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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수능 난도 꺼내든 대통령… 아니, 그 말을 왜 5개월 전에 해요

등록 2023-06-16 15:52수정 2023-06-18 14:46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24회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24회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5개월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수능 난도를 낮추라는 취지의 지시를 직접 내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통령이 나서 혼란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학부모들은 수능 줄세우기가 여전하고 대입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상황에서, 수능 난도만 낮추면 사교육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식의 단순한 인식은 대한민국 교육 현주소를 너무 모르는 진단이라고 지적한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우선 학부모들은 ‘공교육 안에서 수능문제가 출제되어야 한다’는 방향성엔 공감하지만, 이런 발언이 수능 5개월 전에 갑작스레 발표될 내용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고3 학부모 임아무개(50)씨는 “실제 수능까지 5개월 남은 상황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닌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하는 건 너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교육은 그 어느 것보다 일관성 있게 유지돼야 하는데 대통령 발언으로 11월 수능은 물론 9월 모의평가 출제 방향이나 난이도가 달라지면 진짜 불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변별력이 갑자기 바뀌는데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강남구 일대의 한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교육 개편을 예고제로 시행하는 이유가 있는데, 해마다 바뀌지를 않나. 출제 기관도 힘들 거고 이런 기사를 보면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는 학부모와 애들은 어쩌라는거냐” “아무리 방향성이 맞아도 6월에 할 말은 아니다. 올해 입시인 애들은 어쩌냐”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수능 변별력을 상실시켜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논술·면접 등으로 뽑을 수 있게 자율을 주려는 포석 아니냐. 과도기에 있는 아이들은 무슨 죄냐”와 같은 교육 정책에 대한 불신도 이어졌다.

수능을 쉽게 낸다고 해서 사교육이 사라지지 않고, 대입제도가 붕괴시킨 공교육이 회복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반수생 학부모 김아무개(49)씨는 “대한민국 수능 30년은 이미 길을 잃었다. 매년 바뀌는 수능과 입시제도를 보면 개탄을 금할 길이 없다”며 “애초에 시험 성적 자체를 등급으로 평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꼬인 문제를 수능을 5개월 앞두고 갑자기 물수능으로 풀라는 게 말이되냐”고 비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시험이 쉬워진다고 백분위가 사라지고 등급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며 “제발 교육 관련된 발언은 내키는대로 지르지 말고 자제하길 바란다”는 글도 잇따랐다.

다만 일부 학부모는 대통령 지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강북 지역 고3 남학생의 아버지 ㄱ씨는 “수능을 몇 개월 앞두고 정부가 수험생과 학부모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말도 하는데, 올해 수능이 쉽게 출제될 거라 하니 우리 형편에서는 좋은 소식”이라며 “특히 대통령이 국어 비문학 지문을 특정해서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나 어려운 과목 융합형 문제는 내지 말라고 했다는데 수능 국어 대비하기가 한결 쉬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스러운 반응이 전해지자 이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은 어제 이 부총리에게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얘기한 게 아니다”라며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므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고 한 것”이라고 전했다.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라는 표현은 이날 새로 전해진 것이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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