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장
[한겨레가 만난 사람] 새정부 교육정책 우려하는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장
차기 정부의 교육정책이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영어교육 강화에 대한 반발 여론이 만만치 않다. 자율형 사립고 100개 신설을 비롯한 ‘고교 다양화’ 정책, 초·중·고교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 등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지난 1일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윤숙자 회장을 만났다. 학부모회는 1989년 설립되어 현재 15개 지부 37개 지회를 두고 있는 유력한 학부모 교육운동단체다. 그동안 학부모의 건강한 학교 참여와 학생 인권상황 개선, 촌지·불법찬조금 근절 운동을 활발하게 펴왔다.
내놓은 정책들 되레 사교육·조기유학 부추기는 꼴
영어능력평가 도입해도 대입 ‘자격고사’로 활용해야
“기업이 대학에 바라는 인재, 학부모가 부담해 키우나”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영어로 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영어 공교육 강화방안에 찬성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사교육비를 줄여주겠다는 데 왜 반대하는가. “(인수위의 방안은) 너무 추상적이다. 사교육비가 절감된다고 하면 누구라도 찬성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사교육비가 절감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학부모들 입장에서 보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것 같다. 또한 무엇 때문에 온 국민이 영어에 매달려야 하나. 정말 우리나라 국민들이 영어를 잘 못해서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최근 영어 사교육, 조기유학이 급증하면서 기러기 아빠 등이 문제가 됐다. 영어 공교육을 강화하면 기러기 아빠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인수위는 주장하는데. “기러기 아빠들이 전국 1만명 정도 된다는데, 그 눈물 닦아주려다가 더 많은 국민들이 고통의 눈물을 흘리게 생겼다. 기러기 아빠들은 크게 두 종류다. 첫째, 우리나라의 성적 중심의 공교육에 대한 반발 때문이다. 아이들이 창의적인 교육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이들은 영어 교육을 강화한다고 해서 돌아오지 않는다. 둘째가 명문대 입학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특목고 입시나 대입 특별전형에서 영어를 잘하면 유리하다. 학교에서 아무리 영어를 잘 가르친다 해도, 대학 들어갈 때는 엄격한 상대평가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다 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인 구조가 바뀌지 않은 한, 경쟁 강화는 사교육 강화로 이어진다. 인수위의 발표가 나오자 사교육 업체들의 주가가 뛰고, 한 달에 백만원씩 하는 영어 유치원에 입학 문의가 느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대로 가면 기러기아빠가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현실에서는 입시와 직결될 경우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정책이라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 수능 영어과목을 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대체한다고 했는데, 이것이 대입 자격고사 정도로 된다면 사교육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고등학교까지는 영어에 주눅들지 않도록 교양 수준으로 가르치고, 본격적인 영어 공부는 대학에 들어간 뒤 자기 전공과 연계해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교사들도 변해야 한다, 교사들부터 사교육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사실 교사 양성과정부터가 회화 중심이 아니었다. 이런 사람들을 교사로 임명한 것은 국가다. 교사들도 반성해야 할 점이 분명 있지만, 교사들만 탓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정책을 바꾸려면 교사를 먼저 준비시켜야 했다.”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 인수위에서는 초등학교부터 일제고사를 치러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학교끼리 경쟁을 시켜야 교육이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문제는 교육의 목표를 무엇으로 설정해야 하는가다. 아무리 학교에서 도덕을 가르쳐도, 현실에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성공하면 된다는 것이 사회의 전반적인 의식이다. 치열한 경쟁이 창의력을 갉아먹고, 공동체 의식까지 약화시키고 있다. 들인 돈에 따라 성적이 좌우되는 경쟁은 공정하지도 교육적이지도 않다. 이건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기업이 대학에 요구하는 인재상을 만들기 위한 교육에 드는 돈을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것이다.” -당선인은 100개의 자율형 사립고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자사고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은 많은데 학교는 적으니까 사교육이 생기는 것이므로, 수를 늘려 들어가기 쉽게 하면 사교육이 줄 것이라고 말한다. “예전에 대학입시 경쟁이 치열하니깐, 대학을 쉽게 세울 수 있도록 해 대학 수를 늘렸다. 그런데 지금 명문대 경쟁은 오히려 강화됐다. 우리나라에서 경쟁은 수의 많고 적음과 상관이 없다. 대학이 서열화돼 있는 상황에서 서로 꼭대기로 올라가려고 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자사고도 마찬가지다. 전에는 상위권 아이들만 자사고나 특목고를 가려고 사교육을 했지만, 자사고가 대폭 늘어나면 중상위권 아이들도 사교육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또 앞으로 자사고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사교육 경쟁에 승리하지 못한 나머지 아이들은 질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없다는 것인가.” -철학 문제가 가로놓인 것 아닌가. “사람들이 명문대를 가려는 것은 학벌에 따른 사회의 차별이 심하고, 그것이 임금의 차이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좋은 학벌로 진입하기 위한 경쟁 속에서는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왜곡된다. 그런데 인수위는 대학체제 개편 등 본질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학벌주의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교육비 절감 정책은 먹히지 않는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영어능력평가 도입해도 대입 ‘자격고사’로 활용해야
“기업이 대학에 바라는 인재, 학부모가 부담해 키우나”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영어로 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영어 공교육 강화방안에 찬성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사교육비를 줄여주겠다는 데 왜 반대하는가. “(인수위의 방안은) 너무 추상적이다. 사교육비가 절감된다고 하면 누구라도 찬성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사교육비가 절감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학부모들 입장에서 보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것 같다. 또한 무엇 때문에 온 국민이 영어에 매달려야 하나. 정말 우리나라 국민들이 영어를 잘 못해서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최근 영어 사교육, 조기유학이 급증하면서 기러기 아빠 등이 문제가 됐다. 영어 공교육을 강화하면 기러기 아빠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인수위는 주장하는데. “기러기 아빠들이 전국 1만명 정도 된다는데, 그 눈물 닦아주려다가 더 많은 국민들이 고통의 눈물을 흘리게 생겼다. 기러기 아빠들은 크게 두 종류다. 첫째, 우리나라의 성적 중심의 공교육에 대한 반발 때문이다. 아이들이 창의적인 교육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이들은 영어 교육을 강화한다고 해서 돌아오지 않는다. 둘째가 명문대 입학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특목고 입시나 대입 특별전형에서 영어를 잘하면 유리하다. 학교에서 아무리 영어를 잘 가르친다 해도, 대학 들어갈 때는 엄격한 상대평가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다 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인 구조가 바뀌지 않은 한, 경쟁 강화는 사교육 강화로 이어진다. 인수위의 발표가 나오자 사교육 업체들의 주가가 뛰고, 한 달에 백만원씩 하는 영어 유치원에 입학 문의가 느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대로 가면 기러기아빠가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현실에서는 입시와 직결될 경우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정책이라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 수능 영어과목을 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대체한다고 했는데, 이것이 대입 자격고사 정도로 된다면 사교육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고등학교까지는 영어에 주눅들지 않도록 교양 수준으로 가르치고, 본격적인 영어 공부는 대학에 들어간 뒤 자기 전공과 연계해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교사들도 변해야 한다, 교사들부터 사교육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사실 교사 양성과정부터가 회화 중심이 아니었다. 이런 사람들을 교사로 임명한 것은 국가다. 교사들도 반성해야 할 점이 분명 있지만, 교사들만 탓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정책을 바꾸려면 교사를 먼저 준비시켜야 했다.”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 인수위에서는 초등학교부터 일제고사를 치러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학교끼리 경쟁을 시켜야 교육이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문제는 교육의 목표를 무엇으로 설정해야 하는가다. 아무리 학교에서 도덕을 가르쳐도, 현실에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성공하면 된다는 것이 사회의 전반적인 의식이다. 치열한 경쟁이 창의력을 갉아먹고, 공동체 의식까지 약화시키고 있다. 들인 돈에 따라 성적이 좌우되는 경쟁은 공정하지도 교육적이지도 않다. 이건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기업이 대학에 요구하는 인재상을 만들기 위한 교육에 드는 돈을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것이다.” -당선인은 100개의 자율형 사립고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자사고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은 많은데 학교는 적으니까 사교육이 생기는 것이므로, 수를 늘려 들어가기 쉽게 하면 사교육이 줄 것이라고 말한다. “예전에 대학입시 경쟁이 치열하니깐, 대학을 쉽게 세울 수 있도록 해 대학 수를 늘렸다. 그런데 지금 명문대 경쟁은 오히려 강화됐다. 우리나라에서 경쟁은 수의 많고 적음과 상관이 없다. 대학이 서열화돼 있는 상황에서 서로 꼭대기로 올라가려고 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자사고도 마찬가지다. 전에는 상위권 아이들만 자사고나 특목고를 가려고 사교육을 했지만, 자사고가 대폭 늘어나면 중상위권 아이들도 사교육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또 앞으로 자사고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사교육 경쟁에 승리하지 못한 나머지 아이들은 질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없다는 것인가.” -철학 문제가 가로놓인 것 아닌가. “사람들이 명문대를 가려는 것은 학벌에 따른 사회의 차별이 심하고, 그것이 임금의 차이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좋은 학벌로 진입하기 위한 경쟁 속에서는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왜곡된다. 그런데 인수위는 대학체제 개편 등 본질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학벌주의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교육비 절감 정책은 먹히지 않는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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