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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부모들이 ‘학원 뺑뺑이’ 돌리는 이유

등록 2008-12-21 16:52

현재로서는 학부모의 다양한 교육적 욕구를 해소해 주는 데가 없다. 학부모가 학원에 기대는 이유다. 사진은 학원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현재로서는 학부모의 다양한 교육적 욕구를 해소해 주는 데가 없다. 학부모가 학원에 기대는 이유다. 사진은 학원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커버스토리
첫아이라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가르칠지 몰라서…
눈앞의 효과 포기 못해서…

성적이 오르지 않아도 학부모는 학원을 떠날 수 없다. ‘용하다’는 학원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다닐 뿐 학부모의 대안은 여전히 학원이다. 왜 그럴까? 학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학부모의 처지를 들여다보면 학부모에게 절실한 게 무언지 알 수 있다.

공부에 대한 원칙과 소신이 없는 학부모는 학원의 유혹에 굴복하기 쉽다. 자녀 교육에 대한 시행착오의 경험이 없는 ‘첫아이 부모’들이 대표적이다. 서울에 사는 이아무개씨는 최근 ‘창의력 수학’을 가르친다는 학원 설명회에 가서 속내가 뻔한 얘기를 들었다. “설명회를 하는데 학부모들이 반응이 없으니까 ‘요즘은 초교 4학년부터 정석을 푼다’며 은근히 겁을 주는 거예요. 저는 큰아이를 대학에 보낸 경험이 있으니까 무리한 선행학습이 쓸모없는 얘기인 줄 알지만 첫아이 때문에 온 엄마들은 위기감을 느꼈을 거예요.”

학원 ‘뺑뺑이’가 자녀를 질리게 하는 일인 줄 알면서도 그만둘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직접 가르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서울의 최아무개씨는 “공부의 기본은 공부 자체를 즐기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 줘야 공부를 즐길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좋은 학원, 좋은 과외를 찾는 일은 공부를 질리게만 만드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학부모 이씨는 “초교 저학년 자녀에게는 책을 직접 읽어주는 게 최고의 교육방법이지만 책을 통해 감동을 얻은 경험이 없는 부모는 책을 왜, 어떻게 읽어줘야 하는지 이해를 잘 못한다”고 말했다. 주입식 교육에 대한 경험뿐인 부모 세대는 사고력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자녀 세대에 필요한 ‘교육론’에 어두울 수밖에 없다.

‘성적 지상주의’라는 사교육의 논리에 물든 학부모는 아는 것마저도 실천할 수 없다. 서울 목동의 한 학부모는 “영어나 수학에 투자하는 돈의 절반만 국어에 투자하면 대입에서 훨씬 유리해질 것 같다”면서도 “당장 성적이 오르는 게 보이는 영어나 수학에 투자하게 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학부모 강아무개씨는 “복습이 예습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는데 월수금, 화목토 번갈아 다른 학원을 다니느라 복습할 시간조차 없다”며 “영어 학원 다녀오면 다음날 수학 학원 숙제하느라 바쁜 게 아이들의 일상”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초·중·고생의 77%가 사교육을 받는 상황(지난 2월 통계청 발표, ‘2007년 사교육비 실태 조사’)에서는 ‘우등생’의 본질을 혼동하기 쉽다. 학부모 최씨는 “동네 한 학부모가 자녀 교육에 성공했다는 소문이 돌았다는데 알고 봤더니 사교육비 지출이 컸다고 하더라”며 “내심 학원 안 보내고도 좋은 결과가 나왔기를 기대했는데 너무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재원 비유와상징 공부연구소 소장은 “모두 다 학원에 보내는 상황이라 옥석이 가려지지 않는데, 성공하는 아이들은 학원에 꼭 다니지 않아도 되는 아이들이 대다수”라며 “학원이 엄격한 입학시험을 통해 최상위권반을 만드는 것도 교육효과보다 선발효과를 누리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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