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사활동 열심히 하면 대학 가기 수월하다’는 일부의 생각은 ‘환상’이다. 대학들은 다양한 전형을 만들고 복잡한 방법으로 학생을 뽑지만 그 과정에서 봉사활동이 차지하는 자리는 그리 크지 않다. <한겨레> 자료사진
“일찌감치 관리해야” 분위기 많지만
실제로 비중 두는 대학은 거의 없어
“봉사로 수능성적 만회 기대 말아야”
실제로 비중 두는 대학은 거의 없어
“봉사로 수능성적 만회 기대 말아야”
커버스토리 / 봉사활동 점수에 대한 오해와 편견
“고3이 봉사활동 한다 하면 오버인가? 봉사활동 가면 수시 붙을 확률 좀 올라갈까 싶어서.”
“꽃동네 가서 봉사활동 많이 했고 봉사활동으로 신문에도 실린 적이 있는데 봉사활동 경력만으로 대학에 지원할 수 있나요?”
“봉사활동 시간이 몇 백 시간 되는 애들 보면 어이쿠 싶다가도 봉사활동 시간은 적은데 수능 잘 나오는 애들 보면 그게 유리할 것 같기도 하고 헷갈려요. 봉사활동 해야 하는 건가요? 말아야 하는 건가요?”
봉사활동을 통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믿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다. 1996년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의 인성교육 강화 방안으로 도입된 뒤 교육부가 수차례 ‘학생 봉사활동 운영 지침’(지난 4·15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으로 폐지) 등을 통해 고입은 물론 대입에도 봉사활동이 반영되도록 애쓴 결과다. 2001년부터 적용된 ‘제7차 교육과정’에는 학교가 정규 교육과정에 봉사활동을 편성해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문화하기도 했다. 더구나 2009학년도부터 자기소개서나 면접 등을 중시하는 ‘입학사정관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일찌감치 봉사활동을 통한 경력관리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인식이 폭넓게 퍼져 있다.
하지만 대학들은 봉사활동 시간을 후하게 평가하지 않는다. 수시전형의 경우 학생부 100% 전형을 실시하더라도 그 가운데 봉사활동이 포함되는 비교과 영역의 비중은 많아야 10%를 넘지 않는다. 박권우 인천 숭덕여고 입시전략부장은 “비교과 영역이 10% 정도 반영된다고는 하지만 봉사활동 점수나 출결점수는 누구나 만점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매우 낮춰놨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논술 없이 학생부와 학업계획서만을 반영했던 이화여대 학업능력 우수자 전형은 비교과 영역을 10% 반영하면서 봉사활동을 15시간 이상만 하면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 이는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하지 않아도 학교만 다니면 충분히 채울 수 있는 시간이다. 서울시교육청이 낸 ‘2007학년도 중고교 학생 봉사활동 지도’를 보면 학교가 연간 10시간 이상을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해 운영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학교만 다니면 3년 동안 30시간의 봉사활동 실적이 쌓이는 것이다.
또 대학들은 봉사활동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봉사활동 점수가 아예 없어도 별 문제가 없다. 지난해 고려대는 정시 일반전형에서 비교과 영역을 출결상황, 봉사활동, 수상경력, 특별활동 등 네 영역으로 나누고 둘 이상 충족하면 만점을 줬다. 서울대 역시 지난해 정시 일반전형에서 비교과영역의 평가항목을 출결, 봉사, 교외수상, 교내수상, 한자능력시험, 영어능력 등 아홉 가지로 나누고 그 가운데 두 가지만 충족 기준에 맞으면 만점을 줬다.
물론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복지와 관련된 진로를 찾은 학생들을 위한 길은 열려 있는 편이다. 대표적으로 성균관대는 특별 사회봉사 경력자 전형을 통해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모두 300시간 이상 봉사한 학생을 뽑는다. 동국대, 숭실대, 한양대 등은 ‘리더십 전형’에서 학교가 정한 봉사활동 시간 이상을 이수한 학생에게도 지원자격을 준다. 2009학년도 입시에서 ‘사회봉사자 및 자녀 특별전형’ 등을 통해 봉사활동 경력자를 따로 뽑는 학교는 21개교다.
하지만 이런 특별전형에서도 당락을 가르는 것은 교과성적이나 수능 등의 다른 전형요소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유성룡 이투스 입시전략실장은 “특별전형의 경우 비슷한 경력을 지닌 학생들이 모이기 때문에 경쟁에서는 교과성적과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봉사활동 경력은 지원자격을 충족하는 데 그칠 뿐 당락에 주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고 했다.
더구나 지난해 10개 대학에서 올해 30개 대학으로 확대 실시되는 ‘입학사정관제’도 봉사활동에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대학은 여전히 학생 봉사활동의 양과 질을 신뢰하지 않는다. 김택형 건국대 입학사정관은 “공무원인 부모의 힘을 빌려 전화 한 통화로 몇 백 시간의 봉사활동을 거저 얻는 일이 여전히 있다고 학교 교사들이 증언한다”며 “사회복지 전공을 목표로 한다면 모를까 일반적으로 봉사활동은 결정적인 잣대가 될 수 없고 수상실적이나 임원경력 등의 여러 요소들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봉사활동 ‘시간’은 아니더라도 자기소개서나 면접 등에서 봉사활동 ‘경험’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박권우 입시전략부장은 “논술 가이드라인이 폐지되면서 정시전형에서 논술을 치르지 않는 대학들은 면접을 통해 교과지식이나 전공 관련 지식을 묻게 될 것”이라며 “2000년대 초반에는 봉사활동 경력으로 대학 가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봉사활동으로 부족한 교과성적이나 수능성적을 만회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잘못된 것이며, 봉사활동은 그 자체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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