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술형 시험 ‘모의테스트’ 해보니
서울교육청 초등까지 시험 확대, 반영비율도 높여
학생·학부모들 혼란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
채점 공정성 논란으로 교과서 암기 수준에 그쳐
서울교육청 초등까지 시험 확대, 반영비율도 높여
학생·학부모들 혼란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
채점 공정성 논란으로 교과서 암기 수준에 그쳐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문을 읽고, 표의 문자에서 표음 문자로 발전하게 된 이유를 100자 안팎으로 써보라”는 국어 문제. 연필을 한참 굴리며 고민하던 은평구 ㅈ중 ㄱ양이 겨우 한 문장 적었다.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도 각 문자의 의미를 외워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교사가 채점기준표에 따라 채점해본 결과, 이 서술형 문제에서 ㄱ양은 2점을 받았다. ‘불편함’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긴 했지만 채점기준표에서 원하는 글자수를 채우지 못했고, 예시답안과 덜 유사한 답안인 탓이었다. 학교에서 서술형 시험을 치러보긴 했지만 이 서술형 문제는 그간 ㄱ양이 풀어본 문제와는 전혀 달랐다. “100자 이내로 쓰라고 하는 건 처음 봤어요. 근데 시험 볼 때 원고지를 주나요?” <함께하는 교육>은 지난 3월5일부터 8일까지 서울에 사는 중학생 59명, 고등학생 7명 등 66명을 대상으로 서울시교육청에서 발표한 ‘창의성 계발을 위한 평가 개선 기본 계획’(이하 ‘평가 개선 계획’)의 예시문항으로 모의테스트를 해봤다. 교육청에서 낸 채점기준에 따라 만점인 5점을 맞은 학생은 11명, 0점을 맞은 학생은 14명이었다. 원고지를 하나도 채우지 못하고 백지를 낸 학생도 3명 있었다. 이런 서술형 시험은 학생들에게 곧 다가올 ‘현실’이다. 지난 2월23일 나온 서울시교육청 발표를 보면 서울시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올해 중간고사부터 이런 서술형 문제를, 수행평가에선 논술형 문제를 맞닥뜨리게 된다. ‘서술형’이란 말을 낯설어하진 않았지만 막상 시험을 치러본 학생들은 ‘서술형’의 개념 혼란을 겪고 있었다. 이미 2007년도부터 서울시교육청은 중·고교에서 주요 과목 내신시험 문항 가운데 50%를 서술형을 포함한 서답형으로 출제하도록 했지만 많은 학교들이 ㄱ양의 학교처럼 선택형, 단답형, 완성형 위주로 문제를 출제하면서 이것이 서술형 문제처럼 인식이 굳어진 탓이다. 하지만 2010년부턴 단답형·완성형을 제외한 순수 서술형 문항의 반영 비율이 높아진다. 당장 중간고사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소식을 들은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 아직 시험을 치러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막연한 불안도 감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부모는 “아들이 중3인데 남자 아이라 그런지 글을 잘 못 쓴다”며 “준비도 안 된 아이라 과외를 더 시켜야 하나 걱정이다”라고 했다. 양천구 목동의 한 학부모는 “서술형 몇 줄 쓰는 걸로 창의력이 향상되는지 의문”이라며 “목동엔 서술형 학원이 벌써부터 나와 있었는데 사교육이 더 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은 서술형에 대한 개념의 혼란을 겪고, 교사들은 평가의 객관성을 여전히 걱정한다. 하지만 곧 다가오는 중간고사부터 서울시 지역 학생들은 서술형 시험을 치러야 한다. 사진은 모의테스트를 한 4명의 시험지와 점수. 5점이 만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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