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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특수교육법은 ‘천덕꾸러기 신세’

등록 2008-10-12 17:48수정 2008-10-12 17:49

입학거부, 특수학급 설치 거부, 수련회나 수학여행 등 교외 활동 배제 등 기왕에 흔했던 장애학생에 대한 차별은 이제 ‘불법’이다. 이 모두를 법으로 금지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올해 5월 시행됐지만 학교 현장은 변화가 없다. 목졸린 법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진은 지난해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국회 통과 뒤 자축하는 학부모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입학거부, 특수학급 설치 거부, 수련회나 수학여행 등 교외 활동 배제 등 기왕에 흔했던 장애학생에 대한 차별은 이제 ‘불법’이다. 이 모두를 법으로 금지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올해 5월 시행됐지만 학교 현장은 변화가 없다. 목졸린 법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진은 지난해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국회 통과 뒤 자축하는 학부모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학교현장은 법 무시하고
교육청은 예산부족 탓만
정부는 지원 의지도 없어
서울 강북구의 한 중학교 특수학급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최아무개(38)씨는 최근 특수교사한테 장애를 지닌 자녀가 수련회에 안 가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멀미가 심한 딸이 걱정된다는 게 명분이었다. 멀미 좀 해도 괜찮으니 데려가 달라고 말하자 보조교사가 없다는 핑계를 댔다. ‘수업참여 배제 및 교내외 활동 참여 배제’를 금지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특수교육법) 제4조 위반이다. 또한 ‘특정수업이나 실험, 실습, 현장견학, 수학여행 등 학습을 포함한 교내외 활동에서 장애를 이유로 참여를 제한, 배제, 거부할 수 없다’고 정한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제13조도 어긴 일이다.

장애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법들이 잇따라 시행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법을 개의치 않는 사례가 많다. 교육당국도 새 정부 들어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 정원동결 등을 이유로 법 시행을 가로막는 정책을 펴고 있다. 어렵사리 도입된 관련 법들이 시행이 되기도 전에 ‘식물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특수교육 관련 예산을 20% 삭감하는 안을 냈다가 장애인 교육권 관련 시민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7월에 있었던 교육감 선거 때 했던 공약 사항과 크게 다르다는 게 이유였다. 실제로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의 질의서에 대한 공정택 교육감의 답변 자료를 보면 ‘서울시 장애인 교육 예산을 몇 % 가량 편성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매년 증액해 6% 수준에 도달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시도 교육청도 불만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올해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국가의 예산 보조가 있어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다음해 국가에서 내려오는 관련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시교육청 특수교육지원과의 한 장학사는 “현재로서는 국가가 법만 만들어 놓고 모든 것을 시도 교육청에 떠넘긴 셈”이라며 “올해 시행되는 법으로 각 시군구에 특수교육지원센터가 생기지만 국가에서 내려온 예산은 20억원이 전부”라고 했다. 20억원은 올해 서울시 교육청의 특수교육 예산(1970억원)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교과부의 예산은 다음해 3조5803억원이 늘지만 80%가 쓸 곳을 정하지 않고 시도 교육청에 배정된다. 국가적 차원에서 특수교육법 시행을 지원하겠다는 대책이 없는 것이다. 예산 축내는 부서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 온 교육청의 특수교육 담당 장학사들의 처지는 달라질 게 없다.

정부가 공무원 정원을 동결한 것도 악재다. 특수교육법이 새롭게 정한 학급당 정원(유치원 4명, 초교 6명, 중학교 6명, 고교 7명)을 맞추려면 서울시만 2000명의 신규 특수교사가 필요한 형편이다. 다음해 서울시에 배정된 특수교사 정원은 6명이다. 정원을 동결한 데 대해서는 교육과학기술부도 뾰족한 수가 없다. 교과부 특수교육지원과의 한 관계자는 “교과부가 할 수 있는데 안 한 게 아니라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공무원 정원 동결이 이뤄진 거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은 장애인 관련 대선 공약으로 ‘장애인 희망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장애아동의 특수 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수교육의 원칙을 정한 특수교육법은 정작 이명박 대통령의 공무원 정원 동결 방침에 제일 크게 제동이 걸렸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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