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보육대란을 해결하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내국세의 20.27%에서 25.27% 수준으로 늘리거나 국고 지원을 늘리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국회가 정신없는 총선 기간에 교부율을 인상하는 건 불가능하고, 국고 지원을 위한 예비비 지출은 대통령만 할 수 있습니다.”
수은주가 아직 영상으로 치고 올라오지 못한 4일 오전,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가운데 최연장자인 일흔두살의 이재정 교육감이 결국 또다시 청와대 앞에 섰다. 지난해 12월21일에 이어 두번째다. 이 교육감을 시작으로 2월말까지 대구·경북·울산을 제외한 14명의 교육감들이 누리과정(만 3~5살 무상보육) 예산 국고 지원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시위’에 나설 계획이다.
이 교육감은 이날 오전 8시부터 한시간 동안 ‘대통령님! 누리과정 공약은 대통령 책임입니다. 법률상 시·도교육청의 의무가 아닙니다. 대통령께서 긴급 국고 지원을 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추위를 견뎠다. 교육부와 국회를 아무리 설득해도 결국 박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으면 누리과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 교육감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법 개정과 재원 마련, 유보 통합 등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고, 바뀐 건 없지만 노력이라도 했다”며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아예 노력도 고민도 없는 절벽이고,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교육감들을 겁박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지난해보다 훨씬 강경해진 정부의 태도 뒤에 박 대통령의 ‘의지’가 있다고 본다. 대통령이 담화문 발표와 수석비서관회의 발언 등을 통해 잇따라 교육감들을 압박한 뒤 교육부와도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어졌다는 얘기다.
이 교육감은 “교육부는 2015년 예산안을 낼 때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2조3000억원을 제출했다가 기획재정부로부터 전액 삭감됐는데, 2016년 예산 때는 아예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았다”며 “이런 정황으로 보면 박 대통령이 처음부터 ‘누리과정 예산 지원 불가’ 뜻이 강했던 것 같지는 않고, 지속적으로 기재부의 보고를 받다 보니 생각이 바뀐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교육환경 개선 등에 대한 고려 없이 학령인구가 줄어드니 교육재정을 줄일 수 있다는 ‘단순 논리’를 펴고 있는데, 기재부 등이 청와대에 ‘잘못된 보고’를 올려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육감은 “기재부가 교육 문제를 좌우하면서부터 교육부가 무력해지고, 대통령도 기재부 논리에 의해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재정 전문가인 이영 교육부 차관 역시 사실상 기재부 쪽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한 청와대의 강경한 태도는 오히려 시·도별로 여건과 생각이 조금씩 달랐던 교육감들을 하나로 결속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 교육감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아니었는데 3일 누리과정 국고지원 촉구 성명서에 교육감 14명이 서명하고 10명이 자발적으로 기자회견에 참여했다”며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교육청들이 매년 4조원이나 되는 누리과정 예산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2012년 당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매년 8.8%씩 교부금이 증가하기 때문에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부담할 수 있다고 했는데, 2012년부터 5년간 고작 0.3%밖에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교부율이 물가상승률 만큼도 안 올랐고, 인건비 자연 상승분만 해도 지난 4년간 4조원에 가깝다”며 “이 상태에서 국고 지원 없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라는 얘긴 초·중·고 교육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기 때문에 교육감으로서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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