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의 고향을 찾아봐요’
이유미의 숲 이야기 /
봄이면 만날 수 있는 산수유나무.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에 가장 먼저 꽃 소식을 알린 나무가 바로 산수유인 듯합니다. 며칠 추위에 주춤하긴 했지만 집집마다, 공원마다 산수유나무의 꽃송이들이 노랗게 맺혀 있어요. 조금 있으면 지리산이나 경기 이천으로 산수유나무 꽃 구경하러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줄기에 작은 꽃들이 우산살 퍼지듯 매달려 화사하게 퍼지면 이미 봄이 온 것입니다. 물론 꽃이 지면 달리는 나란한 잎맥을 가진 잎새도 곱고, 가을이면 노랗게, 붉게 익어가는 타원형 열매도 귀엽지요. 이 열매가 아주 귀한 한약의 재료입니다. 차나 술을 만들기도 하지요. 주변에 오래 전부터 산수유나무가 많은 곳이 있다면 대개 열매를 약으로 쓰려고 심었던 곳이지요.
산수유나무의 고향은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이라고들 합니다. 산수유나무가 우리 주변에 많긴 하지만 모두 부러 심은 나무들이고, 스스로 자라는 자생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식물에는 고향이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나서 자라나는 곳이지요. 달맞이꽃은 흔히 보이기도 하고 우리와 친하긴 하지만 고향은 북아메리카랍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에 두루두루 자라는 꼿도 있고, 아주 특별한 곳에만 자라는 꽃도 있습니다. 구상나무나 미선나무처럼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식물은 특산식물이라고 부르지요.
제가 일하는 광릉숲 깊은 곳에 가면 굵기가 한 아름도 훨씬 넘는 아주 커다란 산수유나무가 몇 그루 있습니다. 어떤 학자는 이곳이 산수유나무의 자생지이니까 고향이 우리나라 나무라고 하기도 하고, 한 곳에 있는 몇 그루를 가지고 그리 말하기 어렵다는 학자도 하지요.
그래서 올해 봄 저의 바람 하나는, 많은 이들이 산수유나무를 잘 알아보고(노란 꽃이 피었다고 생강나무로 혼동하면 안 돼죠) 산수유나무 고향이라고 증명할 수 있는 이 땅의 이곳저곳을 찾아내 줬으면 하는 것이랍니다. 이유미/국립수목원 연구원 yml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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