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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내가 다니는 학교, 가까이 보니 더 특별합니다

등록 2015-12-21 20:19수정 2015-12-22 10:17

지난 15일 서울 종암초등학교에서 김순희 교사와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역사의 벽’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종암초등학교에서 김순희 교사와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역사의 벽’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학교 제대로 알기 프로젝트
#문제 한때 ‘동양 최대의 국민학교’로 불린 적이 있으며 1986년에 방영했던 엠비시(MBC)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을 촬영한 학교는?

학생들은 자신이 다닌 학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보통 학교를 다니면서도 형식적으로 왔다 갔다 하다 졸업하기 일쑤다. 예전처럼 교가나 교목, 교화도 잘 모른다. 하루 동안 가장 길게 머무는 공간이지만 수업 받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바쁘다.

이런 가운데 학교에 애정을 갖고 공간을 직접 변신시키거나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특별한 환경을 활용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학교가 있다. 이 활동으로 학생들은 학교뿐 아니라 지역의 역사를 알고 애교심도 저절로 생겨났다.

긴 시간 학교서 생활하지만
학교 역사나 사연은 몰라
학생들 직접 자료조사 통해
숨은 역사 등 발굴, 벽에 전시

교내 이색식물 키우면서
학습 앱 만들어 수업에 활용
꽃 이름 맞히기 대회 열기도

교사·학생 함께 ‘역사의 벽’ 만들어

앞선 질문의 정답은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종암초등학교’다. 1922년에 개교한 이 학교는 얼마 전 학생과 교사가 함께 ‘역사의 벽’을 만들었다. 이전까지는 학생들 작품을 전시하던 공간이었다. 작품이 낡아지면 매번 교체하라는 학교 쪽의 지시에 교사들이 직접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이 ‘형식적인 보여주기식 공간’이 학교가 태어나 지금까지 자라온 이야기를 담은 곳으로 탈바꿈했다.

보통 학교 연혁은 연도별로 간략히 적어 복도에 걸어놓는다. 하지만 종암초 교사와 학생은 직접 학교 연대기 내용을 구성하고 벽에 전시했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1969년에 화재가 나서 학교 자료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명숙 교장은 “가정통신문을 보내 졸업생을 찾거나 인터넷에 학교 이름을 검색해 다른 지역에 사는 동문을 수소문했다. 그렇게 자료를 기부받고 필요한 사진자료는 교사들이 발벗고 나서서 구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 과정을 통해 4·19혁명 당시 희생된 이들 중 본교 졸업생이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교사들은 국립4·19민주묘지에 가서 학생 이름을 확인하고 묘비 사진을 찍어왔다. 학생들과 학교 근처의 성동역 터와 약령시장도 방문했다. 학생뿐 아니라 학교 근처에 살지 않는 교직원들도 학교의 역사에 대해 알아가면서 흥미로워했다. 학교 근처에 설렁탕의 유래가 된 ‘선농단’이나 예전 국가에서 아픈 국민들을 돌보던 ‘보제원’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학교 역사가 길다 보니 대한민국 역사가 한눈에 들어왔다. 역사의 벽에는 1920년대에서 현재까지 대한민국 역사의 주요 사건을 나열하고 아래쪽에 학교의 역사를 담아냈다. 가령, 일제 강점기에 학교 터를 강제 이전하게 됐다는 내용이나 6·25전쟁이 일어나 학업을 중단하고 교직원과 학생이 피난을 떠난 내용 등이다. 아이들은 자연스레 학교의 역사와 우리나라의 역사를 비교해가며 역사 공부를 하게 됐다.

대구 팔달초 신승헌 교사가 개발한 ‘우리 학교 식물도감’ 앱.
대구 팔달초 신승헌 교사가 개발한 ‘우리 학교 식물도감’ 앱.
이 작업은 서울시교육청의 ‘우리 학교 역사의 벽 함께 만들기’ 사업으로 진행했다. 학교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담은 전시공간을 학생 주도로 만드는 게 골자다. 신순성 교사는 처음에는 초등학생들이 유의미한 자료를 제시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좋은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냈다.

“보통은 위에서 지시하는 걸 따라가기 바쁜데 아이들과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학교 주변이나 부모, 친척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이 의미 있었다. 세대 간 문화가 전수되는 느낌도 들고 아이들이 역사와 학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아이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벽뿐 아니라 중간에 덩그러니 세워진 기둥도 변신시켰다. 건물과 건물을 이어주며 방치하던 기둥을 벽과 같은 오렌지색으로 칠하고 기둥을 둘러 의자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편히 쉬면서 벽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기둥 윗부분에 줄과 작은 집게를 달아 학교 행사나 각 반의 재미난 사진을 걸 수 있게 했다.

이명숙 교장은 “학생들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본인들이 스스로 참여해 논의한 내용이 말로 그치지 않고 실제 만들어지는 걸 보며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이 작업을 통해 아이들이 의견을 모아 협력하는 ‘집단지성’의 힘을 경험했다. 또한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나와의 소통을 통해 미래의 비전도 그려볼 수 있었다. 우리가 만든 역사의 벽을 아이들뿐 아니라 교직원이나 주민들도 함께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6학년 황한나양은 벽을 밝은색으로 하고 조명을 설치해 내용이 잘 보이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또 예전에 학생 수가 너무 많아서 근처의 홍파초등학교로 9학급을 옮겨야 했다는 내용도 조사해서 알아냈다. 황양은 “인터넷 검색도 하고 우리 학교를 졸업한 외가 친척에게 <호랑이 선생님>이란 드라마 촬영 이야기도 들었다”며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설문조사를 했을 때도 부모님들이 드라마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 활동으로 학생들이 학교에 애정이 생겼음은 물론 교과학습에도 도움을 받았다. 사회 교과서에 나온 4·19혁명도 알고 선농단, 보제원이 학교 근처에 있었다는 것도 제대로 알고 기억하게 됐기 때문이다. 황양은 “완성된 역사의 벽을 보니 자긍심이나 애교심이 생겼다”며 “4·19혁명 당시 우리 학생이 희생됐다는 걸 알게 됐고, 근처의 약령시장도 직접 방문해서 무엇을 파는지 알아보고 보제원을 통해 이 시장이 발달했다는 것도 배웠다”고 말했다.

“전에는 학교만 왔다 갔다 했는데 이번 기회에 학교나 지역에 대해 많이 알게 돼 뿌듯하다. 다른 학생들도 본인의 학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주민들에게 학교를 소개하는 활동도 하고 싶다.”

교내 식물 80여종 알아가는 재미 쏠쏠

대구 팔달초등학교 교정 이곳저곳에는 80여종의 나무와 꽃이 있다. 철쭉, 나팔꽃은 물론 다른 학교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파프리카와 배추, 백합 등도 있다. 학교에서는 교과서에 나오는 식물 위주로 심고 학생들이 직접 기를 수 있는 작물 텃밭까지 만들었다.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지난해 자신들의 학교 환경의 특장점을 앱 안에 담기 시작했다. 신승헌 교사가 ‘우리 학교 식물도감’이라는 학습 앱을 개발한 덕분이다. “5학년 과학교과의 식물 단원에 학교나 주변 식물을 관찰하고 미니책을 만드는 내용이 있었다. 이전에도 학생들과 진행해보니 다들 어려워하고 싫어했다.”

보통 식물도감을 만들려면 직접 식물을 관찰한 뒤 채취해 압화 작업을 하거나 세밀화를 그려야 한다. 아이들은 10가지 이상의 식물을 구해 도감을 가져와 이름 찾는 활동을 부담스러워했다. 신 교사는 “아이들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흥미를 갖고 쉽게 도감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앱을 처음 만들다보니 교재를 사고 인터넷 동영상을 뒤져 3개월간 공부했다”고 말했다.

이 앱은 식물의 사진을 찍은 뒤 모양과 색으로 해당 식물의 이름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국가생물종지식시스템에 링크를 걸어 이용할 수 있게 협조를 구했다. 검색 메뉴를 누르면 누리집으로 바로 연결이 되도록 한 시스템이다.

6학년 김혜연양은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식물 사진을 찍었다. 잎의 모양이 넓거나 좁은 정도, 줄기가 어떻게 나있는지 보고 앱으로 식물의 이름을 찾았다”고 말했다.

“사실 학교에 그렇게 많은 식물이 자라는지 몰랐다. 다 비슷하게 생기기도 했고 학교에 그렇게 많은 식물이 있다는 거 자체가 신기했다. 쥐똥나무도 알게 되고 교과서에 나온 봉선화를 직접 키워보기도 했다.”

팔달초는 환경교육의 일환으로 전교생 ‘1인1화분 가꾸기’와 학교에 있는 식물을 관찰해 이름을 맞히는 ‘식물 이름 바로 알기 대회’도 열고 있다. 학생들은 점심시간이나 과학시간을 이용해 식물을 직접 가꾸고 식물관찰기록장도 쓴다.

신 교사는 “앱을 이용해 수업한 뒤 아이들의 참여도가 높아졌다. 예전에는 식물을 캐 오거나 그려 오라고 하면 아이들이 시작도 전에 좌절을 해서 한 반에서 절반 이상도 제대로 안 했다”며 “스마트폰으로 도감을 만드니 80% 이상이 완성했다”고 말했다.

김양은 “올해 학교에서 배추랑 토마토를 직접 키웠다”며 “배추는 벌레를 많이 먹어서 거의 수확을 못했고 토마토는 친구들과 나눠 먹었다”고 했다.

“식물 가꾸는 데 관심이 없었는데 학교에서 다양한 식물을 접하면서 흥미가 생겨 집에서도 블루베리를 키워봤다. 물을 안 줘서 죽었다. 식물을 가꾸는 데 관심과 애정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신 교사는 “무조건 식물의 이름을 외우라는 것이 아니라 쌍떡잎 식물인지, 잎의 마주나기와 어긋나기, 수염뿌리인지 아닌지 등 주변 식물을 보면서 분류해보는 게 중요하다”며 “잡초라도 도감으로 찾아보면서 자신이 배운 걸 확인해볼 수 있다. 학교의 환경을 활용해 수업을 하고 대회를 하니, 식물은 물론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이 확실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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