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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시간이나 채우자”→“하고픈 일 해야지”

등록 2008-06-29 16:44수정 2008-06-29 16:47

봉사활동을 ‘짐’이라기보다 ‘덤’으로 인식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점차 늘면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형태도 새롭게 달라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중구청소년수련관의 ‘장애청소년 1:1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여름 갯벌체험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  중구청소년수련관 제공
봉사활동을 ‘짐’이라기보다 ‘덤’으로 인식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점차 늘면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형태도 새롭게 달라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중구청소년수련관의 ‘장애청소년 1:1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여름 갯벌체험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 중구청소년수련관 제공
특기·취미 살리는 쪽으로 변화
영어·디지털·멘토링 등에 몰려
“장기적·자발적으로 질적 도약”
커버스토리 / 봉사활동 ‘달라지는 패러다임’

“봉사활동 시간 채우는 것도 좋긴 하지만 그게 성적에 반영되고 말고를 떠나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허곽석희(15)양은 3년차 기자다. 서울 중구청소년수련관에서 청소년기자단으로 활동한 것이 2006년부터다. 계간으로 나오는 소식지를 3년 꼬박 만들어 오는 동안 ‘의학전문기자’라는 꿈도 생겼다. “평소 만나기 어려운 사람을 만나거나 사회적인 문제를 청소년의 눈으로 해석하는 일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그에게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되는 20시간은 덤이다.

청소년 봉사활동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시간 채우기에 급급하던 구태를 벗고 원하는 형태의 봉사활동을 찾아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희생과 헌신이 필요한 봉사활동 대신 청소년의 취미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봉사활동이 소개되고 있다. 서울시 수서청소년수련관이 뽑는 ‘영어회화 봉사단’이 대표적이다. 이곳의 정정은 청소년지도사는 “영어권 거주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만든 프로그램”이라며 “지금 학생들이 기말고사 기간인데도 추가모집 안 하냐는 문의 전화가 걸려올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강남청소년수련관은 디지털카메라로 지역 복지관의 공부방에 있는 초등생들의 사진을 찍어 앨범을 만들어 주는 봉사활동에 참여할 사람을 모집했는데, 금세 18명이 모였다. 이곳 이종미 청소년지도사는 “반년 동안 매주 해야 하는 일인데도 아이들의 참여율이 높다”며 “최근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가진 학생들이 많은 것을 잘 활용한 것 같다”고 했다.

과거에는 관공서 등을 찾아다니면서 하는 3~4시간의 짤막한 단기봉사가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3개월에서 6개월까지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장기봉사에도 지원자가 몰린다. 서울 중구청소년수련관이 운영하는 ‘장애청소년 1:1 멘토링 프로그램’이 그 예다. 매주 토요일 네댓 시간씩 봉사해야 하고 여름과 겨울방학에는 2박3일 캠프까지 갈만큼 시간 투자가 많은 일이다. 봉사활동 인정 시간만 모두 100시간이다. 중학생의 경우 고입 전형 때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는 30시간을 훌쩍 넘는 시간인데도 봉사자는 늘 넘친다. 1년 단위로 운영되는 수련관의 청소년 봉사 동아리에도 학생들의 호응이 높다. 중구청소년수련관의 봉사 동아리 네 곳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만 100명이다.

박차용 서울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 활동팀 과장은 “청소년 봉사활동은 성인의 그것과 달라 자발성보다 계획성이 중요하다”며 “장기적으로 활동하면서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실천하고 평가하는 완전한 의미의 봉사활동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했다.


청소년 봉사활동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은 좋지 않은 편이다. 최근 4·15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으로 ‘학생 봉사활동 운영 지침’이 나머지 41개 지침과 함께 폐지되면서 청소년 봉사활동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끊긴 탓이 크다. 당장 서울교육청은 지난 2월에 발표한 ‘학생 봉사활동 내실화 방안’을 폐기하기로 했다.

서울교육청 교육과정정책과 이원숙 장학사는 “이제 교육부나 교육청이 권고하는 봉사활동에 관한 지침은 없다”며 “교육청은 이전과는 다르게 학생 봉사활동에 대한 최소한의 안내만 할 뿐”이라고 했다. 부산교육청 김영희 장학사는 “봉사활동 운영지침이 사라지면서 봉사활동 시간을 성적으로 반영했던 고입전형에서 봉사활동이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리되면 학교는 자연스레 학교에서 봉사활동에 대한 교육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2009학년도에 처음 적용되는 ‘2007 개정 교육과정’이 다섯 가지 특별활동의 영역 가운데 봉사활동을 뒷전으로 미뤘다는 해석을 낳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특별활동 다섯 영역에 시간 배분을 할 때 영역간의 균형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봉사활동의 시간 확보가 쉬웠다.

상황은 꼬인 듯 하지만 현장에 있는 이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박차용 과장은 “청소년 봉사활동의 양적인 확대를 생각하면 교육과정이나 입시제도에서 봉사활동이 빠지는 게 아쉽지만 질적인 도약을 생각하면 아쉬울 게 없다”며 “봉사활동에 대해 성숙한 의식을 지닌 청소년들이 이미 충분하고 이들만으로도 청소년 봉사활동은 성과가 있다”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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