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안지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문영세군과 김나영 교사. 서술형은 문장완성형 답안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교사의 첨삭과 조언, 학생의 복습(고쳐쓰기) 습관이 중요하다.
꼼꼼한 노트필기·꾸준한 독서가 바탕
평소에 문장 완성하기 훈련하면 좋아
묻는게 뭔지 문제 이해하는게 첫번째
핵심·유사어는 메모뒤 문장 만들때 이용
평소에 문장 완성하기 훈련하면 좋아
묻는게 뭔지 문제 이해하는게 첫번째
핵심·유사어는 메모뒤 문장 만들때 이용
중2 문영세군이 말하는 ‘중1 서술형 시험 준비법’
서술형·논술형 시험이 전국적으로 도입될 분위기다. 서울시교육청에 이어 얼마 전 부산시교육청도 중간·기말 등 정기고사 및 수행평가 등에서 서술형과 논술형의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중간고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 서술형·논술형이 특별히 두려운 학생들이 있다. 새로운 학교 분위기에 채 적응하지 못한 중학교 1학년생이다. 1년 전, 서울사대부중 2학년 문영세(15)군에게도 서술형 시험은 마냥 편한 시험이 아니었다. 문군은 “초등학교 땐 특별한 경시대회를 제외하고 서술형 문제를 풀어볼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일 년이 지난 지금, 문군은 학교 안에서 ‘서술형 시험의 강자’로 손꼽히고 있다. 정기고사에서 서술형 문제라면 늘 만점을 맞았던 문군에게 중학교 1학년생들이 알아둬야 할 서술형 시험 준비법을 들어봤다.
“(가)에 제시된 ‘벽’의 함축적 의미를 밝히고, (나)와 (다)의 매체에 담긴 의미를 고려하여 (가)의 화자가 바라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서술하시오.” 지난 12일, 기자는 문군 앞에 예고 없이 서술형 문제 하나를 내밀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배포한 서술형 평가 관련 자료집의 2학년 대상 국어 예시문항이었다. (가) 지문으론 ‘88 올림픽 공식 가요’의 가사, (나), (다)의 자료로는 각각 (가)와 연관성이 있는 편견에 관한 공익광고, 차별에 관한 만평이 주어졌다.
서술형에서 첫째로 중요한 건 ‘주어진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었다. 문군은 “서술형 문제가 주어졌을 때 문제를 차분히 읽어보고, 묻는 게 뭔지를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꼼꼼하게 읽어야 할 건 문제만이 아니다. 서술형에선 보통 출제자가 요구하는 답의 ‘조건’과 ‘배점’이 주어지는데 학생 입장에선 이런 조건에 주어진 단어 등을 답안 작성 때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실제로 문군은 문제와 함께 조건과 배점 부분에 제시된 몇몇 단어에 표시를 해가며 서술형 답안을 작성해나갔다. ‘‘벽’의 함축적 의미에 배점을 준다’, ‘차별, 화합, 차이 등의 단어를 이용할 것’이란 조건 부분엔 밑줄과 동그라미 표시가 돼 있었고, 문군은 그 옆에 여기 나온 단어들과 유사한 단어인 ‘편견’이란 말을 적어놓기도 했다. 문군은 “이렇게 핵심이 되는 단어들과 비슷한 의미의 단어를 적어두고, 나중에 문장을 쓸 때 참고하거나 이용하면 좋다”고 했다. “야! 이거 만점이네!” 채점을 맡은 같은 학교 국어과 김나영 교사는 “주어진 조건에도 잘 들어맞았고, 주어진 단어뿐 아니라 이와 유사한 적절한 단어를 넣어서 자신이 이해한 것을 잘 정리했다”고 했다.
물론 문제와 조건, 배점만 잘 읽는다고 서술형이 술술 풀리는 건 아니다. 시험 때 문제에서 요구하는 것과 주어진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수업 시간에 철저하게 집중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학교의 서술형 문제는 철저하게 수업시간에 다룬 것에서 출제되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단순히 수업 자체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교사가 강조한 것 위주로 노트 필기를 잘 해두는 게 좋다”고 했다. 실제로 문군은 “노트 필기를 기초로 선생님이 강조하신 것 위주로 복습을 철저히 하고 있고, 시험 땐 복습했던 것 위주로 공부를 한다”고 했다. 서술형이 확대되면서 지레 겁먹고 사교육 시장을 알아보는 부모들도 있지만 수업에 집중하도록 잠 한 시간을 더 재우고, 노트 필기와 복습을 돕는 게 훨씬 효과적이란 얘기다.
문군을 서술형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준 일상적인 습관도 몇 있다. 흔히 서술형 강자라고 하면 단순히 글쓰기를 많이 해왔을 것 같지만 문군은 “글쓰기 이전에 말하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말하기 습관을 들인 데는 일곱 살 터울 대학생 누나의 영향이 컸다. “대학생 누나가 있는데 어떤 주제를 놓고 서로 찬반 방식으로 편하게 토론을 자주 해요. 얼마 전엔 학생한테 휴대폰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토론했어요. 전 찬성 입장이었고, 누나는 반대 입장이었는데 제가 졌죠.”(웃음) 문군은 “말을 하기 위해 우선 말할 것들을 생각하고, 입말체로 쭉 정리해보는데 그 과정에서 논리력도 생기고, 문장력도 늘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물론 특별한 계기 없이 매번 일상적인 토론만 반복할 순 없었다. 문군은 “평소 각종 말하기, 토론 대회 등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가해서 정식으로 말하기, 쓰기 경험을 가져보면 경험도 되고 자신감도 생긴다”고 했다. 여기에 꾸준한 독서와 시사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 등으로 쌓아둔 배경지식은 문군의 글을 풍부하게 해줬다. “아까 푼 문제에서 88올림픽 공식 가요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려면 그것에 관한 정보나 배경지식이 있어야 하고, 그런 게 있을 때 글이 풍부해지잖아요. 평소 뉴스나 텔레비전, 신문도 많이 접하려고 하고, 하루 한 권 정도 책을 읽는 습관은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서술형 준비가 학생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은 절대 아니다. 문군이 원고지가 두렵지 않은 서술형 강자가 된 데는 학교 차원에서의 노력과 도움도 있었다. ‘사범대학교 부설’이라는 학교 특성 때문에 문군의 학교는 몇 년 전부터 서술형을 연구해왔고, 실제 정기고사에서 서술형 문제를 내오고 있다. 단순히 평가에 서술형을 도입한 것만이 아니었다. 김 교사는 “서술형은 훈련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며 “1학년 때는 핵심 단어 써보기, 단어를 넣어 문장 완성하기, 한 문장을 두 문장 이상으로 써보기 등의 훈련을 일상적으로 시킨다”며 “이렇게 하다 보면 지은이의 생각을 적어보라는 말에 ‘한글 반포 반대’라고 적던 아이가 어느 날 “지은이는 한글 반포를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무엇 때문입니다”라고 이유까지 정리한 글을 쓰게 된다”고 했다. “물론 빠른 시일 안에 되는 건 절대 아니죠. 1학년 때 성적은 반영이 안 되니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할 것 없고, 시험을 보면서 훈련을 계속하는 게 좋을 겁니다.”
서술형 준비에서 방점을 찍을 마지막 대목은 오답노트 정리다. 서술형의 오답노트는 쓴 글을 계속해서 고쳐 쓴 노트다. 김 교사는 “보통 답안지에 왜 감점이 됐는지 이유를 적어주는데 그것에 맞춰 글을 고쳐서 써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글은 혼자 쓰는 것보다 남의 글을 통해 배우는 면이 큰 만큼 시험이 끝난 다음 잘한 사례, 못한 사례 등을 함께 보며 학생에게도 채점해볼 기회를 주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서술형 준비에서 방점을 찍을 마지막 대목은 오답노트 정리다. 서술형의 오답노트는 쓴 글을 계속해서 고쳐 쓴 노트다. 김 교사는 “보통 답안지에 왜 감점이 됐는지 이유를 적어주는데 그것에 맞춰 글을 고쳐서 써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글은 혼자 쓰는 것보다 남의 글을 통해 배우는 면이 큰 만큼 시험이 끝난 다음 잘한 사례, 못한 사례 등을 함께 보며 학생에게도 채점해볼 기회를 주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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