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후 교사의 진로·진학 마중물
새 학기 담임교사는 새로운 학생을 만나는 설렘도 크지만 산적한 업무에 스트레스도 많을 때다. 이 시기 담임교사는 다양한 학생들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전달사항을 나눠주고 다시 모으고 분석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 대한 정량적인 지식은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학교와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같은 개인적이고 특색 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 교사가 아무리 바쁘더라도 학기 초에는 최대한 많은 아이와 눈을 맞추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사회적으로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교육적 방임 논란까지 커지고 있어서 학기 초 학생들과의 진솔한 상담의 중요성이 더 피부에 와 닿는다.
새 학기 자신이 맡게 될 학급의 목표와 경영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한다면 주먹구구식 학급경영에서 탈피할 수 있다. 세부적인 학급규칙을 정하고 학급 1인 1역할과 학급행사, 체험활동, 학급회 조직 및 인화를 위한 활동계획 등에 대해 학기 단위, 1년 단위의 로드맵을 미리 작성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모든 학년 공통으로 학생의 인성 특성, 학업 특성, 진로 특성 그리고 친구관계와 가정 특이사항에 대한 기초 상담이 새 학년 원활한 학급운영을 위한 첫걸음이다. 이때 학생들이 작성할 ‘자기소개서’나 ‘기초조사서’ 항목을 꼼꼼히 만들 필요가 있다. 교육 관련 누리집에 본보기가 많이 올라와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요즘에는 구글 문서도구를 이용하여 학생 관련 자료를 손쉽게 취합할 수도 있다. 가정의 경제적 형편과 환경, 건강 상태, 좋아하는 과목과 부족한 과목, 흥미와 취미 그리고 장래희망, 장단점, 학원 및 과외 수강 현황, 교우관계, 고민거리, 담임선생님께 바라는 점 등을 꼼꼼히 기록하도록 안내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담임교사는 학습지도·생활지도는 물론 학생이 진로·진학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를 선택하거나 교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어야 한다. 특히, 학생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동아리를 추천하여 동아리 시간을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일이 없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택한 동아리에서의 활동계획에 대해 상담까지 한다면 금상첨화다. 이처럼 개별 상담을 통해 교내 프로그램과 교육과정을 안내해주면 1학년 때부터 학교생활을 내실 있게 준비할 수 있다.
학생들이 학급을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학급회를 구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부장도 반장선거처럼 부서별 공약과 활동계획을 발표한 뒤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것이 좋다. 학급회가 구성되면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실질적인 학급자치가 되도록 유도한다. 또한 조기등교 학생들을 위한 학급 프로그램을 학생들 스스로 기획해 보게 하는 것도 권하고 싶다. 아침 시간을 활용한 ‘튜터-튜티’ 활동이 효과적이다. 가르치는 학생도 배우는 학생도 교학상장(敎學相長)의 기쁨을 여럿이 함께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1학년의 경우 학교생활 적응 관련 상담을 먼저 해야 한다. 아울러 학교 프로그램과 교육과정에 대한 설명과 3년간의 로드맵에 대한 상담도 큰 도움이 된다. 커리어넷과 지역별 진로진학정보센터의 무료진로적성검사 결과 등을 참고하여, 계열 선택 확정을 위한 상담도 진행할 수 있다. 커리어넷은 회원가입 뒤 ‘진로심리검사-심리검사-직업 적성·가치관·성숙도·흥미 검사’ 순서로 직접 해보면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된다. 상담을 마친 뒤에는 학생들의 진로적성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직업과 계열 선택 및 학과 등에 대한 진로상담을 진행한다. 따라서 담임교사는 적성검사 결과 해석에 대한 연수를 사전에 받아 두는 것이 좋다. 학급운영과 학생상담에 대한 연수도 방학을 이용하여 한 번 이상 받아두면 큰 도움이 된다. 또한 2, 3학년의 경우 일반적인 상담보다는 학생들이 원하는 상담 내용을 받아서 실질적인 진로·진학상담으로 진행해야 한다. 담임교사들은 교육청이나 지역별 진로진학정보센터에서 주관하는 진로·진학 연수를 여러 개 미리 받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새 학기 담임교사는 정보 제공자이며 안내자일 뿐만 아니라 멘토 역할도 해야 해서 참 바쁘다. 그래도 학급이 단지 학습을 위해 인위적으로 모인 집단이 아니라 배움과 성장의 공동체라는 점은 잊지 말자. 전국의 담임선생님들 정신없이 바쁜 3월이지만 파이팅하세요!
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 문산고 교사
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 문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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