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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육단체 “입시경쟁교육 진단 맞지만 해법 구체성 떨어져”

등록 2012-10-29 21:07수정 2012-11-01 08:52

지난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8대 대선 아동정책제안 발표회’에서 어린이들이 대선 후보들에게 정책제안서를 전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8대 대선 아동정책제안 발표회’에서 어린이들이 대선 후보들에게 정책제안서를 전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선주자에게 묻는다 | 청소년 자살
후보 3인 ‘경쟁교육 해법’ 평가

‘진로교육 강화.’ ‘쉼표가 있는 중2 교육.’ ‘입시제도 개선.’

최근 잇따르고 있는 청소년 자살에 대한 유력 대선 후보들의 진단은 같았지만, 해법은 제각각이었다. 청소년 자살의 핵심 원인으로는 모두 ‘과도한 경쟁 위주의 입시교육’을 꼽으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접근하는 방향은 사뭇 달랐다.

박근혜, 맞춤형 진로 컨설팅·기업 직무능력 평가제
“현실문제 반영”-“기업 이익만 대변” 반응 엇갈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주입식 교육을 바꾸기 위해 ‘진로교육 강화’를 내걸었다. 박 후보는 이를 위해 △개인 맞춤형 진로 컨설팅 제공 △직무능력평가제 도입 두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박 후보는 “중학교 졸업 전까지 다양한 진로·적성검사를 실시하고 학생의 소질·능력·적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개인 맞춤형 진로 컨설팅’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모든 직종에 요구되는 직무능력을 표준화해 공기업이나 공공기관부터 이를 근거로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직무능력평가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직무능력평가제를 확대하면 출신 학교나 지역에 따른 채용 차별이 없어지고, 근본적으로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학교혁신-‘중2 꿈찾기’ 국가프로젝트 추진
“고교체제-교육과정 개편 구체 실행계획 필요” 지적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교육 패러다임을 경쟁에서 협력으로, 차별에서 지원으로 바꾸기 위해 △학교 혁신 △서열화된 고교 정책 전면 수정 △일제고사 등 평가제도 개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 캠프는 또 질풍노도의 시기로 불리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위한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른바 ‘행복한 중2 프로젝트’다. 중2 1년 동안 통상적인 교과 공부와 시험 위주의 교육과정을 진로를 찾는 교육과정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중학교 2학년 때는 필수과목을 제외하고는 실습, 토론, 프로젝트 등 진로·적성을 찾기 위한 체험학습을 하고 직업체험, 문화예술체험, 탐색여행, 재능봉사활동, 명상과 자아 찾기 등 아이들의 꿈찾기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1년간 실시하도록 정부 차원의 프로젝트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임기 내에 대부분 중학교가 내실있게 ‘중2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균형발전·지방대 육성-고용 할당제 제시
“차별없는 기회균등 혁신적이지만 대책은 지엽적”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과도한 경쟁을 막고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교육정책의 목표로 한다”며 △입시제도 개선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대학 육성 △지역고용 할당제 및 고졸자 취업체계 확립 등 개혁의 방안보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유력 대선 후보들의 이런 제안에 대해 교육 전문가와 교육단체들은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이 문제’라는 지적은 맞지만 대책의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교육학)는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과정 및 시험 축소, 참여형 교육과정 개발, 학생자치활동 강화, 친구관계 개선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학교에서 학생이 성적과 시험으로 인해 소외되거나 억압받는 관행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필요한데 박근혜·안철수 후보의 제안에는 그런 해결책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성 교수는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를 벤치마킹한 (문 후보의) ‘행복한 중2 프로젝트’가 교육과정 줄이기 등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다”며 “다만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정 개편과 고교 체제 개편 등 교육 전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도흠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한양대 교수)은 “‘학교를 행복한 곳으로 바꾸겠다’는 박근혜 후보의 약속은 선언과 수사에 그치고 있고, 문재인 후보의 경우 중2에 집중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초등학생의 학업 스트레스와 폭력, 자살충동 문제에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안철수 후보의 ‘차별 없는 기회균등’은 목표는 혁신적이지만 대책이 지엽적이거나 내용이 비어 있다”고 지적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세 후보 모두 청소년 자살 원인으로 과도한 입시경쟁 교육을 꼽았는데 그 대책이 막연해 보인다”며 “최근 초등학교에서부터 각종 시험으로 학습부담이 증가하고 온 국민이 사교육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려면 일제고사, 객관식 시험 전면 폐기, 교사별 평가제 도입 등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후보가 내놓은 ‘진로교육 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 좋은교사운동은 박 후보의 직무능력평가제와 대학입시 공통원서접수시스템 도입 등이 현실 교육의 문제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진로교육 강화와 직무능력평가제는 기업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교육만을 강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선희 충남대 교수(교육학)도 “진로교육은 지금도 진로전담지도교사를 학교마다 두는 등 점차 강화되고 있다”며 “교육양극화 등 기본적인 문제 해결이 우선이고, 진로교육 강화는 그다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박근혜 “왕따 등 학교폭력 근원 해소에 주력”
문재인 “모든 초중고에 전문 상담교사 배치”
안철수 “지역공동체서 상담·보호 역할 수행”

학교폭력 대책은…

대선 후보들은 청소년 자살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서 대체로 상담 강화를 들고나왔다.

좋은교사운동,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육단체들에서 가장 후한 평가를 받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경우 ‘학생책임상담’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의 모든 초·중·고교에 정규직인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하겠다는 게 핵심 공약이다. 개별적 접근이 아닌 학교 공동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또 학교폭력과 자살 위험에 조기 개입해 미리 예방하고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사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학생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인력을 대폭 지원하겠다는 방안이다. 좋은교사운동은 “학생들의 인성교육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교원 정책에서 찾는 것은 교육 현장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 있는 것으로서 학교폭력 문제의 대안으로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하는 것 또한 사람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가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도 “학생의 자아존중감과 효능감을 높이기 위한 지역사회 프로그램의 개발과 상담사, 교사, 청소년 지도사, 의사, 보호자의 협력체계 구축을 구조적으로 지원하고, 의료보험과 복지재원 지원을 통해 예방과 교육, 집중적 사례관리를 지원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가해 학생이나 피해 학생이 전면적인 공동체의 상담 네트워크 안에 들어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안 후보의 대안은 근본적인 원인 치료 방안이 미약하다고 전교조와 좋은교사운동 등은 지적했다. 전교조는 “경쟁교육 자체는 인정하고 있어 한계를 나타냈다”며 “입시제도 개선과 개인이 존중받는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빠져 아쉽다”고 평가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 학생에게 행복한 학교 등을 제시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해법은 전반적인 방향성에 있어서는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아직 각론이 준비되지 않은 점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박 후보는 학생 자살의 이유로 과도한 경쟁과 함께 “왕따와 같은 학교폭력 문제”를 들면서도 “학교폭력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과 학교폭력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방침인데, 관련 방안을 마련해 곧 발표하겠다”고만 밝혔다.

좋은교사운동은 “학교폭력 문제의 경우, 학교 교육을 불행하게 만드는 구조적 요소를 찾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들을 끊고 새로 이을 것들을 만들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며 “학교폭력 문제 해결 방법의 실효성은 예산의 규모보다는 정치적 의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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