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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목표 ‘큰 그림’ 먼저…‘시간표’는 마지막에

등록 2008-04-20 16:32

실속있는 공부계획 세우기 / 공부계획표 예시
실속있는 공부계획 세우기 / 공부계획표 예시
실속있는 공부계획 세우기
이주의 교육테마 /

중3인 재현이는 중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한다. 공부 생각은 간절한데 계획을 세우면 늘 실천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오늘 해야 할 공부를 수첩에 적어 놓고 하나씩 실천하면서 지워가는데 늘 그날에 다 해내지 못한다. 다 하지 못한 공부 목록이 적힌 수첩을 보고 있자니 답답하고 무기력해진다. ‘이렇게 게으른데 고등학교 가서는 어떻게 공부하지?’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어간다.

초등학교 4학년인 성주는 일일 계획표를 세우라는 과제를 받았다. 엄마의 도움을 받아 일어나는 시간과 자는 시간을 정하고 학교 가는 시간, 학원 가는 시간을 적고 나니 다른 칸들은 마땅히 채울 게 없었다. ‘저녁 먹고는 간단히 줄넘기 하면 되겠다’ ‘학원 다녀 와서 저녁 먹기 전까지는 독서를 하자’며 계획표를 완성했다. 계획표를 만들긴 했는데 내일부터 이렇게 지켜나갈지는 모르겠다.

무엇→어떻게→언제 순서로 계획표 짜야
시행착오 거듭하면서 계속 수정해 나가길

도화지에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안을 여러개의 부째꼴 모양으로 나눠 하루 일과를 적어 넣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시간관리’라 하면 학생들은 제일 먼저 하루 시간계획을 떠올린다. 시간관리라는 개념이 학생들에게 적용되면서 학생들은 그 겉모양인 시간계획표만 따라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획표는 단 한번도 실천된 적이 없다. 왜 그럴까? 그런 계획표가 나오게 된 근거를 스스로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더라도 수정할 생각도 않고 속만 상할 따름이다.


일요일인데도 아침 7시에 일어나고, 오후 3시에는 꼭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렇게 하면 나는 무엇을 이룰 수 있는가에 답을 줄 수 있는 계획이라야 올바른 공부계획이다. 나의 목표에 따라 어떻게 무엇을 실천할 것인지를 먼저 정하고 그 실행을 언제 얼마나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곧, 시간계획은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에 나와야 한다. 그동안의 공부계획이 모두 실패했다면 과정을 생략하고 계획표만 멋지게 ‘그렸기’ 때문은 아닐까?

공부계획은 이렇게

① 무엇을 공부할 것인지 정한다.

중학교 2학년인 윤희는 수학에 약하다. 중간고사가 2주 정도 남았는데, 수학은 시험 기간에 하기에 버거우니 조금씩 쉬운 문제부터 풀어나가기로 했다. 가지고 있는 문제집을 보니 기본문제 정도는 혼자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처럼 공부계획은 무엇을 공부할지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위 사례의 성주처럼 시간이 있으니 그 시간 안에 무엇을 끼워 넣어 공부를 하려 한다면 늘 열심히 하는 외형은 갖출 수 있지만, 전략적인 시간 활용은 될 수 없다. 무엇을 공부할 것인지를 정할 때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공부’, ‘이미 배운 것을 심화학습하는 공부’, ‘교과과정과 상관 없지만 스스로 하고 싶은 공부’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윤희와 같이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간단한 문제를 풀 수 있을 정도’라는 자기만의 학습 수준을 정해 두는 게 좋다.

②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 정한다.

이 단계에서는 공부할 책과 방법을 정해야 한다. ‘교과서를 한번 훑어본 뒤 문제집의 기본문제를 푼다’거나, ‘인터넷 강의로 개념 설명 부분만 듣고 스스로 문제를 풀어본 뒤 문제풀이 강의를 듣는다’와 같이 학습의 순서와 방법, 교재 등을 구체적으로 정한다. 이때 주의할 것은 내가 하려는 공부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념이해를 한 뒤 문제를 푸는 게 맞는 순서일지라도 내가 하려는 공부가 다양한 문제를 풀어서 응용력을 높이려는 것이라면 문제를 먼저 풀고 헷갈리는 사항만 요약정리를 참고할 수도 있다. 공부 방법은 실천하기에 부담이 없어야 하므로 자신의 성격이나 학습 스타일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영어단어를 공부하는 데 지루한 철자 외우기와 반복학습이 싫다면 영영사전을 찾아 한 단어를 다각적으로 이해하며 익히는 공부를 할 수도 있다.

③ 언제 공부할 것인지 정한다.

이제야 비로소 시간을 생각하게 된다. 위에서 생각한 공부를 언제, 얼마나 할지 정하는데, 이 시간배치는 자신의 일과를 고려해야 한다. 자신의 일주일 시간 사용 실태를 점검해 공부시간을 찾아본다. 주중에는 학교와 학원 등으로 시간이 많이 나지 않으니 하루에 1~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주말이나 연휴 등 여유시간이 많을 때는 그 시간을 어떻게 쓸지 미리 정한다.

학습시간 배분을 위해서는 공부시간 기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영영사전을 찾으며 익히는 영어공부라면 ‘영어 단어 5개를 공부하는 데 15분이 걸린다’를 정해야 한다. 매일 30분씩 하면 10개 정도의 단어를 외울 수 있다는 작은 공부계획이 나온다. 이것을 몇 시에 할 것인지는 자신의 하루 일과에 따라 달리 결정된다. 주말에 수학 기본문제 풀기에 집중하고 싶다면 30분이면 수학 기본문제 한 페이지를 할 수 있고, 토요일에 세 페이지, 일요일에 두 페이지 정도의 학습분량을 예상해 볼 수 있다.

④ 쉬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정한다.

많은 학생들이 학습계획에서 쉬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공부시간만을 세우고 끝을 낸다. 굳은 마음으로 공부 계획을 세우면서 ‘공부해야지, 무슨 인터넷이야’라는 식의 다짐을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공부 계획의 실천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일요일 저녁에 하는 오락프로그램을 매우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그 시간은 공부계획을 세우지 않는 게 현명하다. 인터넷, 텔레비전, 낮잠 등 휴식시간을 계획하지 않으면 나의 평소 생활과는 다른 계획표가 돼 버려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 즐겨 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이용시간 정도를 생각했다가 공부시간을 배치할 때 함께 쉬는 시간도 배치한다. 컴퓨터 앞에 앉으면 보통 1시간 정도를 쓰는 학생이라면 공부계획을 세울 때도 그렇게 해야 한다.

⑤ 공부계획은 계속 수정한다.

애를 써서 세운 공부계획이라도 직접 실천해 보면 만만찮다는 걸 곧 알게 된다. 계획대로 하지 못했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보자. 단어를 외우는 데 계획했던 시간보다 더 걸렸을 수도 있고, 공부를 하기로 한 시간에 잠이 쏟아졌을 수도 있다. 실천하지 못한 공부 계획 칸에는 그 이유를 간단히 적어두자. 그 이유가 반복된다면 계획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큰 어려움이 없다면 분량을 조금씩 늘려가는 게 좋다. 요일별로 과목을 달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실천하는 사람은 없다. 요컨대 시행착오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계획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여유를 갖자.

시간관리의 고정관념을 버리자

① 1년 계획을 세워 일관성 있게 실천해야 한다?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되는 일에는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월별·주별·일별 계획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학습계획은 1년 동안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학기별로 두 번씩 정기 시험이 있고, 자격증 시험·경시대회·모의고사 등 학교나 지역별·개인별로 구체적인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프랭클린플래너’의 개발자로 알려진 시간관리 전문가 하이럼 스미스 박사는 한국 고등학생들과의 만남에서 “공부를 위한 시간관리 계획은 1년 단위로 짜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날마다 계획했던 목표를 이루면서 매일 매일의 승리를 맛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1년 단위의 학습 계획표가 늘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대략의 공부 흐름과 방향을 정해 두되 자신이 세운 작은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짧은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워 성공 경험을 늘려 나가는 게 적절하다.

② 여유 있을 때 미리 해 두는 것이 좋다?

공부는 늘 꾸준히 하는 게 정답이다. 또 전략적으로 짧은 시간 집중력을 쏟아 부을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벼락치기 효과를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집중적으로 생각해서 정리를 하는 수행평가나, 단순 암기를 평가하는 쪽지시험 등은 여유 있을 때 미리 하는 것보다 전날 공부하는 게 효과적이다. 지나친 선행학습이나 시험 대비가 적절한 때에 한 예습·복습의 힘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습 성향이나 하려는 공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오히려 비효율을 낳을 수 있다.

③ 시간은 금이니 일분일초를 아껴 써야 한다?

자투리 시간 활용은 매우 효과적이지만, 그 또한 미리 준비돼야 한다. 남는 시간에 무엇이라도 해야 마음이 놓이는 습관적인 시간 절약이라면 성과 없는 피곤함만 쌓일 뿐이다. 또 쉬는 시간을 충분히 두지 않은 공부계획은 공부를 점점 힘들게 만들어 계획표 대로 모두 공부했는데도 짜증만 쌓이는 결과를 내기도 한다. 빠져나가는 시간이 어디 있나를 잡아내는 것보다 나의 공부목표를 향해 시간이 제대로 쓰이는지 점검하는 게 성과를 내는 공부법이다.

이지은 / <공부를 통째로 꿰뚫는 통공부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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