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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진보진영도 설교 고질병…먼저 사람마음 읽어야”

등록 2011-03-06 21:27수정 2011-03-21 15:30

김여진
김여진
김여진
소리만 질러선 귀 안기울여
참여 이끌 유머 등 공부를
김여진
소리만 질러선 귀 안기울여
참여 이끌 유머 등 공부를

현실에서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게 쉽지 않다. 한번 실패하면 영원히 뒤처질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실패해도 낙오하지 않는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것과 함께 가야 한다. 20대가 밑에서 싸울 수 있게 선배들이 끌어달라. ‘왜 안 움직여? 짱돌이라도 들라니까?’ 이렇게 부추긴 건 선배들 아닌가.

정말 못됐다. 그럴 땐 “닥쳐”하고 따로 놀아야 한다. 가장 진보적이어야할 사람들의 이야기 방식이 가장 진보하지 않았다. 변하질 않는다.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의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아 또 누가 죽었구나”하고 금세 잊는다. 왜 그럴까? 분노와 슬픔은 오래가지 않는다. 아무리 억울하다고 소리높여 외쳐도 사람들은 귀기울이지 않는다. 화만 내는 사람 곁엔 가고 싶지 않아 하는게 그냥 대부분 사람들의 마음이다.

요즘엔 선배들도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한다. 속도 모르고 윽박질렀다고. 근데 미안하면 어쩔건데? 우리 세대의 고통에 자기들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뭔가를 해야 할 게 아닌가. 선배들은 저력 있잖나. 모여서 ‘으샤으샤’해서 원하는 것 따내고. 우린 작은 승리의 경험조차 없다.

둠코
둠코
둠코
진보 학부모도 “대학 가라”
학교에 가두는 교육 말길

30·40대가 10대·20대 입장을 온전히 이해해서 한자리에 서기란 불가능하다. 제 코가 석자니까.
둠 교육청 앞에 가서 ‘농성’이란 걸 한 적 있다. 근데 농성이란 게 ‘구린’ 방법이잖나. 그래서 다른 방식을 시도했다. 바닥에 낙서하고 기타 가져와 노래하고. 그랬더니 전교조 선생님 한 분이 와서 ‘기자들 와 있는데 이러면 안 된다. 피켓 들고, 한목소리로 구호 외치고 뭔가 정돈된 모습이 필요하다’고 충고하는 거다. 그래서 ‘됐네요’ 했다.(일동 “잘했어”)

선생들이 오히려 당신들한테 배워야 한다. 내가 당신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사람들 몰리는 곳에 쫓아가지 말라는 거다. 안 가는 길로 가면 먹고살 길 열린다. 좋은 차, 좋은 집, 좋은 옷 못 입어서 그렇지.


박주현
박주현
박주현
10·30·40대 교육문제
여성운동쪽서도 다뤄야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안 움직인다. 투표율도 50% 넘기기 힘든 세상이다. 이런 사회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생활을 시도하는 건 어렵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살아온 공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제 여성운동도 대다수 여성이 안고 있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교육 문제는 10대와 30·40대 엄마들이 함께할 여지가 충분하다.

요즘 학교에선 이과 선택자가 적어 중상위권이 내신에서 불이익을 보니, 공부 못하는 애들한테 ‘이과 가서 바닥 좀 깔아줘라’ 한다.

엄마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하면 강남으로 아이를 전학시킬까 고민하지 말고, 교육청 앞에 강북 엄마들이 몰려가 강북 학교 살려내라고 시위라도 해야 한다.

사실 진보적 학부모라는 분들도 우리와 생각하는 게 다르다. 그분들은 공부 못 하는 아이들도 제대로 교육시켜 대학에 가게 하자는 거고, 우린 대학 안 가도 좋으니 학교에만 붙잡아두지 말라고 한다. 인간이 어떻게 12시간 동안 학교에만 매여 있을 수 있나.

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초능력은 학교가 강제로라도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신혜정
신혜정
신혜정
사회서비스 등 일자리
국가가 담당해야할 몫

아니다. 애들은 놀아야 한다. 놀아보지 않으면 자기가 뭘 원하는지도 모른다. 엄마들 목소리에 힘이 지나치게 실려선 곤란하다.

지금은 엄마들 중에서도 상위 10%의 엄마들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게 다양해져야 한다는 거다.

엄마들이 원하는 학교와 아이들이 원하는 학교에는 차이가 있다. 엄마들 이기심을 뛰어넘지 않으면 교육 문제 못 푼다.

학교교육이 어떤 형태로 갈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10대가 결정할 문제다. 다만 10대들이 원하는 교육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교사들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들 입장은 부모와도 다르다.

엄마들도 나름대로 노력한다. 하지만 자기 자식을 상대로 ‘실험’을 할 수는 없잖나. 그래서 타협한다. 한 절반 정도.

나는 실험을 한다.(웃음)

이정희
이정희
이정희
새로운 시도 확산 되게
공교육 자체 혁신 해야

부모들 얘길 듣다 보면 ‘왜들 이러셔?’ 할 때가 많다. 창의력이 중요해진 세상이다. 새로운 삶과 사회의 틀을 만드는 건 우리 능력으로 안 된다. 10대·20대가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 자꾸 부모의 틀만 강요하니….

그렇다고 부모를 세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 없잖아. 부모를 위한 경로도 필요하다.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의 방향을 정해줄 순 없다.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조건을 만들어주는 역할이면 족하다. 사실 우리 세대는 나름대로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아이 교육비에 부모 의료비 문제도 있고.

다들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알아서들 하셔야 해.(일동 웃음)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김여진씨 말대로 호소력 있고, 참여를 이끌어낼 방식을 찾아야 하니까.

공부 중에서 사람 마음을 읽는 공부를 해야 한다. 진보진영의 고질병이 자기가 말 던지고 가르치면 사람들이 움직일 거라 착각하는 거다. 근데 사람들은 가르침 받는 거 싫어한다. 얼마 전 집회를 갔는데, 아저씨들이 음향기기 빵빵 틀어놓고 소리만 질러대는 통에 귀가 아파 죽겠더라. 제발 공부도 하고 유머 좀 익히시라.

나도 비슷한 생각 많이 했다. 그런데 최근 한진중공업 파업현장을 갔는데, 쇠 깎고 용접하는 50대 남성 노동자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부동자세로 앉아계시는 거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해지더라.

일단 ‘헤헤헤’ 웃고 시작하면 된다.

그분들에게도 나름의 유머와 문화가 있다. 그걸 구리다 촌스럽다 평가할 문제는 아니다.

사회가 너무 빨리 변하니까 그렇다. 우리도 윗세대 보고 ‘후지다’ 생각했는데, 어느새 아랫세대한테 구리다는 얘길 듣는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사람들은 예쁜 것에 눈 가고, 좋은 소리에 귀 기울여진다.

당사자들이 공감하는 방식으로 가면 된다. 봉쇄된 공장 안에선 밥도 물도 못 먹고 있는데, 공장 밖에 가족들 모아놓고 희극공연을 할 순 없는 노릇이다.

비장미는 남성들 방식이다. 여성들은 공감하고 즐기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여성적 방식이 확산돼야 한다.

세대들 사이에 만날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 일례로 많은 20대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사교육 시장으로 가는데, 사교육 시장을 지탱하는 돈은 주로 40대 여성들한테서 나온다. 여성들이고리를 끊어야 한다.

사실문제의 해법 못 찾으면 진보세력은 벽에 부딪히게 될 거다. 이걸 뚫고 나가야 수권정당도 되는 거다. 자자, 정리해보자.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돈을 좇게 할 것인지, 행복을 선택하게 할 것인지를 두고 싸워야 한다. 제발 아이들 꿈을 작게 만들지 말자.

젊은 세대가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사회경제적 인프라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교사 수 늘리고, 공교육 강화하고, 괜찮은 사회서비스 일자리 마련하고, 노동시간 줄이고…. 근데 이건 국가가 담당할 몫이다.

어른들은 우리보고 ‘귀엽다, 발랄하다’ 하지만 우리라고 항상 발랄할 순 없다. 계속 발랄할 수 있는 환경, 우리 고민을 윗세대와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풀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오늘 동등하게 잘 해놓고는….

자식을 대안학교에 보낸 ‘욕심 많은’ 엄마다. 교육 문제를 두고 자리를 만들어도 모이는 분들은 생활에 여유가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렇지 못한 분들께 늘 미안하다. 새로운 삶, 새로운 시도가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도록 공교육 자체를 혁신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의 결이 조금씩 다른 걸 느꼈지만 그걸 확인하는 게 기분 좋았다. 다양한 삶의 자리에서 우리, 소통하고 연대하자. 그러면 완강해 보이는 현실도 변할 것이다.

정리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 좌담후기

범생-날라리 두시간 수다
‘쿨하게’ 열린 결말로 매듭

‘범생’과 ‘날라리’가 뒤섞인 여자들의 수다는 두 시간이 지나도록 끝날 줄 몰랐다.

끼어들기와 가로채기, 말꼬리 자르기가 난무했다. 여럿이 한꺼번에 말을 하는 ‘동시 다중 화자’ 상황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넥타이 맨 남자들끼리의 좌담회에선 좀체 보기 힘든 장면이었지만, 테이블의 공기만은 시종 훈훈했다. 범생은 날라리의 경쾌함을 존중했고, 날라리도 범생의 신중함을 공감했던 까닭이다.

비판되고 조롱받은 건 기득권 세력의 탐욕 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진보세력의 ‘구림’과 ‘촌스러움’에 대한 짜증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제발 집회장서 붉은 조끼 좀 입지 말라고 해라.” “찡그리고 화내는 사람들 곁엔 아무도 가지 않는다.” 여자들의 비판에서 진보언론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재미없고 구리기론 <한겨레>도 만만찮다.”

결론은 없었다. “마지막 말은 ‘여성이 더 많이 발언하고, 여성적 방식이 사회에 확산됐으면 좋겠다’로 하자”는 사회자의 직권 제안은 ‘범생적 결말’에 알러지를 보인 날라리들에 의해 가차없이 거부됐다. “결론을 꼭 내려야 해요? 촌스럽게.” 이렇게 마무리된 좌담 덕에 긴 호흡으로 달려온 <한겨레>의 기획 시리즈 역시 ‘열린 결말’이란 뜻밖의 선물을 제공받게 됐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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