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적인 의미는 문자화하기 어렵다. 참되다, 옳다 등의 뜻을 지닌 진(眞) 자는 匕(숟가락 비)와 目(눈 목), 乚(숨을 은), 八(여덟 팔)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글자가 어째서 참됨을 뜻하게 되었을까. 몇가지 설명이 있다. 첫 번째는 匕아래 부분을 솥 정(鼎)으로 보고, 신에게 바치는 음식은 정갈해야 한다는 데서 ‘참되다’는 의미가 나왔다는 해석이다.
두 번째는 곧을 정(貞)자와 관련짓는다. 貞은 본래 점치는 것을 뜻하는 글자이다. 고대에 점술은 신과 통하는 행위이므로, ‘진실한 것’으로 간주된다.
세 번째는 문자학자 시라카와 시즈카의 학설로, ‘길에 쓰러져 죽은 사람’에서 의미가 유래했다고 한다. 이 설에 따르면 眞은 회의(會意. 둘 이상의 의미를 합쳐 한 글자를 만드는 것. 日과 月이 합쳐져 ‘밝다’는 뜻의 명(明)자가 된 것이 대표적이다)문자로서 갑골문에는 사람(儿)을 뜻하는 匕와 ‘매달 현(県)’으로 구성돼 있다.
県은 본래 거꾸로 매달리거나 엎어져서 머리카락이 흘러내린 모습을 표현한 글자이다. 즉 사람이 쓰러져 죽은 모습이다. 엎어진다는 의미의 전(顚)자가 그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참혹하게 객사한 모습을 ‘참’이라고 여기게 되었을까.
고대인은 생각지도 못한 재난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 특히 강력한 존재의 영령일수록 주술력이 참되다고 믿었다. 또 죽음은 더 이상의 변화가 없는 상태이므로 ‘영원하다’는 의미를 얻게 되었다. 살아있는 시간은 잠시이고 죽의 뒤에 영원한 세계가 있다는 고대관념에서 참됨, 진실같은 의미가 생겨났다는 해석이다. 처음에는 시체를 떠받치는 모습을 의미한 구(久)자가 나중에 오래가다, 영원하다는 의미를 지니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참 진 자는 <논어> 같은 유가(儒家) 경전에서는 보이지 않다가, 후대에 출현한 도가(道家) 경전인 <장자> <노자> 등에서 처음 보이기 시작한다고 한다. 현실초월적인 사상인 도가에서는 정신적으로 최고 경지에 이른 사람을 ‘진인(眞人)’이라고 한다. 출전: <字統>(시라카와 시즈카 저)
이인우 리쓰메이칸대학 시라카와시즈카기념동양문자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