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8 리포트 “학교 급식은 맛이 없어요. 심지어는 설 익은 음식이 나오기도 해요. 이런 걸 밥이라고 먹어야 하나 모욕감이 들 때도 있죠.” 서울시내 한 고교에 재학중인 박희진(18·3학년)군은 학생들에 대한 학교 급식 업체의 태도가 지나치다고 말한다. 비단 맛이 없어서 그러는 것만은 아니다. 급식 업체는 학생들의 먹을 것을 책임지는 업체인 만큼 마땅히 위생에 신경 써야 하지만 이에 너무 소홀하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실제로 이 학교 급식에서 벌레가 나오거나 음식이 조리되지 않은 채 나오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얼마 전엔 정말로 경악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깍두기에서 손가락보다도 긴 지렁이가 발견된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급식을 담당하고 있는 ㅂ사는 즉각 사과 공문을 보냈지만 이를 본 학생들은 형식적인 사과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ㅂ사가 공문에서 “음식에서 발견된 이물질은 인체에 무해한 해산물”이라고 언급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3년간 급식 도우미를 담당하고 있는 주형돈(18·3학년)군은 “급식 평가서나 학교 게시판에 문제점을 꾸준히 건의하지만 전혀 개선되는 점이 보이지 않는다.”며 업체 측의 불성실한 태도를 지적했다. 사실 상당수의 학교가 홈페이지에 ‘급식 게시판’을 운영하여 급식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있지만 대부분 형식적인 문답으로 끝난다.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다른 학교의 식중독 사고를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물론 한번에 1천명 이상이 먹을 양을 조리하다 보니 조금 짜거나 싱거울 수는 있다. 이는 학생들도 이해해야 할 점이긴 하다. 그러나 위생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개선될 수 있다. 특히 요즘은 여름철이라 기온이 높은 탓에 위생에 각별히 신경 쓰지 않으면 식중독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발생한 식중독 환자 중 절반가량이 5~6월에 발생했다고 한다. 위생에 소홀한 급식업체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엄살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음식점들의 위생 실태를 다루고 고발하는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비위생적인 재료, 소홀한 식기 관리, 오랫동안 청소하지 않은 채 방치되는 주방의 모습을 보면 ‘혹시나’하는 생각에 음식을 먹기 전부터 걱정된다. 한편으로는 “조금만 더 관리를 했다면 식중독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학생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급식, 학교 급식업체 뿐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동수/서울 상문고 3학년 nak-core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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