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3일 서울의 한 대형서점을 찾은 시민이 국어 문제집을 살피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현 고2 학생들이 치르는 2025학년도 입시에서 고려대와 연세대 등 서울권 주요대학들이 학폭 조치사항을 ‘수능 위주 전형’과 ‘학생부 교과 전형’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과생의 ‘문과침공’ 논란을 빚고 있는 ‘교차 지원’과 관련해서는 문과생도 공대 및 의대 지원이 가능하도록 문턱을 낮춘 대학들이 나왔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은 2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전국 4년제 대학 196곳의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고려대·건국대·서울대·한양대 등 전국 대학 21곳은 현 고2가 치르는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수능 위주 전형’에 학폭 조치사항을 반영한다. 서울권에서는 건국대·고려대·국민대·서울대·서울시립대·세종대·한양대·홍익대 등 10곳, 수도권은 가톨릭대·경기대·아신대 등 3곳, 비수도권은 경북대·부산대·전북대 등 8곳이다. 올해 대학 신입생이 치른 2023학년도 대입에선 5곳(감리교신학대, 서울대, 세종대, 진주교대, 홍익대)에 그쳤던 수능 위주 전형 반영 대학이 21곳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다만 감점 폭이나 과락 여부 등 구체적인 반영 방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학생부 기재사항 중 정량 요소인 교과 성적을 주요 전형자료로 활용하는 ‘학생부 교과 전형’의 경우에도 건국대·서울시립대·숙명여대·연세대·중앙대·홍익대 등이 새로 학폭 조치사항을 반영하기로 하는 등 반영 대학이 27곳으로 늘었다. 2023학년도 입시에선 9곳에 그친 바 있다.
교육부는 지난 12일 발표한 ‘학폭 근절 종합대책’을 통해 현 고1이 치르는 2026학년도 대입부터 모든 전형에 학폭 조치사항을 필수 반영하도록 의무화하면서 1년 전인 2025학년도의 경우 대학 자율 결정에 맡긴 바 있다. 이번에 학폭 반영을 결정한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경우 사실상 1년 먼저 ‘학폭 대책’의 영향을 체감하게 되는 것이다.
통상 학폭 조치사항은 학생부 기재 사항을 정성평가하는 ‘학생부 종합 전형’에 반영되어 왔으며, 정량적인 수능 성적이나 학생부 교과 성적을 주로 반영하는 ‘수능 위주 전형’과 ‘학생부 교과 전형’에서 반영하는 대학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난 2월 정순신 변호사 아들이 ‘수능 위주 전형’으로 서울대에 진학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학폭 반영 범위를 확대해야한다는 여론이 거셌다. 정순신 변호사 아들이 진학한 서울대의 경우 이미 ‘수능 위주 전형’에서 학폭 조치사항에 따라 감점을 실시하고 있었으나, 합격 여부에 영향을 주진 못했다.
2025학년도 입시에서는 문과생이 자연·의학·공학 계열에 지원할 때 필수 응시과목 제한을 없앤 대학이 늘었다. 서울권 13곳(건국대·경희대·광운대·국민대·동국대·서울과기대·성균관대·세종대·숭실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양대), 수도권 4곳(아주대·인하대·한국항공대·한양대 에리카) 등 모두 17곳의 대학이 문과생이 수학 미적분·기하 및 과학탐구 영역을 응시하지 않아도 의대나 공대, 자연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종로학원이 2025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을 분석한 결과, 수능 선택과목 제한 없이 지원할 수 있는 의과대학은 39개 중 10곳이다.
현재 상당수 상위권 대학은 인문계열 지원 시 사회탐구 영역 등 필수 응시 영역 제한을 두지 않아 이과생의 교차지원을 허용한 반면, 자연계열 지원 땐 수학 미적분·기하 및 과학탐구 영역을 반드시 응시하도록 해왔다. 이 때문에 문이과 통합수능의 취지에 맞지 않고 문과생에 대한 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024학년도 시행계획을 기준으로 자연·의학·공학 계열에 지원할 때 수학 미적분·기하와 과탐을 필수 응시하도록 한 대학은 총 65곳이다.
한편 대학 모집 정원은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흐름에 따라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5학년도 전국 대학 모집 인원은 34만934명으로 2024학년도(34만4296명)보다 3362명 줄었으며 감소분의 80%는 비수도권에서 나왔다. 수시와 정시 모집 비율은 각각 79.6%(27만1481명), 20.4%(6만9453명)이다. 2024학년도(수시 79%, 정시 21%)에 비해 수시 비중이 소폭 늘고 정시가 소폭 줄었다. 수시 선발 비율은 2021학년도 대비 2.6%포인트 증가해 최근 5년 간 가장 높은 수치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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