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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정부 ‘보육대란’ 해결커녕 갈등만 키운다

등록 2016-01-28 19:32수정 2016-01-28 22:33

누리과정(만 3~5살 무상교육) 예산 문제와 관련해 새누리당이 교육청을 비난하며 내건 펼침막(위쪽)과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정의당 펼침막이 2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미금역 네거리에 나란히 걸려 있다.  성남/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누리과정(만 3~5살 무상교육) 예산 문제와 관련해 새누리당이 교육청을 비난하며 내건 펼침막(위쪽)과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정의당 펼침막이 2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미금역 네거리에 나란히 걸려 있다. 성남/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뉴스분석] 꼬이는 누리과정 사태

① 거짓 선전 예산 배정도 않고 “다 내려보냈다” 펼침막 공세
② 대화 거부 교육감과 협상 않고 사회기구 제안 등 무시 일관
③ 강경 일변 교육청, 일부 양보 시사에도 “교육청 탓” 되풀이
“교육감님, 정부에서 보내준 누리과정 예산 어디에 쓰셨나요?”

새누리당은 지난 26일부터 서울·경기·광주·전북·강원 등 누리과정 에산이 미편성된 5개 지역에 이런 내용의 ‘정책펼침막’을 내걸었다. 펼침막은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 4조원을 모두 내려보냈는데 일부 교육감들이 이를 편성하지 않고 버틴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이는 정부 쪽의 일방적인 주장에 가깝다. 정부는 누리과정 시행 전부터 매년 편성돼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을 내려보냈을 뿐 별도의 누리과정 예산을 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 펼침막은 최근 누리과정 파동에서 정부·여당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 대화는 거부하고 일방적 주장으로 여론전에만 주력하는 태도의 결정판이다.

정부 여당이 교육청과의 협상의 여지를 원천봉쇄한 채 사실왜곡과 편가르기식 여론전으로 교육감들을 몰아붙이면서 누리과정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악화하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누리과정 예산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교육청, 국회,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마련하자고 여러차례 촉구했지만 정부 여당은 무시로 일관했다. 교육감협의회는 지난해 12월23일과 지난 6일, 12일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 면담 및 5자 긴급회의(기획재정부, 교육부, 여야 대표, 교육감협의회) 등을 제안한 바 있다.

그나마 지난 18일과 21일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육감들을 만난 게 처음이었다. 장휘국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광주교육감)은 28일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지난 18일 이 부총리한테 정부가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누리과정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만 약속해도 교육청들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장 교육감은 “교육부에서는 이에 대해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봐야 시끄럽기만 하니 교육부와 교육감들이 논의하자’고 했다”며 “하지만 바로 직후부터 대통령, 국무총리, 교육부 장차관이 잇따라 언론에 나와 사실을 왜곡해가며 교육감들을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박 대통령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발언은 누리과정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박 대통령은 “시·도교육청이 어린이와 학부모를 정치적 볼모로 이용하는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법 개정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교육감들을 자극했다. 애초 서울시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7일 두달치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의결할 계획이었으나, 대통령 발언 이후 “예산 편성 불가”로 기류가 바뀌었다. 김문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대통령이 사실 왜곡으로 여론을 호도하니 협상이나 문제 해결에 나설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 여당이 “누리과정은 재정논리로 풀어야 한다”면서도 스스로 이 사태를 정치 문제로 몰아가는 것도 문제다. 박 대통령은 13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교육청이 아이들을 상대로 정치적이고 비교육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현재 파동이 사실상 ‘진보 성향’ 교육감들 때문이라는 비난이다. 교육감협의회 쪽은 “실제 돈이 없어서 그러는 건데, 이를 정치적이라고 몰아가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맞섰다.

국무총리, 장관 등이 교육감들과는 만나지 않고 연일 어린이집·유치원을 방문하고 기자회견을 여는 것 역시 정부의 문제 해결 의지를 의심케 하는 행태다. 22일 황교안 국무총리와 이준식 부총리,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26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7일 이영 교육부 차관, 28일 황 부총리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방문해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정부 주장을 되풀이했다.

정부는 “누리과정은 2012년부터 교육교부금으로 추진하기로 했고, 당시 시·도교육감들도 찬성했던 사안”이라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정부는 2012년 1월18일 ‘3~5살로 누리과정 확대와 교부금 활용’을 발표했지만, 교육감들과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더구나 당시 정부는 교육교부금이 매년 3조원씩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후 교부금 증가율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정부 여당은 2012년 개정한 유아교육법령과 지난해 10월 개정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등을 근거로 누리과정 예산을 교부금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상위법인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영유아보육법 어디에도 어린이집을 교육기관으로 지정해 놓지 않아 이 역시 ‘법적 다툼’의 소지가 크다.

잘못된 세수 예측, 교육청과의 허술한 협의 과정 등을 거쳐 이루어졌고 법령도 미비한 정책 결정인 만큼, 정부가 교육감과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함에도 ‘원인 제공자’인 정부도, ‘정치적 타결’을 중재해야 할 여당도 교육청 및 야당과 머리를 맞댈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장휘국 교육감은 “지난 몇년간 교육감들이 아무리 해법을 찾아보자고 말을 걸어도 대꾸가 없던 정부가 요즘은 사실 왜곡이든 뭐든 반응이라도 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정윤 진명선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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