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기교육 둘러싼 오해
황지영 교사(광주 제석초)는 지난해 6학년 학생들과 ‘메르스’를 주제로 계기교육을 했다. 수업 전 ‘학급 밴드’에 당시 뜨거운 이슈였던 ‘최저임금’, ‘일본 하시마섬’ 등 몇 가지 주제를 올렸다. 학생들은 실생활에 가장 밀접하다는 이유로 ‘메르스’를 주제로 정했다. “주제가 무거울 수 있지만 메르스 예방법을 스케치북에 써서 캠페인을 벌인다거나 보건복지부 장관, 시민, 의사 등이 나와서 각자 할 수 있는 대처법에 대해 토론하는 역할극을 했다.”
학생들이 주도해 주제를 선정하고, 활동 내용을 정한 뒤 스스로 문제해결법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황 교사는 국어시간에 역할극 대본쓰기, 도덕시간에 캠페인 활동 등을 가르치며 ‘교과연계수업’으로 진행했다.
보통 계기교육이라 하면,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만이 그 주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또 교사가 일방적으로 특정 주제를 정하고, 학생들에게 한쪽으로 치우친 시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오해도 있다. 교사 입장에서는 품을 들여서 따로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 부담스러워하는 일도 많다.
황 교사는 수업시간 외에도 밴드를 적극 활용해 계기교육을 하며 학생들과 소통한다. 가령, 한글날에는 순우리말을 찾아 짧은 글짓기를 하고 밴드에 올리게 했다. “추석에는 계기교육을 따로 하기보다 아이들이 했던 일을 사진과 글로 남기는 과제를 내줬다. 선산 제각을 청소하는 모습, 차례상 사진, 시골 할머니집 풍경, 자신이 만난 친척 이름과 가족관계 등 아이들은 다양한 사진과 글을 남겼다.” 이는 각자 자유롭게 명절의 풍경을 올리면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추석을 지내는지 접하는 계기교육이다.
그는 “교과서를 배우는 게 교육과정의 전부는 아니다. 어떤 큰 목표를 두고 가르치는 가운데 교과서는 하나의 도구”라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거나 역사적으로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교과서라는 틀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교사의 일방적인 사상이 들어가도 안 되지만 현실을 외면하는 것도 바람직한 건 아니다. 교과와 접목해 생활 속 주제를 다루면 아이들이 피부로 느끼고 실질적인 내용을 좀 더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숭문중 신경준 교사도 “‘쓰레기 버리지 마라’, ‘아껴 써라’, ‘깨끗이 사용해라’ 등 교과서 속 정답만 가르치기보다 왜 그래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며 “아이들이 미래 어떻게 살 건지 고민하게 하는 데 계기교육을 활용해야 한다. 교과서가 놓치고 있는 우리 삶을, 특정 사건을 계기로 수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마을고 안성균 교장은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초·중·고 내내 정치사회적 현안을 두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수업을 한다. 우리는 이런 문제를 다루는 것에 너무 민감하다”며 “계기교육이라는 이름을 불순하게 생각하는 걸 지양해야 한다. 실제 넓은 의미로 보면 이런 교육 자체가 민주시민교육이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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