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국회 교육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부조리로 신고가 접수된 200여건 가운데 2건에 대해 경찰청에 수사 의뢰하고, 10개 사안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요청을 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장상윤 차관 주재로 열린 제2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달 22일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열었는데, 이후 지난 2일까지 모두 261건(289개 사안)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 보면, 사교육 업체와의 유착 의심 46건, 허위·과장 광고 37건, 교습비 등 초과 징수 29건, 끼워팔기식 교재 등 구매 강요 28건, 기타 149건이었다. 이 가운데 대형 입시학원 관련 신고가 50건이었다. 교육부는 “그간 신고된 사안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 법령 검토 등을 진행해왔다”며 “검토가 완료된 주요 사안들에 대해 1차적으로 3일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하고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경찰에 수사 의뢰한 건은 사교육 카르텔 관련 사안이다. 사교육 업체의 수능시험 강사가 학생들에게 ‘수능 출제 관계자와 만났다’고 언급하는 등 사교육과 수능 출제 체제 간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사례 2건이 경찰로 간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교육 업계와 유착한 수능 출제 관계자의 경우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비밀누설, 이 과정에서 금품수수가 이뤄졌다면 형법상 배임이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금품 수수금지 의무 위반 등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교육 부조리 관련 사안 10건은 학생·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며 수강생의 입시 결과를 과장 홍보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대형 입시전문학원, 교재 집필에 수능시험 출제진이 참여했다고 홍보하는 출판사 사례 등이 해당한다. 이들 사례에 대해서는 공정위에서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이날 초·중·고 학원 분야의 거짓·과장 광고를 시민이 직접 나서 감시하는 집행감시요원 모집에 나선다고 밝혔다. 집행감시요원은 소비자를 감시요원으로 위촉해 직접 법 위반 행위를 감시하는 제도로, 이들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위반 행위를 점검한다. 공정위는 객관적 근거가 없는 ‘1위’, ‘최다’ 등 표현의 사용, 경쟁 학원·강사 비방, 강사 이력과 강의 내용의 허위사실 기재 등이 감시 대상이라고 지목했다.
장상윤 교육 차관은 협의회 뒤 연 브리핑에서 수사 의뢰를 하게 된 사안과 관련해 “이런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 수능시험 체제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명명백백하게 규명되고 엄정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윤승영 경찰청 수사국장도 “경찰청은 수사 의뢰 또는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며 “그 외에도 경찰청 자체적으로 범죄 첩보 수집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는 교육부 관계자뿐 아니라 이례적으로 경찰청, 공정거래위원회, 교육청, 한국인터넷광고재단 관계자까지 참석했다. 장 차관은 “일반적인 수사 사안 등은 특정 집단이나 개인과 관련된 내용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대대적인 브리핑을) 하지는 않지만, 이번 사안은 범정부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정부의 의지를 보여드리기 위해 경찰청 관계자 등을 같이 모셨다”고 설명했다.
학원가에선 정부가 세무조사에 이어 수사에 나선다는 소식에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수능 출제에 비리나 문제가 있었다면 정부 시스템에 구멍이 난 것 아니냐”며 “책임져야 할 주체가 왜 민간 영역에 잘못을 묻고 낙인 찍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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