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학교 제자인 재원이와 지난 4월 초 늦은 시간 녹음실에서 만났다. 지난번 약속했던 학교폭력 피해 경험을 담은 노래를 녹음하기 위해서였다. 밤 12시 녹음을 마치고 편의점에 갔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재원이는 약간 흥분돼 있었다.
“오늘 녹음한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다. 재원이는 “새로웠다”고 답했다. 여태 집에서만 녹음을 해오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튜디오에서 작업해 떨렸다고 했다. 특히 모니터링에서 들리는 자신의 목소리가 별로였기에 두려웠다고 했다. 재원이는 ‘두려움’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썼다. 어떤 두려움이 있는지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또한 주변 사람들이 떠날까봐 두렵다고도 했다.
재원이의 부모님은 어렸을 때 이혼했다. 아빠가 키우던 재원이를 이후에 엄마가 다시 데려왔다고 했다. 재원이는 ‘잃고 또 잃었다’고 표현했다. 이게 트라우마가 되어 누군가 잃을까봐 두려워하게 됐다며 덤덤하게 말했다. 쉽지 않은 이야기를 꺼낸 이유를 물었다. 감춰서 좋을 게 없음을 알았다고 했다. 살다보니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었구나’를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노래는 평범한 위로의 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가사를 썼다고 했다. 노래 첫 부분과 마지막에 부정과 긍정으로 극과 극을 생각하며 썼고, ‘마른 꿈’이라는 가사는 직관적인 의미로 힘이 없고 위축된 느낌을 표현했다고 했다. 가사 중에 나오는 해골과 춤을 춘다는 표현은 관절이 없으니까 춤을 출 수 없음에도 춤을 춘다는 자신의 절실함을 표현했다고 했다. 좀 잔인한 말이지만 내가 바뀌어야지 환경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힘이 들었다고 했다.
앞으로 최대한 열심히 하는 래퍼로 살고 싶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다니는 직장 출근도 잘하고, 최소 두끼 이상 먹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면도를 자주 하고 잘 씻고 운동해야 한다고 했다.
이야기를 마무리 하면서 “오늘 너무 뿌듯했다”고 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아끼는 가사를 선생님과 함께 노래해 행복했으며, 이 곡을 들은 누군가가 희망을 찾을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그동안 정리되지 못한 가정사와 학교 폭력 피해 경험이 재원이 본인도 모르게 위축된 심리적 약점으로 작동해 삶에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 노래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자유로워진 표정들이 보여줬다. 사람은 결국 하고 싶은 일에 초점이 맞출 때 어떤 긴장감도 느끼지 않고 빛이 나는 모양이다. 그 빛이 ‘다시 꿈’으로 연결돼 다른 사람들에게도 희망의 노래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음원을 함께 올린다. 이 음원은 유튜브(
http://youtu.be/0y9B4y-basc)에서 들어볼 수 있다.
방승호 모험상담연구소 소장 hoho617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