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저자가 담아낸 학교
지난달 ‘2015 전국 학생저자 책 축제’가 열렸다. 교육부가 지원하는 ‘책 쓰기 동아리’ 사업으로, 학생들이 일년 동안 창작한 책을 전시하고 공유하는 행사다. 축제에 전시된 210여개의 작품 가운데에는 하루 일과를 비롯해 교실에 있는 특정 사물에 대한 이야기 등 학교생활을 녹여낸 글도 눈에 띄었다.
‘민들레 5반의 학교생활’은 광주광역시 선창초 6학년 5반 아이들이 펴낸 책이다. 등교시간부터 수업, 쉬는 시간, 동아리 시간 등 하루 일과를 저마다 시나 소설로 표현했다. 이현민군은 ‘말이 안 나오는 등교시간’이란 시에서 ‘내가 오면 항상 지운이가 와있다./ 지운이는 항상 8시쯤 도착한다./ 이렇게 일찍 도착해서 뭐할까?/ (…)8시30분쯤 화랑이가 온다./ 롤 해서 맹한 모습으로 도착한다./ 이렇게 늦게 와서 뭐할까?(…)’라고 썼다. 결국 남학생들은 일찍 오나 늦게 오나 이야기보다 게임을 하거나 게임하는 친구들을 옆에서 구경한다는 내용이다. 아침 교실 풍경이 절로 그려진다. 학급규칙이나 체험학습, 시험기간에 관한 학생들의 소회를 담은 글도 있다.
부산 지산고 학생들이 쓴 ‘달콤쌉싸래한 교실 이야기’는 학생들의 애환이 깃든 교실의 사물 이야기를 담았다. 가령, 벽에 붙어 있는 거울이나 벽시계, 창문, 달력에 관한 글과 천장에 매달려 있는 형광등, 바닥에 놓인 걸레, 쓰레기통 등이 주제다. 특히 ‘교실에서 할수 있는 모든 일들’이라는 부제로 쓴 글들은 제목만 봐도 흥미롭다. ‘척하다-수업시간에 일어나는 일’, ‘몽상’, ‘보고 싶은, 그리운-방학보충’ 등 학생들의 생동감 있는 생활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1학년 서민수군은 거울을 주제로 ‘그 녀석’이라는 시를 썼다. ‘등교하고 양치질을 한다.(…)/ 내 눈앞 그 녀석이 나를 쳐다본다./ 나도 그 녀석을 쳐다본다/ 머리 위 금방이라도 새가 날아올 듯한 둥지/ 녀석, 너도 지각할 뻔했구나?/ 쉬는 시간 세수를 한다/ 아침에 만났던 그 녀석을 또 만났다/ 게슴츠레 뜬 눈/ 힘이 없는 눈빛/ 그 녀석이 맞다/ 나를 노려보더니 자기 뺨을 때린다/ 나도 뺨을 때리며 정신을 차린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통해 피곤하고 지친 고등학생의 일상을 그려냈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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