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최근 우연한 모임이 만들어져 예기치 않은 이들과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만남은 한 지인이 이른바 ‘사이버 망명객’들의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으로 보낸 초청에서 비롯했다. 컴퓨터 전문가인 지인은 텔레그램의 기능 파악을 위해 설정화면에서 이것저것을 조작하다가 스마트폰 주소록의 모든 사람에게 대화방 초청 메시지를 보내는 실수를 했다. 정작 초청자는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고 있고, 어떤 영문의 초대인지를 궁금히 여기며 갑론을박하던 이들이 “그럼 만나서 얘기하자”며 모이게 된 것이다.
일전에는 퇴직한 한 선배가 페이스북으로 알림을 보내와 무슨 일인가 반가워하며 열어봤다. 내게도 자신이 설치한 외국 메신저 앱을 깔라는 요청이었다. 확인해보니 자신도 지인으로부터 어떤 앱을 설치하라고 요청이 와서 눌렀을 따름이라며, “내가 초청을 보냈느냐”고 되물어왔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연락처의 모든 지인들에게 초청을 보낸 스패머가 된 것이다. 이런 경우 공통점은 스팸 유발 당사자는 무슨 앱으로 어떤 요청을 보냈는지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로 연배가 높은 사람들이면서 상대적으로 최신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에 호기심이 많은 이들이다.
트위터의 최고재무책임자 앤서니 노토는 11월24일 인수협상에 관한 비밀 개인쪽지를 보내려다가 실수로 전체 공개 트위트로 올려 망신살을 산 바 있다. 스마트폰에서 각종 앱과 사회관계망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자주 만나게 되는 풍경이다. 지인들과 내가 번갈아 실수를 하기 때문에, 거의 문제되지 않고 넘어가는 일상이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를 스팸 발송자로 만드는 기능은 사용자 실수로 지나칠 게 아니다. 두 가지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사용자들의 무신경과 무지의 정도이고, 또 하나는 서비스 구조상의 의도와 위험성이다. 디지털 기기의 다기능과 복합성은 사용자에게 끊임없는 주의력과 정보 이해를 요구한다. 스마트폰 사용 문화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 높이기가 필요한 이유다. 또한 ‘초기 설정’(디폴트 세팅) 그대로 사용하기 마련인 디지털 기기에서 사용자로 하여금 기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다른 사람에게 불필요한 요청을 보내게 만드는 것은 ‘나쁜 설계’라는 것을 개발자와 기업들이 인식하는 디지털 설계의 윤리도 필요해지고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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