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의 한 중학교 누리집에는 장애학생에게 준 수행평가 점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랐다. 숙제도 안 하고 모둠과제에도 기여한 바가 없는 장애학생이 너무 후한 점수를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중학교 특수교사 ㅅ씨는 “특목고 입시 때문에 중학생들의 내신 경쟁도 치열해지는데다 일제고사가 부활되면서 통합교육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제고사를 보는 중학교에서는 평균을 ‘깎아먹는’ 장애학생을 응시인원에 넣을지 말지를 놓고 고민에 빠지는 일이 많다. 사실 장애학생들은 중간·기말고사 때마다 쫓겨나는 일이 다반사다. 특수교사 ㅊ씨는 “그래도 중학교 때는 원래 소속된 반에서 시험을 보도록 해 주지만 고교생이 되면 내신등급제 때문에 어림도 없다”며 “통합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들도 시험 때만큼은 자녀가 교실을 떠나는 것을 용인한다”고 말했다. 장애학생들은 특수학급에 모여 시험을 따로 본다.
성적이 중요해지면서 장애학생을 대하는 비장애학생들의 태도도 달라진다. 특히 산만한 행동을 보이는 장애학생들은 왕따 1순위다. 수업시간에 돌아다니거나 소리를 내는 등 공부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1점으로 진로가 갈리는 상황에서 장애인식 교육만으로 비장애학생들과 장애학생의 자연스런 ‘통합’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그러나 또래와 어울리면서 사회성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통합교육의 원칙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수교사 ㅅ씨는 “진도 나가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교과담당교사가 일일이 장애학생을 위한 과제를 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장애학생들은 물리적인 통합만으로도 비장애인의 삶을 배울 기회를 얻기 때문에 통합교육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중고를 막론하고 부는 경쟁 바람이 통합교육의 물꼬를 돌리지 않기를 바라는 말이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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