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을 주관한 뒤 천무, 천궁 등의 무기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공교육 교과과정 이외 분야의 수능 배제) 지시는 시험 난도가 아닌 공정한 수능에 대한 기조를 말한 것”이라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담당 교육부 국장을 대기발령 내고,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감사에도 나서기로 했다. 6월과 9월 두차례 모의 수능을 통해 수능 본시험 난도를 조절해온 평가원은 출제 방향을 이행하기 위해 교육부와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한 온라인 브리핑에서 “지난 3월께부터 공정한 수능을 가져가야 한다는 지시가 있었고 교육부도 그런 방향을 잡았다”며 “평가원이 이런 지시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에 대해 국무총리실과 함께 합동으로 점검·확인하는 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교육부는 수능 시험을 총괄하는 이윤홍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에 대해 대기발령 인사를 냈다. 장 차관은 “장관이 이런 기조가 수능에 반영되도록 6월 모의평가부터 면밀히 관리할 것을 대학 입시 담당 부서에 지시한 바 있다. 이런 메시지가 철저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담당 국장에게 책임을 물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월부터 교육부에 ‘공정한 수능’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으나 최근 6월 모의평가가 목표에 부합하지 않았고, 결국 책임자 경질과 평가원 감사 방침까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새 인재정책기획관에는 심민철 전 디지털교육기획관이 임명됐다.
교육부의 이러한 조처는 전날 윤 대통령이 ‘교육과정을 벗어나지 않는 수능 출제’를 주문한 뒤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편(카르텔)이란 말인가”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수능 시험 난도를 대입 공정성 문제와 연관시켜 감사까지 나서겠다는 정부 태도에 평가원은 갑작스럽다는 반응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수능에 교육과정을 충실히 수행한 학생이면 풀 수 있는 문항을 출제하는 게 평가원의 기본 방향”이라며 “지난 3월 발표한 ‘2024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에서도 킬러 문항(고난도 문항) 출제를 지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평가원은 교육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이러한 방향을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평가원은 “이번 건과 관련해 아직 교육부로부터 통보받은 것이 없다. 관련 절차가 진행되면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입 담당 국장의 경질을 두고도 비판이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수능 출제 오류가 생긴 것도 아니고 모의평가 출제 방향을 이유로 교육부 담당자가 경질된 것은 그동안 본 적 없는 일”이라며 “6월 모의평가의 채점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난이도가 크게 논란이 된 사안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교육 개혁 추진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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