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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격증이 ‘뗏목’ 역할을 했다

등록 2023-03-13 16:44수정 2023-03-14 02:33

연재 ㅣ 괴짜쌤의 마음 톡톡

직업학교 건축과에 다니는 석수(가명)가 상담을 하고 싶다며 찾아왔다. 미장 작업을 해서 그런지 바지에 시멘트가 묻어 있었다. 몸 전체에서 힘이 느껴졌다. 석수와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모험놀이 상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마음을 열기 위해 먼저 밥을 먹었다. 석수와 교문을 나서면서 길 건너 해장국집으로 갔다. 방학 때 기능사 연습을 하러 왔을 때 이 식당을 자주 이용했다고 했다. “자격증은 있니?”라고 내가 물었다. “3개를 취득했고 2개 더 도전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밥을 먹은 뒤 상담실로 이동해 상담을 시작했다. 석수가 어떤 때 최선을 다하는지 물었다. ‘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을 때’ ‘관심 있는 분야일 때’ ‘주변 사람들이 묵묵히 해 나가는 나를 응원해 줄 때’라고 답했다.

석수가 쓴 것을 다시 읽게 했다. 그리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한 단어로 말해 보라고 했다. ‘자신감’이라고 했다. 자신감에 동그라미를 친 뒤, 살면서 ‘자신감’ 하면 떠오르는 내용을 써 보라고 했다. ‘계획’과 ‘축구’라고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써 보라고 했다. 계획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노트에 오늘 할 일을 기록했던 것이라고 했다. 축구는 중학교 시절 게임에 빠졌을 때 축구를 통해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감의 반대를 물었다. ‘우울함’이라고 답했다. 우울함에 동그라미를 친 뒤, 우울했던 기억 세가지를 써 보라고 했다. ‘가족’ ‘시험’ ‘게임’이라고 썼다. 가족은 엄마 아빠가 별거를 했을 때라고 했다. 시험은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을 때라고 했다. 게임은 즐겁자고 시작했는데 점점 우울해졌다고 했다.

‘우울함’을 가지고 석수와 함께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들었다. ‘나는 비록 가족, 시험, 게임 때문에 우울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나를 온전히 마음속 깊이 사랑합니다’라고 정리한 뒤 눈을 감고 여러 번 반복해 말하도록 했다. 이어서 현재 자신감 상태를 수치로 표현해보라고 했다. 가장 낮은 0부터 가장 높은 10을 기준으로 8정도 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격증에 처음 도전할 때는 걱정이 있었지만 도배기능사 자격증에 합격한 뒤에는 ‘하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석수는 졸업 즈음 전기 관련 자격증을 포함해 자격증 5개를 취득했다. 도전할 만한 일을 선택하고 그 일을 실천하는 것은 자신감을 낳고, 그런 자신감은 더 큰 도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석수가 대견했다. 자격증이 그런 도전을 계속 시도하는 ‘뗏목’ 역할을 했다.

방승호 모험상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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