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진
김여진
소리만 질러선 귀 안기울여
참여 이끌 유머 등 공부를
소리만 질러선 귀 안기울여
참여 이끌 유머 등 공부를
김여진
소리만 질러선 귀 안기울여
참여 이끌 유머 등 공부를 ↘ 신 현실에서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게 쉽지 않다. 한번 실패하면 영원히 뒤처질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실패해도 낙오하지 않는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것과 함께 가야 한다. 20대가 밑에서 싸울 수 있게 선배들이 끌어달라. ‘왜 안 움직여? 짱돌이라도 들라니까?’ 이렇게 부추긴 건 선배들 아닌가. 김 정말 못됐다. 그럴 땐 “닥쳐”하고 따로 놀아야 한다. 가장 진보적이어야할 사람들의 이야기 방식이 가장 진보하지 않았다. 변하질 않는다.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의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아 또 누가 죽었구나”하고 금세 잊는다. 왜 그럴까? 분노와 슬픔은 오래가지 않는다. 아무리 억울하다고 소리높여 외쳐도 사람들은 귀기울이지 않는다. 화만 내는 사람 곁엔 가고 싶지 않아 하는게 그냥 대부분 사람들의 마음이다. 신 요즘엔 선배들도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한다. 속도 모르고 윽박질렀다고. 근데 미안하면 어쩔건데? 우리 세대의 고통에 자기들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뭔가를 해야 할 게 아닌가. 선배들은 저력 있잖나. 모여서 ‘으샤으샤’해서 원하는 것 따내고. 우린 작은 승리의 경험조차 없다.
둠코
진보 학부모도 “대학 가라”
학교에 가두는 교육 말길 박 30·40대가 10대·20대 입장을 온전히 이해해서 한자리에 서기란 불가능하다. 제 코가 석자니까.
둠 교육청 앞에 가서 ‘농성’이란 걸 한 적 있다. 근데 농성이란 게 ‘구린’ 방법이잖나. 그래서 다른 방식을 시도했다. 바닥에 낙서하고 기타 가져와 노래하고. 그랬더니 전교조 선생님 한 분이 와서 ‘기자들 와 있는데 이러면 안 된다. 피켓 들고, 한목소리로 구호 외치고 뭔가 정돈된 모습이 필요하다’고 충고하는 거다. 그래서 ‘됐네요’ 했다.(일동 “잘했어”) 김 선생들이 오히려 당신들한테 배워야 한다. 내가 당신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사람들 몰리는 곳에 쫓아가지 말라는 거다. 안 가는 길로 가면 먹고살 길 열린다. 좋은 차, 좋은 집, 좋은 옷 못 입어서 그렇지.
박주현
10·30·40대 교육문제
여성운동쪽서도 다뤄야 이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안 움직인다. 투표율도 50% 넘기기 힘든 세상이다. 이런 사회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생활을 시도하는 건 어렵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살아온 공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박 이제 여성운동도 대다수 여성이 안고 있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교육 문제는 10대와 30·40대 엄마들이 함께할 여지가 충분하다. 둠 요즘 학교에선 이과 선택자가 적어 중상위권이 내신에서 불이익을 보니, 공부 못하는 애들한테 ‘이과 가서 바닥 좀 깔아줘라’ 한다. 박 엄마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하면 강남으로 아이를 전학시킬까 고민하지 말고, 교육청 앞에 강북 엄마들이 몰려가 강북 학교 살려내라고 시위라도 해야 한다. 둠 사실 진보적 학부모라는 분들도 우리와 생각하는 게 다르다. 그분들은 공부 못 하는 아이들도 제대로 교육시켜 대학에 가게 하자는 거고, 우린 대학 안 가도 좋으니 학교에만 붙잡아두지 말라고 한다. 인간이 어떻게 12시간 동안 학교에만 매여 있을 수 있나. 박 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초능력은 학교가 강제로라도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신혜정
사회서비스 등 일자리
국가가 담당해야할 몫 김 아니다. 애들은 놀아야 한다. 놀아보지 않으면 자기가 뭘 원하는지도 모른다. 엄마들 목소리에 힘이 지나치게 실려선 곤란하다. 박 지금은 엄마들 중에서도 상위 10%의 엄마들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게 다양해져야 한다는 거다. 김 엄마들이 원하는 학교와 아이들이 원하는 학교에는 차이가 있다. 엄마들 이기심을 뛰어넘지 않으면 교육 문제 못 푼다. 이 학교교육이 어떤 형태로 갈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10대가 결정할 문제다. 다만 10대들이 원하는 교육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교사들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들 입장은 부모와도 다르다. 박 엄마들도 나름대로 노력한다. 하지만 자기 자식을 상대로 ‘실험’을 할 수는 없잖나. 그래서 타협한다. 한 절반 정도. 이 나는 실험을 한다.(웃음)
이정희
새로운 시도 확산 되게
공교육 자체 혁신 해야 김 부모들 얘길 듣다 보면 ‘왜들 이러셔?’ 할 때가 많다. 창의력이 중요해진 세상이다. 새로운 삶과 사회의 틀을 만드는 건 우리 능력으로 안 된다. 10대·20대가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 자꾸 부모의 틀만 강요하니…. 박 그렇다고 부모를 세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 없잖아. 부모를 위한 경로도 필요하다. 이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의 방향을 정해줄 순 없다.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조건을 만들어주는 역할이면 족하다. 사실 우리 세대는 나름대로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아이 교육비에 부모 의료비 문제도 있고. 김 다들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알아서들 하셔야 해.(일동 웃음) 박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김여진씨 말대로 호소력 있고, 참여를 이끌어낼 방식을 찾아야 하니까. 김 공부 중에서 사람 마음을 읽는 공부를 해야 한다. 진보진영의 고질병이 자기가 말 던지고 가르치면 사람들이 움직일 거라 착각하는 거다. 근데 사람들은 가르침 받는 거 싫어한다. 얼마 전 집회를 갔는데, 아저씨들이 음향기기 빵빵 틀어놓고 소리만 질러대는 통에 귀가 아파 죽겠더라. 제발 공부도 하고 유머 좀 익히시라. 이 나도 비슷한 생각 많이 했다. 그런데 최근 한진중공업 파업현장을 갔는데, 쇠 깎고 용접하는 50대 남성 노동자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부동자세로 앉아계시는 거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해지더라. 김 일단 ‘헤헤헤’ 웃고 시작하면 된다. 이 그분들에게도 나름의 유머와 문화가 있다. 그걸 구리다 촌스럽다 평가할 문제는 아니다. 박 사회가 너무 빨리 변하니까 그렇다. 우리도 윗세대 보고 ‘후지다’ 생각했는데, 어느새 아랫세대한테 구리다는 얘길 듣는다. 김 단순하게 생각하자. 사람들은 예쁜 것에 눈 가고, 좋은 소리에 귀 기울여진다. 이 당사자들이 공감하는 방식으로 가면 된다. 봉쇄된 공장 안에선 밥도 물도 못 먹고 있는데, 공장 밖에 가족들 모아놓고 희극공연을 할 순 없는 노릇이다. 박 비장미는 남성들 방식이다. 여성들은 공감하고 즐기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여성적 방식이 확산돼야 한다. 신 세대들 사이에 만날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 일례로 많은 20대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사교육 시장으로 가는데, 사교육 시장을 지탱하는 돈은 주로 40대 여성들한테서 나온다. 여성들이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박 사실 이 문제의 해법 못 찾으면 진보세력은 벽에 부딪히게 될 거다. 이걸 뚫고 나가야 수권정당도 되는 거다. 자자, 정리해보자. 김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돈을 좇게 할 것인지, 행복을 선택하게 할 것인지를 두고 싸워야 한다. 제발 아이들 꿈을 작게 만들지 말자. 신 젊은 세대가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사회경제적 인프라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교사 수 늘리고, 공교육 강화하고, 괜찮은 사회서비스 일자리 마련하고, 노동시간 줄이고…. 근데 이건 국가가 담당할 몫이다. 둠 어른들은 우리보고 ‘귀엽다, 발랄하다’ 하지만 우리라고 항상 발랄할 순 없다. 계속 발랄할 수 있는 환경, 우리 고민을 윗세대와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풀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김 오늘 동등하게 잘 해놓고는…. 이 자식을 대안학교에 보낸 ‘욕심 많은’ 엄마다. 교육 문제를 두고 자리를 만들어도 모이는 분들은 생활에 여유가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렇지 못한 분들께 늘 미안하다. 새로운 삶, 새로운 시도가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도록 공교육 자체를 혁신하는 게 중요하다. 박 생각의 결이 조금씩 다른 걸 느꼈지만 그걸 확인하는 게 기분 좋았다. 다양한 삶의 자리에서 우리, 소통하고 연대하자. 그러면 완강해 보이는 현실도 변할 것이다. 정리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 좌담후기 범생-날라리 두시간 수다
‘쿨하게’ 열린 결말로 매듭 ‘범생’과 ‘날라리’가 뒤섞인 여자들의 수다는 두 시간이 지나도록 끝날 줄 몰랐다. 끼어들기와 가로채기, 말꼬리 자르기가 난무했다. 여럿이 한꺼번에 말을 하는 ‘동시 다중 화자’ 상황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넥타이 맨 남자들끼리의 좌담회에선 좀체 보기 힘든 장면이었지만, 테이블의 공기만은 시종 훈훈했다. 범생은 날라리의 경쾌함을 존중했고, 날라리도 범생의 신중함을 공감했던 까닭이다. 비판되고 조롱받은 건 기득권 세력의 탐욕 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진보세력의 ‘구림’과 ‘촌스러움’에 대한 짜증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제발 집회장서 붉은 조끼 좀 입지 말라고 해라.” “찡그리고 화내는 사람들 곁엔 아무도 가지 않는다.” 여자들의 비판에서 진보언론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재미없고 구리기론 <한겨레>도 만만찮다.” 결론은 없었다. “마지막 말은 ‘여성이 더 많이 발언하고, 여성적 방식이 사회에 확산됐으면 좋겠다’로 하자”는 사회자의 직권 제안은 ‘범생적 결말’에 알러지를 보인 날라리들에 의해 가차없이 거부됐다. “결론을 꼭 내려야 해요? 촌스럽게.” 이렇게 마무리된 좌담 덕에 긴 호흡으로 달려온 <한겨레>의 기획 시리즈 역시 ‘열린 결말’이란 뜻밖의 선물을 제공받게 됐다. 이세영 기자
소리만 질러선 귀 안기울여
참여 이끌 유머 등 공부를 ↘ 신 현실에서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게 쉽지 않다. 한번 실패하면 영원히 뒤처질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실패해도 낙오하지 않는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것과 함께 가야 한다. 20대가 밑에서 싸울 수 있게 선배들이 끌어달라. ‘왜 안 움직여? 짱돌이라도 들라니까?’ 이렇게 부추긴 건 선배들 아닌가. 김 정말 못됐다. 그럴 땐 “닥쳐”하고 따로 놀아야 한다. 가장 진보적이어야할 사람들의 이야기 방식이 가장 진보하지 않았다. 변하질 않는다.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의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아 또 누가 죽었구나”하고 금세 잊는다. 왜 그럴까? 분노와 슬픔은 오래가지 않는다. 아무리 억울하다고 소리높여 외쳐도 사람들은 귀기울이지 않는다. 화만 내는 사람 곁엔 가고 싶지 않아 하는게 그냥 대부분 사람들의 마음이다. 신 요즘엔 선배들도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한다. 속도 모르고 윽박질렀다고. 근데 미안하면 어쩔건데? 우리 세대의 고통에 자기들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뭔가를 해야 할 게 아닌가. 선배들은 저력 있잖나. 모여서 ‘으샤으샤’해서 원하는 것 따내고. 우린 작은 승리의 경험조차 없다.
둠코
진보 학부모도 “대학 가라”
학교에 가두는 교육 말길 박 30·40대가 10대·20대 입장을 온전히 이해해서 한자리에 서기란 불가능하다. 제 코가 석자니까.
둠 교육청 앞에 가서 ‘농성’이란 걸 한 적 있다. 근데 농성이란 게 ‘구린’ 방법이잖나. 그래서 다른 방식을 시도했다. 바닥에 낙서하고 기타 가져와 노래하고. 그랬더니 전교조 선생님 한 분이 와서 ‘기자들 와 있는데 이러면 안 된다. 피켓 들고, 한목소리로 구호 외치고 뭔가 정돈된 모습이 필요하다’고 충고하는 거다. 그래서 ‘됐네요’ 했다.(일동 “잘했어”) 김 선생들이 오히려 당신들한테 배워야 한다. 내가 당신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사람들 몰리는 곳에 쫓아가지 말라는 거다. 안 가는 길로 가면 먹고살 길 열린다. 좋은 차, 좋은 집, 좋은 옷 못 입어서 그렇지.
박주현
10·30·40대 교육문제
여성운동쪽서도 다뤄야 이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안 움직인다. 투표율도 50% 넘기기 힘든 세상이다. 이런 사회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생활을 시도하는 건 어렵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살아온 공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박 이제 여성운동도 대다수 여성이 안고 있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교육 문제는 10대와 30·40대 엄마들이 함께할 여지가 충분하다. 둠 요즘 학교에선 이과 선택자가 적어 중상위권이 내신에서 불이익을 보니, 공부 못하는 애들한테 ‘이과 가서 바닥 좀 깔아줘라’ 한다. 박 엄마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하면 강남으로 아이를 전학시킬까 고민하지 말고, 교육청 앞에 강북 엄마들이 몰려가 강북 학교 살려내라고 시위라도 해야 한다. 둠 사실 진보적 학부모라는 분들도 우리와 생각하는 게 다르다. 그분들은 공부 못 하는 아이들도 제대로 교육시켜 대학에 가게 하자는 거고, 우린 대학 안 가도 좋으니 학교에만 붙잡아두지 말라고 한다. 인간이 어떻게 12시간 동안 학교에만 매여 있을 수 있나. 박 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초능력은 학교가 강제로라도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신혜정
사회서비스 등 일자리
국가가 담당해야할 몫 김 아니다. 애들은 놀아야 한다. 놀아보지 않으면 자기가 뭘 원하는지도 모른다. 엄마들 목소리에 힘이 지나치게 실려선 곤란하다. 박 지금은 엄마들 중에서도 상위 10%의 엄마들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게 다양해져야 한다는 거다. 김 엄마들이 원하는 학교와 아이들이 원하는 학교에는 차이가 있다. 엄마들 이기심을 뛰어넘지 않으면 교육 문제 못 푼다. 이 학교교육이 어떤 형태로 갈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10대가 결정할 문제다. 다만 10대들이 원하는 교육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교사들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들 입장은 부모와도 다르다. 박 엄마들도 나름대로 노력한다. 하지만 자기 자식을 상대로 ‘실험’을 할 수는 없잖나. 그래서 타협한다. 한 절반 정도. 이 나는 실험을 한다.(웃음)
이정희
새로운 시도 확산 되게
공교육 자체 혁신 해야 김 부모들 얘길 듣다 보면 ‘왜들 이러셔?’ 할 때가 많다. 창의력이 중요해진 세상이다. 새로운 삶과 사회의 틀을 만드는 건 우리 능력으로 안 된다. 10대·20대가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 자꾸 부모의 틀만 강요하니…. 박 그렇다고 부모를 세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 없잖아. 부모를 위한 경로도 필요하다. 이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의 방향을 정해줄 순 없다.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조건을 만들어주는 역할이면 족하다. 사실 우리 세대는 나름대로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아이 교육비에 부모 의료비 문제도 있고. 김 다들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알아서들 하셔야 해.(일동 웃음) 박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김여진씨 말대로 호소력 있고, 참여를 이끌어낼 방식을 찾아야 하니까. 김 공부 중에서 사람 마음을 읽는 공부를 해야 한다. 진보진영의 고질병이 자기가 말 던지고 가르치면 사람들이 움직일 거라 착각하는 거다. 근데 사람들은 가르침 받는 거 싫어한다. 얼마 전 집회를 갔는데, 아저씨들이 음향기기 빵빵 틀어놓고 소리만 질러대는 통에 귀가 아파 죽겠더라. 제발 공부도 하고 유머 좀 익히시라. 이 나도 비슷한 생각 많이 했다. 그런데 최근 한진중공업 파업현장을 갔는데, 쇠 깎고 용접하는 50대 남성 노동자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부동자세로 앉아계시는 거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해지더라. 김 일단 ‘헤헤헤’ 웃고 시작하면 된다. 이 그분들에게도 나름의 유머와 문화가 있다. 그걸 구리다 촌스럽다 평가할 문제는 아니다. 박 사회가 너무 빨리 변하니까 그렇다. 우리도 윗세대 보고 ‘후지다’ 생각했는데, 어느새 아랫세대한테 구리다는 얘길 듣는다. 김 단순하게 생각하자. 사람들은 예쁜 것에 눈 가고, 좋은 소리에 귀 기울여진다. 이 당사자들이 공감하는 방식으로 가면 된다. 봉쇄된 공장 안에선 밥도 물도 못 먹고 있는데, 공장 밖에 가족들 모아놓고 희극공연을 할 순 없는 노릇이다. 박 비장미는 남성들 방식이다. 여성들은 공감하고 즐기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여성적 방식이 확산돼야 한다. 신 세대들 사이에 만날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 일례로 많은 20대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사교육 시장으로 가는데, 사교육 시장을 지탱하는 돈은 주로 40대 여성들한테서 나온다. 여성들이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박 사실 이 문제의 해법 못 찾으면 진보세력은 벽에 부딪히게 될 거다. 이걸 뚫고 나가야 수권정당도 되는 거다. 자자, 정리해보자. 김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돈을 좇게 할 것인지, 행복을 선택하게 할 것인지를 두고 싸워야 한다. 제발 아이들 꿈을 작게 만들지 말자. 신 젊은 세대가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사회경제적 인프라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교사 수 늘리고, 공교육 강화하고, 괜찮은 사회서비스 일자리 마련하고, 노동시간 줄이고…. 근데 이건 국가가 담당할 몫이다. 둠 어른들은 우리보고 ‘귀엽다, 발랄하다’ 하지만 우리라고 항상 발랄할 순 없다. 계속 발랄할 수 있는 환경, 우리 고민을 윗세대와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풀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김 오늘 동등하게 잘 해놓고는…. 이 자식을 대안학교에 보낸 ‘욕심 많은’ 엄마다. 교육 문제를 두고 자리를 만들어도 모이는 분들은 생활에 여유가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렇지 못한 분들께 늘 미안하다. 새로운 삶, 새로운 시도가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도록 공교육 자체를 혁신하는 게 중요하다. 박 생각의 결이 조금씩 다른 걸 느꼈지만 그걸 확인하는 게 기분 좋았다. 다양한 삶의 자리에서 우리, 소통하고 연대하자. 그러면 완강해 보이는 현실도 변할 것이다. 정리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 좌담후기 범생-날라리 두시간 수다
‘쿨하게’ 열린 결말로 매듭 ‘범생’과 ‘날라리’가 뒤섞인 여자들의 수다는 두 시간이 지나도록 끝날 줄 몰랐다. 끼어들기와 가로채기, 말꼬리 자르기가 난무했다. 여럿이 한꺼번에 말을 하는 ‘동시 다중 화자’ 상황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넥타이 맨 남자들끼리의 좌담회에선 좀체 보기 힘든 장면이었지만, 테이블의 공기만은 시종 훈훈했다. 범생은 날라리의 경쾌함을 존중했고, 날라리도 범생의 신중함을 공감했던 까닭이다. 비판되고 조롱받은 건 기득권 세력의 탐욕 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진보세력의 ‘구림’과 ‘촌스러움’에 대한 짜증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제발 집회장서 붉은 조끼 좀 입지 말라고 해라.” “찡그리고 화내는 사람들 곁엔 아무도 가지 않는다.” 여자들의 비판에서 진보언론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재미없고 구리기론 <한겨레>도 만만찮다.” 결론은 없었다. “마지막 말은 ‘여성이 더 많이 발언하고, 여성적 방식이 사회에 확산됐으면 좋겠다’로 하자”는 사회자의 직권 제안은 ‘범생적 결말’에 알러지를 보인 날라리들에 의해 가차없이 거부됐다. “결론을 꼭 내려야 해요? 촌스럽게.” 이렇게 마무리된 좌담 덕에 긴 호흡으로 달려온 <한겨레>의 기획 시리즈 역시 ‘열린 결말’이란 뜻밖의 선물을 제공받게 됐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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