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후 교사의 진로·진학 마중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2016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수시모집에서 논술을 실시하는 대학은 28곳, 모집인원은 1만5349명으로 전체 모집인원의 4.2%이다. 전년 대비 1개교, 모집인원은 전년 대비 2068명 감소했다. 교육부의 논술고사 지양 정책에도 불구하고 논술고사를 폐지한 대학은 덕성여대 한 곳뿐이다. 올해 논술전형은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들이 모집인원을 소폭 축소하고 건국대, 광운대, 서울시립대, 서울과학기술대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한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서울지역 주요 15개 대학만을 놓고 논술전형을 실시하는 학교 통계를 내보면 약 29% 정도로 학생부종합전형 다음으로 많은 인원을 논술전형으로 선발한다.
서울대를 제외한 수도권의 주요 대학들이 올해도 논술고사를 대부분 실시한다. 그 이유를 대학 쪽에서 살펴보면, 먼저 쉬운 수능의 변별력 문제 때문에 대학들은 독자적으로 선발이 가능한 논술전형을 선호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서류심사와 면접을 주도할 전임 입학사정관의 부족 문제도 대학이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현실적인 이유다. 또한 자연계 논술은 수학과 과학 문항이 출제되기 때문에 변별력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인문계 논술도 교과서와 <교육방송>(EBS) 교재에서 출제한 이후로 제시문이 쉬워졌지만 논제를 어렵게 하고 문항수를 늘리는 등 변별력을 확보하고 있다. 대학의 추수지도와 종단연구에 따르면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고사를 치르고 입학한 학생들의 학업성취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논술전형은 주로 상위권 학생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전형이었으나 이제는 일반고 중위권 학생들도 관심을 기울여볼 만하다. 논술이 교과서와 교육방송 교재 등 고교 교육과정 수준에서 출제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단국대학교 2015학년도 논술고사 제시문은 고등학교 국어, 사회 교과서 등의 출판사와 페이지까지 그 출처를 밝히고 있다. 출제된 문제는 고사 시행 이후 바로 공지하고 문항 해설과 채점 기준도 이른 시일 내에 제공하고 있다. 논술 난이도와 관련해 고교 교사의 의견을 반영하고, 고교 교사의 논술 자문위원 위촉을 권장하는 등 고교교육 정상화에 대한 노력이 이어지면서 논술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지나치게 높았던 우선선발이 폐지되면서 논술전형은 일반고 학생들도 도전해볼 만한 전형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예를 들어 2016학년도 동국대 인문계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국어B, 수학A, 영어, 사(과)탐(1과목) 중 2개 영역 등급 합이 4 이내이다. 이는 일반고 학생들도 충분히 접근 가능한 수능 등급이다. 실제로 수능 이후에 논술을 실시하는 대학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학생들이 대거 발생하여 결시율이 높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매우 높은 의학계열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비율이 50%를 넘는 대학이 상당수다. 이 경우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한 학생이라면 논술의 실질 경쟁률이 감소하여 합격할 가능성이 커진다. 내신 공부를 착실히 하고, 수능 공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학생에게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뜻이다.
수시모집 논술전형은 내신과 수능 성적이 부족해 정시전형·학생부교과전형·학생부종합전형 등에 지원하기 어려운 일반고 학생들에게는 희망일 수 있다. 다만 일반고 학생들이 논술전형에서 합격을 하려면, 단위학교의 방과후 논술수업과 논술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야 하고, 논술 지도교사의 역량 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공교육이 주도하는 논술교육만이 논술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쉬워진 2015학년도 모의논술과 수시논술 기출문제를 풀어본 뒤 대학이 발간한 논술백서·가이드북을 통해 출제의도와 채점기준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밖에 인문계 논술은 영어와 수학이 출제되는 대학이 있고, 자연계 논술은 수학 또는 수학과 과학을 분리하여 단일교과형으로 출제하는 대학과 수학과 과학을 통합교과형으로 출제하는 대학이 있기 때문에 본인에게 유리한 두세 곳의 대학을 빨리 찾아서 집중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끝으로 ‘파부침선’(破釜沈船,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의 결연한 각오로 고3을 맞이할 예비수험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앞으로 1년은 생각보다 긴 기간이다. 조급하게 서둘지 말고 긴 호흡으로 생활하기를!
최승후 문산고 교사, 경기도진로진학지원센터 교사지원단
최승후 문산고 교사, 경기도진로진학지원센터 교사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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