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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국공립대 통합 “서열 완충제”-“실현성 낮다”

등록 2010-11-22 08:47

[창간 22돌 기획 대논쟁]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전문가 평가
학벌사회 해소안
“노동시장 차별 해소 기여”
“업적 따른 분배 어려워져”

진보적인 정책은 실현 가능성이나 구체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와 마주하게 될 공산이 매우 크다. 2002년 민주노동당 등에 의해 시작됐으나 ‘사회주의적인 정책’이라며 외면당했던 전면 무상급식이 지금처럼 보편적으로 회자되기까지 8년이 걸렸다. 선언적 구호가 필요하면서도 냉철해야 하는 까닭이다. <한겨레>의 연중기획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의 교육 분야 정책 대안 평가에 참여한 7명의 전문가들은 진보정당이 제안한 정책의 방향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현실성 등에 대해서는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필요성에는 동의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한숭희 서울대 교수(교육학)는 “유럽의 국립대와 미국의 주립대 시스템처럼 고등교육의 척추로서 국립대 클러스터를 만들어 대학체제 개편의 신호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가 되면 중상위 30%를 흡수해 서열 경쟁의 상당 부분을 완화하는 완충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는 “단기적으로는 저항이 크겠지만, 장기적으로 국립대와 사립대의 경쟁구조를 구축해 국립대의 구조개편을 이룬다는 명분에서 지향해야 할 체제”라며 “재원 마련을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을 위한 정치권의 논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성 부족과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미숙 한국교원대 교수(교육학)는 “대학 서열 해체를 위한 노력으로서 의미가 있지만, 다수의 하위층 학생들이 가는 전문대와 지방 4년제 사립대의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며 “전문대는 지역 산업수요에 맞는 숙련 기술노동자를 배출하고, 지방 사립대는 사립고교처럼 재정지원을 한 뒤 엄격히 관리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대학을 평준화하겠다는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는 사회적 합의가 어려워 정책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국공립대 통합단과대 체제 역시 어떤 단과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또 대학 졸업 뒤엔 직업 선택에 따라 거주를 이동해야 해 경제적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입시·평가 개혁안
“사교육 제동·교육정상화 도움”
“중-고과정 통합 부작용 클것”


■ 학벌사회 해체와 노동환경 개혁안 긍정적인 의견이 조금 더 많았다. 김미숙 교수는 “민주노동당의 동일노동 동일임금제 확립과 양당이 함께 제시하고 있는 학력·학벌차별금지법은 노동시장에서의 뿌리깊은 학력차별 문제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진보신당의 지역균형 인재등용제도 역시 특정 대학 출신의 대학 교수 임용 비율을 제한하는 규정처럼 학벌주의 병폐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교육학)는 “한국 교육문제는 교육부문의 개혁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데, 학력·학벌차별금지법은 교육과 연계된 부문 중 가장 핵심적인 노동시장을 고려한 장치”라며 “지역균형 인재등용은 공무원 채용에만 한정하지 말고, 고용시장 전체로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 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반상진 교수도 “국가에 의한 적극적 ‘어퍼머티브 액션’(약자 보호 정책) 차원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반면 박부권 동국대 교수(교육학)는 “학벌이 아니라면, 일에 대한 적성과 수행능력, 노력 정도 등 업적에 따라 분배할 수밖에 없는데, 평가 대상자는 (평가자에게) 객관성과 투명성 등을 요구할 수 있어 대학입시의 폐해와 유사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학력·학벌에 따른 차별 철폐는 혁명 없이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광호 함께여는교육연구소장 역시 “진보적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회의적”이라고 평가했고, 한숭희 교수도 “정책을 생경하게 표현해 전체적인 진보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에 손상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 입시·평가 제도와 중등교육 체제 개편안 사교육 시장을 견제할 대안적 입시·평가 제도엔 긍정적 평가가 많았으나, 중등교육 체제 개편안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송인수 대표는 “절대평가와 서술형 평가방식을 도입한 민노당의 안, 관찰과 구술면접 평가가 중심이 되는 진보신당의 안은 중등교육 정상화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숙 교수는 “영어의 사교육비 비중이 가장 크다는 점에서 대입 영어과목을 폐지하자는 진보신당의 안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더 나아가 고용과 승진 과정에서의 무분별한 영어점수 요구도 제재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제 개편에 대해 반상진 교수는 “민노당의 통합초등교육과정과 통합중등교육체제 구축 방안은 학제 변화에 따른 사회적 저항 심리 등 선행문제를 해결한 뒤 반드시 정책 의제로 채택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상식 교수는 “통합초등교육과정은 현실적이고 시급한 정책”이라면서도 “다만 통합중등교육체제는 학생들이 인문계나 실업계 등 계열로 나뉘는 시기를 초등 직후로 앞당긴다는 점에서 세밀한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숭희 교수는 “통합중등교육과정 전환은 시대를 거스르는 방식”이라며 “고등학교는 대입 준비기관으로서의 현실적 필요성을 인정하고, 오히려 초등 6년과 중학교 3년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광호 소장은 “긍정적 효과 못지않게 부정적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중학교까지는 보편적 복지 차원의 의무교육으로 학습부진을 최소화하고, 고등학교에선 개인의 적성과 진로에 따른 수월성 교육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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