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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조앤 롤링도 어린시절에는 이야기꾼이었대

등록 2009-02-01 16:40수정 2009-02-01 16:47

조앤 롤링도 어린시절에는 이야기꾼이었대
조앤 롤링도 어린시절에는 이야기꾼이었대
‘전국이야기대회’ 입상자들은 어떨까




커버스토리 /

<해리 포터 시리즈>의 조앤 롤링은 영국 웨일스의 시골 마을에서 어른들이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벗 삼아 유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사춘기 시절, 그는 점심시간이면 친구들을 모아놓고 끝도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던 천부적인 이야기꾼이었다. 300조원이 넘는 부가가치를 창출한 <해리 포터 시리즈>의 탄생을 예고한 그의 어린 시절에는 ‘이야기’가 있었다. ‘제9회 전국이야기대회’ 입상자들과 비슷한 점이다.

“재미없는 이야기도 재미있게 하는 소질이 있어요. 쉬는 시간이면 항상 주변에 친구들이 몰려드는 아이가 해정이에요.” 고등부 한빛상을 받은 김해정(17·부산 성모여고)양의 친구가 한 말이다. 그는 지도교사의 인솔을 받는 대신 친구 넷을 인솔해 왔다. 이야기꾼의 자질은 또래들이 먼저 알아본다. 심사위원들이 뽑는 상 말고 대회를 참관한 청중들이 인기투표를 해 뽑는 ‘청중상’ 역시 김양한테 돌아간 이유다.

재미없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데는 입담이 필요하다. 심사위원들의 평가 잣대에도 말솜씨가 들어 있다. 말솜씨는 100점 가운데 15점을 차지한다. 중등부 한빛상을 받은 이주현(15·경북 문경중)군은 특히 독특한 어휘를 쓰는 입담이 돋보였다. 그는 영화 대사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화에 빠져 살았어요. 지금도 일주일에 서너편씩은 영화를 챙겨 봐요. 특히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데 일본 사람들이 쓰는 한자어를 평소에 쓰면 생소하지만 재미있죠.” <한겨레>의 목요섹션 `이에스시’(esc) 가운데 걸출한 입담을 자랑하는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와 ‘한동원의 적정관람료’를 애독하는 것만 봐도 그의 이야기가 지니는 매력이 엿보인다.

재미있게 말하는 솜씨로 인기 ‘짱’
독특한 어휘 즐겨쓰는 입담 자랑
대가족과 살아 이야기 자산 풍부
축제 사회 보거나 연극무대 경험


‘할아버지의 새경’이라는 이야기로 고등부 으뜸상을 받은 전형선(17·경남 함양고)양의 가족은 어릴 때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까지 모두 여섯 식구였다. 무남독녀 외동딸이었지만 외롭지 않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은 ‘대가족’을 이루고 산 덕이다. 그는 집안 어른들한테서 이야기 세례를 받았다. “할머니가 산에 나무하러 가서 곰을 만난 이야기는 외울 정도로 들었어요.” 가족들은 꼬맹이가 오물오물하는 이야기도 박수를 치며 경청했고 어느새 그에겐 이야기 습관이 뱄다. “엄마 말로는 유치원에 다녀오면 시시콜콜한 것까지 이야기를 많이 했대요. 엄마는 귀찮아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도록 맞장구를 쳐 주고요.”

이관(16·대구 강동중)군은 아버지한테 들은 이야기를 재구성한 ‘스님과 응가’로 중등부 으뜸상을 받았다. 그는 “원래 아빠한테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해서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아빠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는데 그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야기에는 우열이 없다. 그래서 “상을 못 받아도 행복한 대회”다. 사진은 중등부 입상자를 정하는 심사위원들.  전국국어교사모임 제공
이야기에는 우열이 없다. 그래서 “상을 못 받아도 행복한 대회”다. 사진은 중등부 입상자를 정하는 심사위원들. 전국국어교사모임 제공
청중 앞에 당당히 서는 ‘무대 본능’은 이군이 지니고 있는 또다른 이야기꾼의 자질이다. 그는 지난 축제 때 사회를 봤다. 학생주임 교사의 추천이었다. “원래 성격이 외향적이라 말하는 것 좋아하고요, 친구들 모아 놓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해요.” 활달한 그는 학교에서 이미 소문난 ‘꾼’이다. 그는 전교 학생회의 학예부장이기도 하다.

사실 축제 사회나 오락부장 등은 이야기대회 참가자들한테 흔한 경력이다. 고등부 잘한상을 받은 민경규(17·충남 홍성고)군 역시 축제 때 사회를 맡은 경험이 있다. “말하려는 것을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정도가 능력이랄 수 있을까요?” 이야기대회에서 확인한 자신의 능력이 무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민군의 답이다.

중등부 버금상을 받은 황주미(16·대구 동촌중)양은 스스로를 일컬어 ‘무대 체질’이라고 말한다. 그는 연극에 빠져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 축제를 하면서 연극 무대에 섰는데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중학교 때 우연히 연극 동아리를 하게 됐고 대구시 연극제에 작품을 올렸는데 그때 무대에서 내려오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그는 작은 무대라도 청중 앞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찾아 끊임없이 도전해 왔다.

그는 이번에 ‘우리 엄마’라는 제목의 이야기를 했다. 미혼모로 자신을 키우다 지금은 암 투병을 하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내용이었다. 사춘기 소녀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꺼내기 힘든 이야기였다. “부끄러운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그리고 저는 사람들 앞에 서는 건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이왕 해야 할 거면 잘하고 내려와야 한다는 생각만 하죠.” 수업 시간에 발표 한 자락 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보통의 또래들한테는 없는 재능이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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