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한겨레 자료 사진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스마트폰 세상을 실질적으로 일궈낸 스티브 잡스의 자녀 교육 뒷얘기가 사후 3년여 만에 알려지며 화제다.
2010년 말 잡스를 직접 취재한 <뉴욕 타임스> 기자는 지난 10일 ‘잡스는 구식 부모였다’는 기사를 통해, 잡스가 자녀들에게 집에서 아이패드를 비롯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잡스가 아이패드가 세상을 바꿀 혁신적 기기라고 자랑하던 시절 잡스의 세 자녀는 19살, 15살, 12살이었다. 잡스를 여러 차례 만나며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를 쓴 월터 아이작슨도 “잡스는 저녁마다 길고 커다란 식탁에 앉아 아이들과 책·역사 등 다양한 화제로 얘기했다. 아무도 아이패드나 컴퓨터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본 대로 증언했다.
주변 반응은 엇갈렸다. 아이패드에 어린이용 각종 앱과 그림책들을 깔아 아이들이 빠지도록 만들면서 정작 자기 자녀들에게는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악한 기업가”라고 목청을 높인 지인이 있는가 하면, “기업가의 역할과 아빠로서의 역할은 다른 게 맞다”며 잡스를 이해한다는 동료도 있었다.
<스티브 잡스>를 보면 잡스가 ‘좋은 아빠’였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잡스는 23살 시절 연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첫딸 리사에 대해 자신이 친부임을 부인했고, 나중에도 결코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 뒤 낳은 세 자녀를 기르던 잡스는 젊은 시절과는 달라 보인다. 잡스는 자녀들에게 이웃들과 어울려 지내는 평범한 삶을 제공하고자 했고, 파파라치들을 향해서는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달라”고 외쳤던 아빠였다.
자신의 자녀들에게 금지시킬 아이패드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잡스를 탓할 것은 못 된다. 태블릿피시나 스마트폰이 사악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기술의 강력한 기능에는 그 못지않은 그늘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기술 전문가들과 달리 일반 부모들은 종합적 이해를 갖기 어렵다. 잡스는 아이폰만을 남긴 게 아니라, 스스로의 가정교육 방법을 통해서 디지털 시대의 부모 노릇 지침도 알려준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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