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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대안배움터, 어떤 곳들 있나…어떤 사람들 오나…

등록 2006-09-10 19:48수정 2006-09-11 20:49

문예·인권·독서 등 분야 다양

“자기 성찰 통해 미래 그리는 시도” 평가

1992년 설립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의 문예아카데미는 이러한 대안배움터의 효시 격이다. 문학·미술·음악·영화 등의 강좌를 통해 문화 텍스트가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관돼 있고, 어떻게 읽어내야 하는지를 대중적으로 알렸다.

인권실천시민연대의 ‘연대를 위한 인권학교’는 인권의 개념과 생활 속 인권문제를 공유하려는 취지로 2005년 10월 시작됐다. 21일 시작되는 5기 강좌는 법률·노동·언론·성적 소수자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인권 감수성을 짚어본다.

부산에 자리잡은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에서는 두달에 한번씩 ‘주제와 변주’라는 이름으로 토론회를 연다. 주제와 변주 위원인 고등학생 6명이 토론을 거쳐 책을 정하고, 저자를 초청하는데 지금까지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박홍규 영남대 교수, 조병준 시인 등이 다녀갔다. 토론회에 정기적으로 참석한 학생들은 최근 ‘인디고잉’이라는 잡지를 묶어 내기도 했다.

이종태 교육혁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이런 흐름에 대해 “직업 선택을 위한 수단이나 제도로 기능하는 배움이 아니라, 자기성찰적 배움과 공동체를 통해 근대적 가치의 한계를 뛰어넘어 미래를 그려보려는 시도”라고 진단했다. 정유성 서강대 교수(교육문화 전공)는 “미래지향적 교육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사야 하지만, 교육의 질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는 더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혜정 기자



내면 채우려는 11년차 교사부터 혼자 ‘배움 여행’ 10살 소녀까지

대안적인 배움에 대한 갈망은 어른·아이를 가리지 않는다.

강문식(38)씨는 서울 청원고에서 사회과목을 가르치는 11년차 교사이자, 교양·문화 교육단체 ‘풀로 엮은 집’에서 2년째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이다. 강씨는 교사를 기껏해야 학생들을 평가하고 감시하는 ‘간수’로 여기고 냉소하는 아이들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곤 했다. 대학원에서 사회교육을 배우고 수업 방식도 바꿔봤지만 아이들과 거리감은 좁혀지지 않았다. 교사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 위기감마저 느껴졌다.

마침 ‘풀로 엮은 집’의 강좌 안내를 보게 됐고, 서양미술사, 서양철학, 한국철학 등의 강좌를 차례차례 듣기를 2년. 강씨는 이제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는 “그동안 수직적인 관계에서 ‘똑바로 살라’고 다그치고 날카롭게 비판하기만 하던 내 자신을 보게 됐다”며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행복하게 살자’고 얘기하기 시작하니까 아이들의 반응도 달라졌다”고 한다. ‘풀로 엮은 집’ 강의에는 학기마다 어른 25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 신촌에 자리잡은 회원제 카페 ‘체화당’의 토요강좌는 회원인 주민과 대학생 20여명이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정한 뒤 각자 지닌 지식을 나누거나 강사를 초빙해 수업을 진행한다.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은 일상을 담은 노래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고, 고미술품 가게 주인은 고미술품 감상 수업을 맡는 식이다. 2001년 말, 이신행 연세대 교수(정치외교)가 체화당을 만들 때부터 인연을 맺은 변영환(28·대학원생)씨는 “지역사회에 기반한 배움터가 실제로 지역 공동체와 소통의 기반이 된 것은 감동적인 경험”이라고 말했다.

천편일률적인 체험캠프 대신 ‘새로운 배움’을 모색하는 학생들도 있다. 울산 울주군 삼동면에 사는 오수연(10·초등 3년)양은 지난달 전남 곡성군 죽곡면 김재영씨 집에서 나흘 동안 열린 ‘보따리 학교’에 다녀왔다. 보따리 학교는 생태공동체 ‘길동무’ 회원 30여명이 주제·일정·장소·규모를 정해 여는 부정기적이고 유연한 대안 배움 조직이다.

오양은 혼자 여행하며 차표를 사고, 시외버스를 갈아타는 게 조금 두려웠지만 곡성에 도착했을 땐 뿌듯했다. 버스 안에서 만난 비구니 스님이 자신을 걱정해 집에 전화를 걸어주고 과자 사먹으라며 손에 6천원을 쥐여줬을 땐 ‘세상 인심’도 체험했다. 전기도, 전화도 없는 김씨 집에서 시간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고, 아주까리잎 따고 토란잎 다듬다가 흘린 땀을 계곡에서 씻어내며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인근 보성에 있는 티베트 박물관에서 관 속에 들어가 10분 동안 죽음 체험을 하면서는 “엄마한테 야단맞지 않으려고 거짓말했던 게 생각나 눈물이 났다”고 한다. 오양의 어머니는 “보따리 학교에 세번째로 다녀오는 건데, 갔다 올 때마다 마음의 키가 쑥쑥 자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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