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후 교사의 진로·진학 마중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16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입시에서는 전체 모집 인원의 66.7%인 24만3748명을 수시로 선발한다. 수능 변별력 문제, 2018학년도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 등으로 대학에서는 수시를 늘릴 수밖에 없어서 당분간 수시의 강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학생부 중심전형은 57.4%로 그 비중이 지난해보다 2.4%포인트 증가했다.
학생부 중심전형은 학생부 교과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나뉜다. ‘학생부 교과전형’은 교과 중심으로 평가하는 전형이고, 2007년부터 도입된 ‘학생부 종합전형’은 입학사정관 등이 참여해 학생부 비교과를 중심으로 교과 성적, 자기소개서·추천서·면접 등을 통해 학생을 종합 평가하는 전형으로 예전의 입학사정관 전형을 말한다. 수시모집 인원 가운데 학생부 교과전형으로 뽑는 인원은 올해 14만181명(38.4%)으로 전년도보다 0.3%포인트(5395명) 감소했다. 수시모집 인원 가운데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뽑는 인원은 6만7631명(18.5%)으로 전년도보다 2.8%포인트(8347명) 증가했다.
세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의 거짓말이다. 그만큼 통계에는 함정이 많다. 서울 지역 주요 15개 대학만을 놓고 학생부 중심전형을 실시하는 학교 통계를 내보면 학생부 교과전형은 대략 14.5%, 학생부 종합전형은 45.7%로 그 순위가 바뀌게 된다. 학생부 종합전형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려고 딱딱한 통계치를 나열해봤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두는 대학이 많지 않고, 내신 성적만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전형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실제로 내신 2.2등급 학생이 떨어지고 2.5등급 학생들이 합격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진로가 뚜렷하고 주도적으로 꾸준히 학교생활을 한 학생들은 다른 어떤 전형보다 학생부 종합전형이 유리하다. 특히 수시모집 지원 비율이 90%가 넘는 일반고 학생들에게는 이 전형을 바탕으로 진학 계획을 세우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물론 교과성적이 바탕이 되어야지 비교과만 우수한 학생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각자무치’(角者無齒, 뿔이 있는 짐승은 이빨이 없다)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재주나 복을 다 가질 수 없다는 뜻이다. 화려한 꽃들은 열매가 빈약하듯이 학생 개개인마다 재능과 끼는 다른 법인데, 학업성적이 높은 학생이 대학에서도 잘할 거라는 예언타당도는 맞지 않는다. 이는 대학들의 종단연구가 잘 뒷받침해 준다.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 대부분이 학점과 만족도가 높은 반면 전과·자퇴율은 낮다고 한다. 특히 교내활동에서 주도적인 리더십을 보인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수능이 결과 중심이라면 학생부 종합전형은 상대적으로 과정 중심이다. 그만큼 학생들이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뜻이다. 특히 전체 고등학교의 71.5%를 차지하는 일반고의 위기가 대두되는 현시점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은 더욱 중요해졌다. 아프리카 격언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학생부 중심전형은 ‘개인’의 역량도 평가하지만 ‘우리’에 더 큰 방점을 찍는다. 이 전형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또한 이 전형은 특히 인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바른 태도와 생활을 유도하는 효과가 커서 인성교육 강화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이런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지만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것도 사실이다. 첫째, 어떤 고등학교에 입학하느냐에 따라 또는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입시 결과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즉, 학교 간의 교육과정과 진로·진학 프로그램의 차이 그리고 교사의 열정에 따라 학생의 입시 결과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얼마 전에 일어난 학생부 조작 사건처럼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학생부와 서류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해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었다. 셋째, 자기소개서 문항의 축소와 서류 간소화 그리고 일부 대학의 면접 폐지로 학생 부담이 완화되었지만 객관적인 검증 기능이 약화되었다. 넷째, 비교과 활동이 우수하여 입학한 학생들에 대한 대학의 추수지도가 내실 있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 때문에 학생부 종합전형의 근간을 바꾸기보다는 지적된 문제점인 공정성과 객관성을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줄 세우지 않는 교육의 출발점에 학생부 종합전형이 서 있기 때문이다.
최승후 문산고 교사, 경기도진로진학지원센터 교사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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