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걱정없는 세상, 시민 제보 받아 21건 선정
학벌 경쟁·선행학습·불안감 부추기는 ‘공포마케팅’까지
교육단체 “선행교육금지법 제정 필요”
학벌 경쟁·선행학습·불안감 부추기는 ‘공포마케팅’까지
교육단체 “선행교육금지법 제정 필요”
‘이 버스의 종점은 SKY입니다!’ ‘초등과정 없는 초등수학학원 대입형 영재센터’
교육운동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이 7일 공개한 ‘사교육 조장하는 나쁜 광고’에 적혀 있는 문구들이다.
이 단체는 이날 선행학습은 물론 학벌의식과 경쟁, 불안감을 부추기는 학원 광고 21건을 선정해 발표했다. 지난 3월20일부터 4월30일까지 ‘사교육을 조장하는 나쁜 광고 찾아 사진 찍기’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로부터 제보받은 사진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를 추린 것이다.
지난 2월 말 대형 입시업체인 메가스터디가 ‘친구가 너의 공부를 대신해주지 않아’라는 문구가 담긴 광고를 시내버스 등에 부착해 ‘우정 파괴 광고’ 논란을 빚은 일을 계기로 이번 캠페인을 계획했다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관련기사:▷ “친구 끊고 공부해” 우정파괴 메가스터디.
사교육걱정이 공개한 ‘나쁜 광고’ 가운데는 학벌·서열 의식을 부추기는 광고가 가장 많다. 한 과외업체 광고에는 이른바 ‘SKY’(서울·고려·연세대)의 학교 로고와 함께 ‘동문이 되시겠다면 선택은 단 하나!!’라는 선전 문구가 실려 있다. 한 학원의 차량 현수막에는 ‘1등 학생들이 타고 있어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공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강원도의 한 고교 학생이 자기 학교의 ‘심화반 학급 명패’라며 제보한 사진에는 ‘Reach for the S.K.Y.’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사교육업체들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전매특허’처럼 활용하는 ‘공포 마케팅’ 광고도 많이 눈에 띈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부추겨 주머니를 터는 ‘악덕 상술’이다. 한 사교육업체는 전단지 등을 통해 ‘이제 계산만 잘 하는 아이에게 지구종말과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대비하고 계십니까?’, ‘대비하고 계십니까? 바뀐 학교시험으로 아이에게 벌어질 청천벽력을…’이라고 ‘엄포’를 놓는다. 한 영어학원의 차량 현수막에는 ‘초 3·4학년 때 오십시오. 초 5·6학년 때는 늦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사교육걱정은 “이런 광고들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어떤 고통을 줄지 생각하지 않는 양심없는 어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며 “진도 경쟁에 물든 교육 현장,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불가능해진 교실, 친구를 잃어버린 아이들, 비양심적 행위에도 부끄러움 없이 휘둘리는 학부모들 이 모두가 선행교육의 폐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런 폐해를 막으려면 선행교육금지법 제정과 학원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의 이종혁 간사는 “현재로서는 선행교육 상품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 법안이 없다. 선행교육 상품을 팔지 못하도록, 선행교육을 광고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의 학원법은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서만 규제하도록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비교육적이고 비윤리적인 광고도 규제하도록 해야 한다. 수년간 지속돼온 사교육 업계의 비교육적인 광고는 업계의 양심에 맡겨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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