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의 변신’ 수업에서 이미지를 조합하는 학생. 김양희 교사 제공
의미없이 그리고 듣는 교육서 탈피
생각하고 표현하는 방식 ‘진화중’
생각하고 표현하는 방식 ‘진화중’
음악 연주회나 미술 전시회에 자녀의 손을 잡고 나서는 부모가 많다. 10대 청소년을 위한 부모의 예술교육이다. 그러나 예술교육은 공연 관람이나 체험이 전부가 아니다. 물론 부모 세대가 경험한 실기 위주의 음악·미술 수업도 진짜 예술교육은 아니다. 그렇다면 21세기를 살아야 할 자녀를 위한 예술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최근 미술 교사들은 미술 교과를 시각적인 이미지를 제대로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시각문화예술 교육’으로 접근하는 추세다. 김양희 부천 상동고 교사가 ‘이미지의 변신’이라는 주제로 하는 수업이 그렇다. 자기 얼굴 사진을 부위별로 해체한 뒤 새롭게 조합해보면서 개인이 시각적인 이미지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정보의 왜곡을 배운다. 김 교사는 “지금 학생들이 제일 많이 접하는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의 세계는 가상의 세계인데 그 안에서 이미지가 왜곡, 변형, 복제 등을 거치지만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가르치는 수업은 없다”며 “예전에는 그리는 훈련을 했지만 최근에는 보는 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새로운 미술 수업은 입시가 코앞에 닥친 고3 수험생들도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상동고 3학년 정승하 양은 “의미 없이 따라 그리기만 하는 수업이 아니고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수업이라 좋다”며 “수능이나 논술도 결국 생각이 깊어야 잘할 수 있는 시험인데 그런 점에서는 입시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양희 교사는 경기 지역 10여명의 교사들과 함께 <시각문화교육 관점에서 쓴 미술교과서>를 연구하는 소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대안’ 미술 교과서로도 불리는 이 책은 전국미술교과모임과 문화연대 시각문화교육 분과의 교사 60여명이 2002년부터 6년 동안 작업해 지난해 펴냈다.
노혜정 인천 진산중 교사의 음악 수업은 표현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수업이다. 그는 ‘민요 개사하기’를 수행평가로 치르는데 평가항목이 크게 다르다. 음정, 박자, 리듬을 얼마나 잘 맞추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자기 일상과 고민을 얼마나 잘 표현했느냐가 평가의 초점이다. 그는 “클래식이나 대중가요의 자기표현은 굉장히 고도화돼 있는 반면 민중의 즉흥적인 자기표현인 민요는 학생들이 따라하기 쉽다”며 “사회에서 점점 국영수 등의 지식이 아니라 사고력이나 창의력 등의 능력이 중시되는데 학교에서 음악이나 미술 교과 등을 통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이런 능력을 계발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실기뿐만 아니라 비평, 이해, 역사, 철학을 아우르는 예술교육을 통해 학업성취도가 향상된다는 연구도 있다. 유네스코 보고서인 <예술이 교육에 미치는 놀라운 효과>(앤 뱀포드 지음, 한길아트 펴냄)를 보면 여러 나라가 제출한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대한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문학의 경우 18~24% 범위로 평균 22% 향상을 보여주었다. 수학에서는 각기 다른 연구에서 3~15%의 향상을 보였으며, 평균 향상은 6%였다.”
이 책을 번역한 백령 경희대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문화예술교육지원법 제정이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설립 등으로 사실 음악·미술 등의 예술교육이 21세기형 인재를 길러내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데는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며 “이제 예술은 재능 있는 소수의 전유물이거나 공부에 소질이 없는 학생들의 차선책이 아니라 다수의 아이들이 표현력과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보편 교육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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