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연합 명상동아리 소자운의 회원 허민진, 김연은, 김주영씨.(왼쪽부터)
명상예찬 대학생 3인방
“다시 돌아온다면? 당연히 한 시간 덜 자고, 명상하겠죠. 물론 잠도 제대로 잘 거예요. 친구들 분위기 때문에 덩달아 안 잔 거지, 잠 줄인다고 공부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도 당연히!”
김주영(24·동국대 한의학과 본과 3)씨의 말에 김연은(19·이화여대 서양화과 2)씨와 허민진(24·가톨릭대 심리학과 4)씨가 입을 모았다. 세 사람은 4년 전에 결성된 대학생 연합 명상동아리 ‘소자운’(www.sojawoon.org)의 회원들이다. 수련원 ‘수선재’를 다니다 모이게 된 이들은 지난해 여름방학 때 마련한 성신여대 앞 동아리방에서 정기적으로 모여 명상을 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모이는 인원은 9명 정도지만 전국적으로는 30~40명의 대학생들이 활동한다.
이들을 엮은 실은 학교도, 종교도 아닌 ‘명상’이었다. 연은씨는 고2 때 입시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심하게 앓던 중 부모의 추천으로 명상을 접하게 됐다. “인터넷에 올라온 정신과 자가진단 검사를 해보면 심각한 수준으로 나올 정도였어요. 불안 증세가 심해서 청소년 상담센터 등에서 비싼 돈 주고 상담도 받았는데 평소 명상을 하시던 부모님 설명에 따라 명상을 하면서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졌죠.” 그는 “시험장에 가기 전 20일 정도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명상 등을 했는데 정말 편한 마음으로 시험을 치른 게 아직도 기억난다”고 했다. “물론 수시에 합격하고도 내가 학교에서 뒤떨어지지 않고 열심히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명상캠프에 참여했고, 이렇게 대학 연합 동아리에서까지 활동하게 됐죠.”
주영씨와 민진씨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때로 기억하는 삼수 시절, 명상을 만났다. 주영씨는 입시에 두 번 실패하고, 2005년에 다음 입시를 준비하면서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의 불화가 심해졌다. “부모님이 생각해주신다고 집을 학원 근처로 옮겨주셨는데 정말 잠깐도 다른 곳을 보기가 힘들었어요. 학원과 집을 오가는 생활이 계속되니까 늘 답답했죠. 해소할 곳이 필요했던 차에 명상하는 수련원을 찾게 됐는데 그곳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었죠.” 민진씨는 “처음엔 정신건강보단 몸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명상을 하게 됐다”고 했다. “하루 15시간 이상 공부를 하니 쓰러지죠. 결국 몸이 되돌릴 수 없는 지경까지 허약해져서 삼수까지 하게 됐는데 그땐 마음도 마음이지만 몸을 챙기고 싶었어요. 의지를 갖고 해도 안되는 상황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마침 우연히 동네에 명상 수련관 전화번호를 보게 되면서 명상과 만났죠. 건강도 찾고, 학교도 진학했습니다.”
명상을 하면서 눈에 띈 변화는 성적이었다. 민진씨는 “4~5등급에서 1~2등급으로 올랐다. 몸을 고치려다가 잘 안됐는데 마음을 고치니 몸도 좋아지고, 공부도 술술 풀린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학력만이 아니죠. 전 명상 덕에 진로를 찾았거든요. 그 전엔 단순히 안정적이고, 제가 좋아하는 음악 분야와 연계해 공부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초등교육과 진학을 꿈꿨는데 명상하면서 상담 분야가 저와 맞는다는 걸 알았어요. 지금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상담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주영씨 역시 “성적만큼 소중한 걸 얻었다”고 했다. “사실 삼수를 하고 있으니 부모님께 죄송스럽잖아요. 불편하기도 하고. 한 번도 그런 말해 본 적이 없는데 ‘어머니 힘드시죠?’라고 했던 것 같아요. 명상이라는 게 눈을 감고 생각한다는 건데요. 명상을 하면 자신을 바라보면서 내 생각이 뭐고, 내 문제는 뭐고 등을 생각하게 됐죠. 명상의 효과가 여러 가지 있지만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게 해줘서 에너지를 회복시켜 준다는 게 청소년들에겐 매우 좋은 것 같아요.”
흔히 명상에 대해 종교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주영씨는 “종교가 다른 누군가에 의탁한다면 명상은 시선이 나에게 향해 있다”고 했다. “저도 경험해봤으니 잘 알죠. 우리나라에선 청소년기에 지식만 주입하잖아요. 어떤 게 잘 사는 거고, 사랑은 어떻게 하는지, 나는 뭘 좋아하는지 등을 생각해보기 힘들죠. 청소년들에게 진로를 찾는 과정으로서도 명상을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세 사람은 “가장 편안한 시간에 잠깐이라도 짬을 내 긴 호흡으로 명상을 해보라”고 권했다. 민진씨는 덧붙여 “명상과 함께 일기를 꾸준히 쓰면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된다”며 “대학생이 된 지금도 그걸 펼쳐보면 감회가 남다르고, 내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를 설계해보게 된다”고 했다.
지난해 소자운 회원들은 ‘나를 찾아가는 명상캠프’라는 주제로 제1회 전국대학생청소년활동프로그램공모전(보건복지가족부 주최, 한국청소년진흥센터 주관)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또 인천 산곡고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명상 강의도 맡았다. 회원들은 “청소년과 관련해 수련관이나 템플스테이 등에서 명상 프로그램이 생기고, 관심도 많아지는 게 반갑다”며 “앞으로 소자운에서도 청소년 대상의 캠프 등을 활발하게 실시해볼 예정이다”라고 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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