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2돌 기획 대논쟁]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26개대 ‘하나의 체제’ 묶어 공동으로 선발·학위수여
국공립대 무상교육 실현 사립대로 ‘학생 쏠림’ 제동
26개대 ‘하나의 체제’ 묶어 공동으로 선발·학위수여
국공립대 무상교육 실현 사립대로 ‘학생 쏠림’ 제동
3부 정책을 말하다-교육
② 진보정당의 정책 대안 누적 방문자 수가 160만명인 블로그 ‘독일 교육 이야기’ 운영자 박성숙(독일 아헨시 거주)씨는 지난 12일 ‘독일은 꼴찌와 일등이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입학할 수도’라는 글을 올렸다. 대학이 평준화한 독일에서 학생 대부분은 사는 지역에서 가까운 대학의 희망 학과에 입학하길 원하며, 몇몇 기초과학 분야 학과는 지원자가 항상 미달돼 독일의 대입 자격시험 ‘아비투어’만 합격하면 누구든 입학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대학 공부가 가능한지 기초 학력만 평가하는 아비투어는 불합격자가 거의 없으니, 결국 ‘꼴찌’와 기초과학 학과에 가길 원하는 1등이 같은 대학 같은 과에 다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그는 “독일 대학에서는 보통 입학생의 50%만 졸업한다. 독일 학생들에게 ‘공부는 언제 하냐’고 물으면, ‘대학 가서 한다’고 답한다”고 말했다. 결국 열쇳말은 대학 평준화다. 한국 사회에선 이런 교육환경이 그저 불가능한 꿈일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도 한국 교육개혁의 1순위 정책으로 대학 서열화 해체를 꼽는다. 두 당이 한목소리로 대학 서열화 해체를 위한 정책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의 개념과 두 당의 학벌사회 타파 방안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본다. 2009년 현재 한국의 4년제 대학 177곳 가운데 사립대는 151곳으로 전체의 85.3%에 이른다. 국립대는 24곳, 공립대는 2곳밖에 안 된다. 해방 이후 농지개혁 와중에 정부는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대지주들에게 토지를 학교재단으로 등록하면 농지개혁 대상에서 빼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땅을 잃을까 두려워하던 대지주들은 앞다퉈 사립학교를 설립했다. 더욱이 5·31 교육개혁안 발표 이후 사립대의 자율성은 지속적으로 커져왔고, 이제 그들의 탐욕은 통제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진보정당들은 대학 서열화 해체의 출발점을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로 잡고 있다. ■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의 개념 서울대를 포함해 전국 국공립대 26곳을 하나의 거대 대학 체제로 통합해 신입생을 공동 선발하고, 졸업 학위도 공동으로 주는 방안이다. 학생이 고교 내신과 대학입학자격시험 중 하나의 요건을 충족하면 국립대 입학 자격을 준다. 학생이 1~3지망을 정해 지원하면 거주지를 고려해 추첨으로 입학할 대학을 배정받는다. 대학에 입학하면 국립대 어느 곳에서도 학점을 이수할 수 있고, 졸업생에게 동등한 ‘국립대학 학위’(국가인증 졸업장 또는 국립대 공동학위)를 받을 수 있다. 프랑스 파리의 명문대학이던 소르본 대학이 이 체제로 국립대의 한 부분으로 바뀌어 ‘파리4대학’이 된 것처럼, 서울대도 ‘한국26대학’으로 명칭과 지위가 바뀔 수 있게 된다. 입학정원은 엄격한 학사관리에 따른 중도 탈락을 고려해 졸업정원의 150%로 책정한다. 치열한 공부는 대학에서 하는 체제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특히 대학 서열의 정점인 서울대의 경우 학부생 쏠림을 막기 위해 법대, 의대, 약대, 경영대 등 이른바 ‘인기 학과’들은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한다.
■ ‘국공립대 통합단과대 체제’ 방안 민주노동당은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민노당은 현재와 같이 지역별 종합대학체제가 유지되면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를 실시해도 지역 국립대 사이의 서열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 때문에 각 지역 종합국립대를 하나 또는 둘의 단과대로 재조직하는 ‘국공립대 통합단과대 체제’를 제안하고 있다. 예를 들면 부산대는 사회과학대, 전남대는 인문대 교육만으로 특화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서울대를 비인기 순수 기초학문 단과대로 만들면, 서울대 중심 서열화가 조금씩 해소될 수 있다고 민노당은 보고 있다. 손우정 민노당 새세상연구소 연구위원은 “우선 국립대들을 단과대 체제로 전환한 뒤, 사립대에 대한 국가지원을 점차 축소해 부실 사학은 퇴출하거나 국립대 체제로 흡수해 육성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무상 대학교육이 밑바탕 국공립대의 서열이 해체돼 서울대의 독점 지위가 사라지면 학생들이 사립 명문대로 쏠리지 않을까. 진보정당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국공립대 무상교육’을 제시했다. 민노당은 1년 등록금이 1000만원에 육박하는 사립대와 달리, 국공립대 등록금을 궁극적으로 ‘0원’으로 만들어 학생들의 선택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민노당은 1단계 방안으로 ‘소득연계형 등록금 상한제’를 제시했다. 가구 1년 수입의 12분의 1을 등록금 상한액으로 설정하는 정책이다. 이어 2단계에서는 기업분담금 또는 기업교육세를 부과하고, 이를 교육비로 전환해 국공립대 무상교육을 실현한다. 진보신당은 좀더 구체적인 일정표를 제시했다. 1단계에선 등록금을 가구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책정한다. 올해 국공립대의 1년 평균 등록금은 447만원 정도로 사립대(753만원)의 59.4% 수준이다. 이 금액을 바탕으로 추산하면, 소득 하위 10% 저소득층은 무상교육, 하위 2~3분위는 25%(111만원), 중하위 4~6분위는 50%(238만원)를 낸다. 2단계에선 고등교육세법을 만들어 국공립대 무상교육을 실시한다. 이를 위해 300대 대기업 법인세의 15%를 고등교육세로 부과하는 ‘양현고 특별회계’ 방안을 내놨다. 양현고는 고려와 조선시대 국립대인 국학과 국자감, 성균관의 무상교육 지원 기구다. 장석준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기업들이 대학 캠퍼스 안에 기업 명칭을 딴 건물을 짓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공적 재원으로 돌리도록 여론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2009년 현재 국공립대생 42만944명의 150%인 63만여명(전체 대학생의 31.8%)이 국공립대 네트워크에서 단계적으로 무상교육을 받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 두 정당의 견해다. 손우정 연구위원은 “결국 서울대 수준의 대학이 전국 곳곳에 생기는 대학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고, 이는 국토 균형발전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학벌사회 타파 대안은
학력·학벌 차별 금하고 어길땐 제재
채용·임금·승진 등 공정하게
‘동일노동 동일임금’ 확립해야 한국 사람들은 처음 만나 서로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대부분 다섯번째 질문 안에 출신 대학을 물어본다. 상대를 인식하는 틀이 ‘학벌’에 귀속돼 있다. 사람이 학벌에 의해 규정된다는 점에서, ‘현대판 신분제도’라 불릴 만하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학벌사회 타파를 위한 방안으로 ‘학력·학벌차별금지법’을 제시했다. 예시 법안을 보면, 모든 채용과 임금 수준 책정, 교육과 훈련, 인사 배치와 승진, 해고와 퇴직 등에 있어서 학력과 학벌을 이유로 차별이나 기회 제한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예외는 노동부 장관이 정한 ‘직무 관련 표준 학위수준’에 의한 경우로만 제한했다. 대학 교수나 전문 연구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법을 어길 경우 부과할 제재조처도 명시했다. 민노당은 예시 법안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진보신당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30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고 명시했다. 또 진보신당은 기업이 이를 따르지 않았을 경우에는 고등교육세를 추가 징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민노당은 아울러 근로기준법이나 비정규직법에 ‘동일노동과 동일임금’의 원칙을 확립해야 학벌에 의한 차별이 사라질 것이라고 봤다. 같은 직종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도, 학위 수준에 따라 임금과 기타 복지 등에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손우정 민노당 새세상연구소 연구위원은 “학력 차별 금지는 노동시장 진입 단계와 노동과정에서 나타나는 차별을 함께 금지해야 한다”며 “이미 법제화한 성별 또는 장애인 차별 금지와 일맥상통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진보신당도 비정규직 등 고용 형태에서 학력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기 때문에, 노동시장을 바꾸지 않으면 교육에 ‘투자’해 학벌을 확보하려는 국민 인식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진보신당은 학벌의 집중도가 가장 높은 고위 공직자 집단의 학벌 해체를 위해 ‘지역균형 인재등용 제도’를 제시했다. 장혜옥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이사는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와 연계해 고위 공직자 채용과 의사 자격증 시험, 각종 고시 등의 합격자 수를 지역의 인구 비례에 따라 할당하는 제도”라며 “특정 대학 출신의 공직자 비율이 10%가 넘지 않도록 조정하면 학벌사회 해체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한겨레 주요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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