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 교육감(왼쪽 첫번째) 등 10명의 전국시도교육감들이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의 누리과정 공약에 대한 중앙정부의 보육·교육대란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올해 들어 누리과정 예산(만3~5살 무상보육)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카드사가 대납한 보육료가 지난 6월까지 263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카드사 간 계약 내용에는 대납액 지급 주체로 교육청이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명시돼 있어 추후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입수한 ‘시·도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대납 현황’ 자료를 보면, 8개 시·도에서 모두 2637억원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를 카드사가 대납하고 있는 상태다. 시·도 별로는 경기도(1211억원)가 카드사 대납액이 가장 많았고, 인천(377억원), 전북(242억원), 서울(228억원), 강원(217억원), 광주(209억원), 전남(102억원), 경남(2억원) 순이었다. 김 의원은 “올해 들어 6월까지만 집계한 게 2637억원으로, 7월·8월까지 합하면 대납액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를 대납하게 된 것은 독특한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 지원 체계 때문이다. 유치원은 교육청으로부터 누리과정 교육비를 해당 달에 바로 지급받지만, 어린이집은 중간에 카드사를 끼고 보육료 지원이 이뤄진다. 학부모들이 아이행복카드를 통해 먼저 보육료를 결제하면, 카드사가 우선 결제된 보육료를 어린이집에 선지급한 뒤 지자체가 (교육청에서 돈을 받아) 한달 뒤에 이를 갚는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가 어린이집에 선지급하고도 지자체로부터 못받은 금액이 2637억원에 이른다는 얘기다. 사실상의 연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최근 하반기 미편성된 시·도 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액수를 토대로 누리과정 예산 부족액이 1조1000억원 규모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카드사 대납액 2637억원을 합하면 실제 누리과정 예산 부족액은 1조4000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카드사가 체결한 계약 내용 어디에도 대납액을 지급할 주체로 교육청을 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KB카드컨소시엄과 맺은 계약서를 보면 ‘대금의 정산’ 항목에서 “발주처(교육부, 보건복지부)는 지자체로 하여금 보육료 예탁금을 매월 지정된 계좌에 입금하도록 관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의원은 “대금 정산의 주체에서 교육청은 배제돼 있는 상황으로 교육청의 직접적인 의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카드사 역시 교육청을 상대로 카드대금을 청구할 수 없다”며 “교육부는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지는 문제가 법적으로 해결됐다고 말하지만, 정작 중요한 보육료 지원 체계를 보면 법적 강제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증가한 교부금(1조9000억원)으로 누리과정 예산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교육청이 부채상환 등에 추가 교부금을 사용하면 2637억원의 대납액은 그대로 남게 된다”며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부족액을 중앙정부 예산으로 편성해 누리과정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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