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미래>의 현장인 라다크를 방문한 이재근씨는 지난해 7월26일 책 저자인 헬레나씨(사진 오른쪽)를 만날 수 있었다. 이씨는 이것이 인연이 되어 그해 10월 모교인 포항공대에 그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었다. / 이재근씨 제공
초등 선생님 영향, 환경문제 심각성 인식
라다크서 헬레나씨 만나 미래희망 발견
“대학원 진학해 자연과학적 환경연구 할것”
라다크서 헬레나씨 만나 미래희망 발견
“대학원 진학해 자연과학적 환경연구 할것”
창의적 인재가 말한다 /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이재근씨
“‘환경’은 제 인생의 화두예요.”
대학 졸업을 앞둔 이재근(22)씨는 국제연합환경계획(UNEP)과 바이엘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국제환경포럼 ‘에코 마인드’(Eco Mind)에 참가하기 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담담하게 말했다.
스물두 살 된 그가 ‘환경’이란 화두를 붙잡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첫 번째 계기는 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재밌었다”고 기억하는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대구로 전학 온 그는 ‘열렬한 환경운동가’이신 최선화 선생님을 만났다. 최 선생님은 기회 있을 때마다 반 아이들에게 환경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주셨다. 최 선생님은 무엇보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알루미늄 포일, 나무젓가락, 종이컵 등 일회용품이 환경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자세히 보여주시며, 가급적 사용하지 말자고 당부하셨다. 이씨는 “이때부터 환경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 계기는 장래 진로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고등학교 1학년 때 찾아왔다. 당시 이씨의 부모님께선 한의사가 되길 원하셨다. 그러나 평소 “근본적인 일을 하고 싶었던” 그는 ‘사람을 살리는 일’보다 ‘지구를 살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포항공대 화학공학과에 진학하게 됐다. “저도 처음엔 잘 몰랐어요. 대학 입학을 앞두고 쓴 자기소개서를 보고 학원 선생님께서 화학공학을 권하셨죠. 그런데 와서 배워보니 화학공학은 환경 문제를 다루는 데 효과적인 틀을 제공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예를 들면 지구온난화는 탄소 순환 과정에서 발생한 거죠. 화학공학의 주요 분야인 열역학, 유체역학, 반응공학 등은 모두 탄소 순환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지식들을 제공한답니다.” ‘왜 화학공학을 선택했냐’는 질문에 이씨는 이렇게 답했다.
2005년 대학생이 된 그는 입학하자마자 과 선배들과 함께 환경동아리 ‘SAVE’(Students as a Voice for Environment)를 만들었다. 동아리 모임을 하면서 환경 관련 공부도 하고, 학교 내 친환경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캠페인도 벌였다. 그러나 그는 대학생이 됐지만 환경 문제에 대한 지식이나 실천 방법이 초·중등 시절과 별반 다름이 없다는 한계에 직면했다. 2007년 동아리 모임 회장이 된 이씨는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 막막해하던 차에 유명한 환경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를 읽게 됐다. 이 책은 그에게 환경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의 근원엔 세계화(글로벌 경제화)가 있음을 깨닫게 됐어요.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현 서구자본주의로는 환경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된 거죠”라고 말했다.
‘기회는 눈 뜬 자에게 찾아온다’고 했던가? 이씨는 2007년 이후로 환경 분야에 관심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폭넓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들을 놓치지 않았다. 2007년 7월엔 환경운동연합과 한국바이엘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바이엘 환경대사’에 위촉돼 전국 각지에서 모인 대학생들과 함께 여름 캠프에 참여할 수 있었다. 또 그해 여름엔 영국 런던대학교의 17개 칼리지 가운데 하나인 SOAs(the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에서 계절학기 수업으로 ‘환경과 개발’ 과목을 수강하며 환경문제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다음해인 2008년 8월엔 환경재단이 연 ‘그린 아시아’란 프로그램에 포항공대 동아리 선배들과 함께 참여했다. “저희들은 <오래된 미래>에 등장하는 생태마을이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책이니까 과장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 보았어요. 직접 가서 확인하고 싶었죠. 그런데 마침 환경재단에서 기회를 주더군요. 대학생이나 시민단체 환경운동가들의 현장연수 프로그램인 ‘그린 아시아’ 신청 접수를 하는 거예요. 저희는 ‘이때다!’ 싶어 바로 제안서를 냈죠. 운이 좋게도 저희 팀이 뽑혀 라다크를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서구화의 물결을 적절히 받아들이면서도 자연친화적인 전통문화들을 잘 보존하고 있는 그곳에서 미래사회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죠. 또 라다크에 머무는 동안 <오래된 미래>의 저자인 헬레나씨도 만날 수 있었어요. 급진적 성향의 투사일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여유와 웃음이 가득한 이웃집 할머니 같았어요.” 이씨는 당시 라다크를 방문한 소회를 짤막하게 전했다. 이씨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올 가을에 대학원에 진학해요. 화학공학을 계속 전공하게 되죠. 현재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선 인문사회적 접근뿐 아니라 자연과학적 분석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공부하려고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제연합환경계획이나 국제연합개발계획(UNDP)에서 일하고 싶어요.” 다중지능 이론으로 널리 알려진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그의 책 <열정과 기질>(Creating Mind)에서 20세기를 빛낸 7명의 창의적 인재들의 삶과 업적을 연구한 결과, 창조성엔 ‘10년 법칙’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연구한 창의적 인재들은 대체로 처음 10년 동안 준비기를 거친 뒤 10년 동안 창조성을 발휘하고 나서, 그다음 10년 동안 그 창조성을 다른 분야로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지구를 살리는 일’에 관심을 쏟아온 이재근씨가, 앞으로 10년 동안 당면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창조성을 발휘할지 사뭇 기대된다. 조동영 기자 ijoe0691@hanedui.com
‘기회는 눈 뜬 자에게 찾아온다’고 했던가? 이씨는 2007년 이후로 환경 분야에 관심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폭넓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들을 놓치지 않았다. 2007년 7월엔 환경운동연합과 한국바이엘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바이엘 환경대사’에 위촉돼 전국 각지에서 모인 대학생들과 함께 여름 캠프에 참여할 수 있었다. 또 그해 여름엔 영국 런던대학교의 17개 칼리지 가운데 하나인 SOAs(the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에서 계절학기 수업으로 ‘환경과 개발’ 과목을 수강하며 환경문제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다음해인 2008년 8월엔 환경재단이 연 ‘그린 아시아’란 프로그램에 포항공대 동아리 선배들과 함께 참여했다. “저희들은 <오래된 미래>에 등장하는 생태마을이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책이니까 과장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 보았어요. 직접 가서 확인하고 싶었죠. 그런데 마침 환경재단에서 기회를 주더군요. 대학생이나 시민단체 환경운동가들의 현장연수 프로그램인 ‘그린 아시아’ 신청 접수를 하는 거예요. 저희는 ‘이때다!’ 싶어 바로 제안서를 냈죠. 운이 좋게도 저희 팀이 뽑혀 라다크를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서구화의 물결을 적절히 받아들이면서도 자연친화적인 전통문화들을 잘 보존하고 있는 그곳에서 미래사회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죠. 또 라다크에 머무는 동안 <오래된 미래>의 저자인 헬레나씨도 만날 수 있었어요. 급진적 성향의 투사일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여유와 웃음이 가득한 이웃집 할머니 같았어요.” 이씨는 당시 라다크를 방문한 소회를 짤막하게 전했다. 이씨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올 가을에 대학원에 진학해요. 화학공학을 계속 전공하게 되죠. 현재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선 인문사회적 접근뿐 아니라 자연과학적 분석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공부하려고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제연합환경계획이나 국제연합개발계획(UNDP)에서 일하고 싶어요.” 다중지능 이론으로 널리 알려진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그의 책 <열정과 기질>(Creating Mind)에서 20세기를 빛낸 7명의 창의적 인재들의 삶과 업적을 연구한 결과, 창조성엔 ‘10년 법칙’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연구한 창의적 인재들은 대체로 처음 10년 동안 준비기를 거친 뒤 10년 동안 창조성을 발휘하고 나서, 그다음 10년 동안 그 창조성을 다른 분야로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지구를 살리는 일’에 관심을 쏟아온 이재근씨가, 앞으로 10년 동안 당면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창조성을 발휘할지 사뭇 기대된다. 조동영 기자 ijoe0691@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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