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로 임명 하루 만에 물러난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변호사). 연합뉴스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변호사)의 아들이 학교폭력으로 ‘강제 전학’ 처분을 받고도 ‘거주지 이전’을 사유로 한 전학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설명을 27일 종합하면, 정 변호사 쪽은 2019년 2월8일 ‘거주지 이전’을 전출 사유로 선택한 배정원서와 거주지 이전 확인서 등 전학 관련 서류를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했다. 배정원서에는 정 변호사 아들이 다니던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장 직인이 찍혀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류 접수 당일 배정원서상 1지망 학교였던 반포고등학교에 정 변호사의 아들을 배정했다. 하지만 닷새 뒤인 2월13일 반포고가 ‘전입학 절차 변경’을 이유로 서울시교육청에 배정 취소를 요청하면서 거주지 이전을 사유로 한 전학이 실제로 이뤄지진 않았다.
정 변호사 아들은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17년부터 이듬해 초까지 동급생에게 지속해서 언어폭력을 행사해 2018년 3월 민사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서 강제 전학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정 변호사가 재심, 행정심판, 행정소송,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 ‘끝장 소송’에 나서면서 정 변호사 아들은 최초 전학 처분을 받은 지 1년 가까이 지난 뒤에야 반포고로 강제 전학을 갔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2019년 당시 학폭으로 강제 전학을 가는 경우 학부모가 직접 배정원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었고 교육청 간에 공문을 주고받으면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2월8일은 민사고가 강원도교육청에 강제 전학 조처를 요청한 시점(2월14일)보다 일주일 정도 빨라 의도성이 짙다는 게 의원실의 주장이다.
한편, 정 변호사 아들은 반포고로 강제 전학을 간 이후 이뤄진 첫 상담에서 ‘장난처럼 하던 말들을 모두 학폭으로 몰았다’는 등 피해학생을 탓하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 의원이 확보한 당시 상담일지를 보면 정 변호사 아들은 전학 사유를 묻는 담임교사에게 “피해학생이 기숙사 방에 너무 자주 찾아와 남자들끼리 하는 비속어를 쓰며 가라고 짜증을 냈던 사건이 발단이 됐다”며 “평소에 허물없이 장난처럼 하던 말들을 모두 학폭으로 몰아 학폭위에 회부됐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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