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후 교사의 진로·진학 마중물
지난달 7일 강원외고를 시작으로 전국 31개 외국어고등학교 2016 입시가 시작되었다.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외고는 외국어 교육을 심도있게 받을 수 있고, 대입 실적이 좋아 상위권 중학생이 선호하는 고등학교다. 하지만 특목고, 자율고 등 전기 고등학교에 학생의 우선선발권을 부여하기 때문에 후기 고등학교인 일반고등학교 학력 저하의 주범으로 지목된 것도 사실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1~2015학년도 외고·과학고·영재고 진학현황’에 따르면, 외국어고의 5년간 동일 어문계열 진학자는 31.3%에 불과했다. 따라서 외고를 무턱대고 지원하기보다는 나에게 잘 맞는지, 허와 실은 없는지 잘 따져보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국어고는 광역단위로 모집하며, 전기에 선발한다. 단, 자신이 속한 광역시·도에 외국어고가 없는 경우에는 다른 지역 외국어고에 지원할 수 있다. 다른 전기학교와 동시에 지원할 수는 없으며, 합격자는 후기학교에 지원할 수 없다.
외국어고는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단계별 전형을 한다. 1단계에서는 영어 내신 성적과 출결(감점제)로 정원의 1.5~2배수를 선발하며, 2단계에서는 1단계 성적과 면접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영어 내신 성적은 중학교 2~3학년 4개 학기 성적을 합산하는데, 2학년은 성취평가제(A~E), 3학년은 석차 9등급제 성적을 반영한다. 2학년은 성취평가제, 즉 절대평가이므로 외고에 지원하는 학생 정도라면 대부분 A를 받았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때문에 상대평가인 3학년 영어 내신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 남은 2학기 기말고사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2등급이 한두 개 나오는 수험생은 반드시 학과별 경쟁률을 보고 지원해야 한다. 1단계를 통과하면 면접과 자기소개서에서 당락이 결정된다. 면접은 학생부 확인면접이며, 자기주도학습영역과 인성영역으로 나뉜다. 자기소개서는 1500자 이내로 작성하며, 본문에 영어 등 각종 인증시험 점수, 교내·외 각종 경시대회 입상 실적 기재 시 0점 처리된다.
외국어고의 장점은 영어와 제2외국어 위주로 교육과정이 편성되고, 외국어 전문교과를 80단위 이상 이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언어 감각이 있고 어학계열로 진로를 정한 학생에게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교육환경이다. 설립 취지대로 동일계로 진학만 한다면 어학계열 특기자전형으로 합격률도 높은 편이다. 또한 우수한 성적의 균질한 집단이기 때문에 경쟁 속에서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받는 학습 분위기가 형성된다.
반면, 비슷한 성적대의 학생이 몰려 있으므로 내신에 대한 경쟁과 스트레스가 심하다. 영어 내신만 우수해 입학한 학생은 자칫 내신 경쟁에서 낙오될 수 있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 외고라면 단체생활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이렇듯 자신이 생각한 것과 실제 외고의 현실이 다를 경우 부적응할 수도 있다. 또한 외고에 와서 이공계열과 의약계열로 진학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교육과정이 외국어 중심이고 전공어 수업 시수가 많아서 이과계열 수업을 전적으로 혼자 준비하거나 방과후 수업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어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편제되어 있기 때문에 이공계 학생들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진학하기도 어렵고, 우수한 학생들 속에서 교내 상을 수상하기도 녹록지 않다. 심화된 외국어 교육을 받고 이를 통해 대학을 진학하고 싶은 학생이 아니라면 외고는 정답이 아니다. 외고 문제의 해법은 간단하다. 외고 입학생이 특화된 외국어 교육을 받아 언어 인재로 성장하고, 전공적합성을 살려 어문계열로 대학을 진학하는 것이다.
이처럼 고교 입시가 대학 입시만큼 복잡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런데 고등학교 입시 상담은 사교육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학교 교사의 진학 분야 역량 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고입이라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대입 단추를 끼울 구멍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진학 없는 진로는 공허하고 진로 없는 진학은 맹목일 수 있다. 고입 관련 정보는 ‘고입정보포털’(www.hischool.go.kr)에서 찾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
끝으로, 수능이 목전인 전국의 수험생들에게 격려 한마디. “긴장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수능을 치르세요. 수능 대박 나길 기원합니다. 설령 수능 성적이 나빠도 지나치게 실망하지는 마세요. 수능이 인생의 결승점은 아니랍니다. 잊지 마세요. 노력하는 모든 인생은 훌륭합니다.”
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
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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