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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화창한 봄날 아이 손잡고 ‘체험학습’ 떠나요

등록 2009-05-10 14:53

아이들이 주도하는 체험학습이 효과가 좋다. 부모는 훌륭한 조력자 구실에 그쳐야 한다. 사진은 색체험전에 참여한 어린이들.  강재훈 선임기자 <A href="mailto:khan@hani.co.kr">khan@hani.co.kr</A>
아이들이 주도하는 체험학습이 효과가 좋다. 부모는 훌륭한 조력자 구실에 그쳐야 한다. 사진은 색체험전에 참여한 어린이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대화 통해 자녀 관심분야 반영한 계획 세워야
준비물 꼼꼼히 챙기고 활동뒤엔 보고서 작성을
봄철, 자녀를 체험학습에 보내려는 부모들의 마음은 바빠진다. 체험학습은 책이나 수업시간에 배운 지식을 실제 현장에서 경험해 보는 알짜배기 공부법이다. 체험을 통해 배운 지식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된다. 또 아이의 적성과 관심을 개발하는 데도 안성맞춤이다. 김정주 모든학교 체험학습연구소장은 “요즘 아이들의 생활 반경이 학교와 학원, 집 등으로 좁기 때문에 많은 것을 보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폭넓은 시야를 갖기가 어렵다”며 “주말 등을 이용해 교외나 지방으로 체험학습을 떠나는 것은 아이의 정서 발달과 학습 동기 자극에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체험학습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어도 어디에 어떻게 가야 할지 막막하다. 둘러봐야 박물관, 미술관, 전시회 등 뻔한 곳들만 보인다. 가서 뭘 보고 뭘 체험해야 하는지도 고민이다. 그렇다고 비싼 돈 들여 캠프에 보내는 것도 부담스럽다. 체험학습을 준비하면서 점검해야 할 것들을 정리했다.

아이와 함께 계획 세우기

효과적인 체험학습의 첫 단추는 계획부터 정리 단계까지의 모든 과정을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것이다. 교육적인 효과를 바라는 욕심에 부모가 일방적으로 정하면 아이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계획을 세울 때부터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볼지 아이와 함께 의논한다. 평소에 아이가 관심을 두는 주제 또는 책이나 영화를 통해 궁금해하는 분야를 선택하면 훨씬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미술관 갈까?’ ‘식물원 갈까?’ 식으로 즉흥적으로 정하지 말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계절이나 월별로 1년치 주제를 미리 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계획에 맞춰 신문이나 잡지 등에서 정보를 수집해 오려 붙이면 아이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 효과적이다.

장소, 아이의 관심사가 우선

부모들이 신문이나 인터넷을 뒤지며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어디를 가면 좋을까’이다. 체험학습은 꼭 먼 곳에서 ‘1박 2일’을 보내며 유명한 곳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다.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자주 가는 집 근처 도서관이나 박물관, 공원, 재래시장 등 주변에도 체험학습 장소는 널려 있다.

박물관은 대부분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항상 운영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매달 봉화 닭실마을, 안동 가일마을 등으로 테마 체험여행을 떠난다. 참가비가 싸고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서울 역사박물관도 염색, 민화, 영화상영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고, 서대문 자연사박물관은 연중 산, 바다, 동물, 식물 등 생태 관련 전시회를 열고 있다.

아이가 저학년이라면 걷거나 보는 것만으로는 흥미를 잃기 쉬우므로 직접 만져보거나 참여할 수 있는 곳을 고른다. 얼마 전 문을 연 서울과학관 같은 과학체험관이나 서울 근교에 있는 여러 생태공원에는 아이의 오감을 자극하는 것들이 많다.


고학년이라면 되도록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를 존중해 선택한다. 고학년은 사회나 과학 과목의 주제가 다양해지고 점점 어려워지므로 교과과정을 따라가는 체험학습도 괜찮다. 분야별 전시관, 조상의 의식주와 생활상을 파악할 수 있는 민속박물관, 정치와 재판이 이뤄지는 국회나 법원 등을 돌아다니다 보면 쑥쑥 커가는 자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체험학습 정보 사이트
체험학습 정보 사이트

주제 따라 준비물도 다르게

체험학습 준비물은 주제에 따라 다르게 마련한다. 사진기와 필기도구, 관련 책과 간식은 필수. 평소보다 많이 걷게 되므로 신발과 옷차림은 되도록 편한 것으로 갖춘다. 또 역사, 자연, 과학, 농사 등 체험 주제에 따라 관련 시대 상황이나 역사 속 인물, 자연현상, 과학 원리 등의 자료를 알고, 챙겨가면 효과적이다. 홈페이지 등을 찾아 관람 및 체험 프로그램이나 해설사의 안내 유무 등을 미리 알아보고 필요하면 예약을 해두자. 단체 체험활동에 참여한다면 해당 단체가 믿을 만한지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부모부터 적극적으로 참여

체험활동은 참여의 적극도에 따라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보고만 올 수 있고,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부모는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아이의 학습 도우미가 되는 것이므로 꼼꼼히 준비해 여기저기 헤매거나 시간을 놓치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홍보물이나 안내서를 챙기고, 동선을 짜자. 아이의 수준이나 관심사와 동떨어진 곳이라면 과감히 관람 코스에서 빼는 게 낫다. 한번에 모든 것을 얻는다는 욕심은 금물. 느긋하고 즐겁게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효과가 크다. 메모에만 매달리지 말고 활동 자체를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

체험 후 활동

요즘 소풍을 다녀온 저학년조차도 간단하게 체험활동 보고서를 쓰는 학교가 많다. 보고서라는 형식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단지 가족과 놀러간 게 아니라 무얼 보고 느꼈는지 배움의 연장임을 강조하며 일기글 정도로 솔직하게 쓰도록 유도한다. 사진, 안내 홍보물이나 입장권, 보고서를 따로 묶어 파일에 보관하면 유년시절의 훌륭한 ‘체험학습 앨범’이 된다. 한두 번 하다보면 아이가 재미를 느껴 스스로 스크랩도 하고, 계획을 짜기도 한다.

보고서는 되도록 자유로운 형식이 좋다. 일기나 가상 인터뷰, 그림, 지도 등 자녀가 원하는 형식으로 표현해 보게 하자. 다만 막연히 재미있다, 신기하다 정도로 쓰기보다는 자신의 실수나 재미있었던 일, 인상에 남는 볼거리 등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어두는 게 체험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윤현주/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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