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서울 용산동 ‘공간 플러스’의 청소년 고전학교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선생님이 칠판에 적어준 〈대학〉 구절을 받아적으며 열심히 설명을 듣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고전강독 ‘청소년 고전학교’
놀토 오전마다 모여 “공자왈~”
타인에 귀 열고 생각 나누기
놀토 오전마다 모여 “공자왈~”
타인에 귀 열고 생각 나누기
[미래를 여는 실천 대안생활백서] ③ 대안배움터
학교의 벽을 넘어 삶의 본질을 배우고 나누려는 갈망이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그 갈망은 학교 문턱을 넘고 백화점 문화센터나 구민회관의 취미·실용 강좌를 거쳐, 인문학으로 삶의 본질을 캐묻는 지식공동체에까지 다다르고 있다. 제도권 교육의 폐해를 고쳐보려 생겨난 대안학교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지만, 아직은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런 갈망과 노력들은 새로운 대안 배움터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인 9일 오전 11시. 게으름을 피워도 좋을 법한 시간에 초등학생 8명과 중학생 2명이 서울 용산동 ‘공간 플러스’에 모여 있었다. 젊은 인문학 연구자들의 모임인 ‘공간 플러스’가 지난 5월 “지식이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는 것은 앎과 삶, 앎과 몸이 단절돼 있기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에서 만든 ‘청소년 고전학교’의 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이날 배울 부분은 자신을 닦는 것의 의미를 짚은 〈대학〉 8장. 칠판에 쓰인 한문을 아이들이 공책에 받아적자 강의를 진행하던 박소량(34·여) 연구원은 내용을 설명해주고 20여차례 입으로 소리내어 함께 읽도록 했다. 몸을 좌우로 움직이며 글을 읽던 아이들의 낭랑한 소리는 선생님의 “외어 보자”는 말에 더듬더듬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스무번쯤 읽자 제법 운율을 맞춰가며 욀 수 있었다. 이어 “사람은 한쪽에 치우치거나 오만하고 게으르기 쉽고, 자신이 싫어하는 것에도 좋은 점이 있다는 걸 알아보기 힘든데, 여러분은 어때요?”라고 묻자 경민(난곡초 2년)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저 야채 싫어하는데 야채는 몸에 좋대요.”
고전 강독은 이렇게 소리내어 읽고,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으며 ‘집합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이다. 옛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온몸의 감각을 이용해 함께 공부하면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관계 맺는 법을 배우게 한다는 뜻이 들어 있다.
박성관(39) 연구원은 “중학교 때부터 입시 경쟁에 시달리면서 공부는 자기 자신만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됐다”며 “논술을 통해 나름대로 합리적인 의견을 갖추고 토론하는 것 같지만, 실은 공동체와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사라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현실에서 학년 구분 없이 뒤섞여 소리로 공부하는 강좌에 꼬박꼬박 나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겐 놀라운 경험이 될 것”이라며 “휴대전화나 메신저 등 문자로 말하는 데 익숙한 아이들이 직접 말하고 듣는 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전 강독에 앞서 1시간 동안 진행되는 요가·명상 시간과 채식 식단으로 꾸린 풍성한 점심시간도 아이들에겐 ‘일상에서 몸으로 배우는 시간’이다.
수업을 마친 소민(분당 이우중 1년)이는 “학교에선 시험에 나오는 것만 가르쳐주는데, 여기선 책 속에 담긴 수많은 의미를 자세히 배우고, 생각을 나눌 수 있다”며 만족해했다. 딸 영섬(과천 청계초 3년)이와 함께 고전 강독을 듣는 김란경(41)씨는 “영섬이가 자신의 성공을 위한 공부를 하기보다, 이웃들을 돌아보며 좋은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즐겁게 사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며 “2주에 한번 듣는 수업이지만 시간이 더 지나다 보면 이런 배움이 삶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간 플러스에서는 일요일에는 고교생 등을 위한 또 하나의 고전학교가, 금요일에는 어른 20여명이 참여하는 인문학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기사와 관련한 제안이나 실천 경험, 소감 등을 ‘대안생활백서’ 홈페이지(www.action.or.kr/home/lifeidea)에 올릴 수 있습니다.
공간 플러스에서는 일요일에는 고교생 등을 위한 또 하나의 고전학교가, 금요일에는 어른 20여명이 참여하는 인문학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기사와 관련한 제안이나 실천 경험, 소감 등을 ‘대안생활백서’ 홈페이지(www.action.or.kr/home/lifeidea)에 올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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