5, 6학년들에게는 학습 부담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한글 단체들은 한글 전용 교과서였던 초등 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하는 것은 한글 전용 문자정책을 훼손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중학교 교육과정 한자를 포함한다면 선행학습규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교육부는 이번 원칙은 한자·음훈을 모두 제시해야 한자를 모르는 학습자도 학습 용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정책연구 결과에 따른 것으로, 한자 혼용과 명백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찬성 쪽은 우리말을 한글로만 규정짓지 말고 한자어까지 확장해 공부해야 어휘력이 향상된다는 입장이다.
의견수렴 과정도 짚어봐야 한다. 교육부는 정책연구를 통해 2016년 말까지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므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가의 중차대한 어문정책을 국민적 합의와 연구 없이 밀어붙이기 식의 교육부 방침에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 현재 초등 국어교육의 읽기 학습을 보완하는 연구를 해야지 한자를 몇 자 더 안다고 초등학생들의 읽기 능력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와 관련해 반대 쪽에서는 철회 이야기까지 나오는 등 찬반 논란이 뜨거운 상황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사안은 아이들 읽기 능력, 상급 학년 진학 시 학업 성취 등과 관련한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학부모 입장에서도 관심을 기울여서 봐야 한다.
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 문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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