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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핀란드, 22년간 교육개혁…정권 바뀌어도 생명력

등록 2010-12-13 08:19수정 2010-12-13 08:29

핀란드 헬싱키의 한 종합학교(한국의 초·중학교 과정)에서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교실에 앉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교육 강국’ 핀란드 교육개혁의 핵심인 종합학교 제도가 정착하는 데는 22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0월 말 북유럽의 교육정책을 살펴보기 위해 핀란드를 방문해 교육 현장을 둘러봤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핀란드 헬싱키의 한 종합학교(한국의 초·중학교 과정)에서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교실에 앉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교육 강국’ 핀란드 교육개혁의 핵심인 종합학교 제도가 정착하는 데는 22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0월 말 북유럽의 교육정책을 살펴보기 위해 핀란드를 방문해 교육 현장을 둘러봤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창간 22돌 기획 대논쟁-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3부: 정책을 말하다 - 교육
초·중 통합한 종합학교제도, 제안~정착까지 오랜 노력
“교육개혁 초기 3~4년 동안 내가 추진하는 개혁이 사회주의적이라는 의혹에 시달렸다. 나를 공산주의자로 몰던 언론도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교육주체들과 교육개혁의 취지와 방향, 실현방법 등에 대해 대화와 토론을 거듭하면서 이런 비난은 사라졌다.”

지난 10월 말 핀란드를 방문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만난 자리에서 에르키 아호 전 핀란드 국가교육청장이 남긴 말이다. 아호 전 청장은 1972년부터 20년 동안 국가교육청장을 지낸 핀란드 교육개혁의 산증인이다. 이 자리에서 곽 교육감은 “한국 교육은 과잉이념, 과잉정치화되어 있다”며 “실사구시적이고 실증적인 관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세계적인 ‘교육 강국’으로 한국 교육운동가들 사이에서도 ‘교육 유토피아’로 불리는 핀란드이지만, 그 지난한 교육개혁 과정에 대해선 지금까지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핀란드 교육개혁의 핵심인 종합학교(우리나라의 초·중학교에 해당) 제도는 도입을 위한 일정표 짜기, 제도화, 정착, 세부 문제에 대한 정치적 합의까지 22년이 걸렸다.

핀란드는 1966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사회민주당이 제1당이 된 뒤 인민민주당, 공산당, 농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연립정부는 교육개혁을 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11~12살부터 아이들을 문법학교와 공민학교로 나눠 별개의 계층으로 구분짓던 이전 교육제도를 9년 과정의 종합학교 제도로 통합했다. 교육과정 개편에만 5년이 걸렸고, 정부가 종합학교 교육과정을 모든 학교에 도입해야 한다고 지시한 건 그로부터 2년이 더 지난 뒤였다.

고등학교 교육도 개혁이 필요했다. 개혁 초기 종합학교 졸업생들의 다음 과정이 일반고교를 통한 대학 진학에만 집중되면서 일반고교 진학생과 비진학생 사이에 격차가 발생했다. 정부는 일반고교와 마찬가지로 직업학교를 나온 학생들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교육 경로를 개발했다. 또 한국의 수준별 수업과 같은 ‘능력별 학생 분류’ 폐지에 대한 교사들의 반대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했다.

이윤미 홍익대 교수(교육학)는 핀란드 교육개혁에 대해 △교육을 국익으로 보고 초당파적인 합의를 이뤄낸 점 △개혁 관련 이해관계집단의 갈등을 최소화해 개혁의 동반자로 만든 점 △20년간 국가교육청의 수장(에르키 아호)이 지속성 있는 리더십을 발휘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성급한 개혁이 부작용을 낳고 또다른 성급한 개혁을 불러오는 과정이 반복된 한국과 달리 핀란드는 교육개혁이 모든 국민의 이익을 위해 장기적으로 추진됐다”고 말했다.

스웨덴 웁살라대에서 2년 동안 객원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북유럽 교육을 연구한 안승문 교육희망네트워크 집행위원장도 “핀란드는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정책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아호를 비롯한 교육학자들은 복지국가의 원칙과 교육자로서의 철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정치인과 사회 전반의 공감과 협력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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