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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AI 교과서’로 맞춤 수업?…과밀학급 해소 없인 격차 더 커질 수도

등록 2023-02-24 06:00수정 2023-02-24 11:25

교육부, 학생 수준별 학습 목표
1인1스마트기기 보급 예산 관건
‘AI 맞춤교육’ 교사 양성도 과제
2021년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 수는 중하위권이다. 일반고는 전국 23.5%가 과밀 학급이다. 사진은 시험을 치르는 중인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21년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 수는 중하위권이다. 일반고는 전국 23.5%가 과밀 학급이다. 사진은 시험을 치르는 중인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25년 한 중학교 수학 시간. 디지털 교과서를 쓰는 경욱이는 수업 시작과 함께 노트북을 펼쳐 사전 학습 문제를 푼다. 경욱이와 친구들의 문제풀이 결과는 수학 선생님의 대시보드로 전송되고, 선생님은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모둠을 편성한다. 경욱이는 같은 모둠 친구들과 각도와 변 등 주어진 조건을 활용해 삼각형을 그리는 법에 대해 공부했고, 같이 푼 과제도 발표했다.

이후 선생님은 인공지능(AI)이 내린 학생별 처방에 따라 경욱이 수준에 맞는 숙제를 내준다. 집에서 숙제를 하던 경욱이에게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디지털 교과서는 개념을 설명해주고, 이해를 돕기 위한 영상·사진도 보여준다.

23일 교육부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에이아이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할 경우 이런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지능형 튜터링 시스템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교과서로 학생 개인의 특성에 맞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교사와 장비 등 하드웨어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당국이 디지털 교과서를 무리하게 도입하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현장 교사들은 디지털 교과서 도입 전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원을 늘려 과밀학급을 해소하는 등 교육 여건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교과서가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순 있겠지만, 그 콘텐츠를 공부할 수 있게 학생들을 관리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건 교사이기 때문이다.

홍인기 좋은교사운동 정책팀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교육부에서는 개별화 수업을 강조하고 있는데, 학급당 학생 수가 많으면 교사가 개별화된 피드백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서울 강남·서초, 경기 하남 등은 40%의 학급이 과밀(학생 28명 이상)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역시 이날 논평을 내어 “학생에게 맞춤 학습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에이아이 보조교사(디지털 교과서)가 아닌 교사”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교육당국의 애매한 태도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런 지적에 “디지털 교과서는 교사를 대체할 수 없다”면서도 “교원 수급 모델을 조정할 때 꼼꼼하게 챙겨보겠다” 정도의 입장만 밝혔다.

2025년까지 ‘1인 1디바이스’ 실현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3월 기준 학생들에게 보급된 스마트기기(태블릿·노트북)는 151만대로 학생 1인당 0.28대에 불과하다. 심민철 교육부 디지털교육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도교육청과 협업하면 보급이 원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스마트기기 보급, 교내 무선망 구축 등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지적이다.

에이아이 디지털 교과서 도입으로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혜영 서울교사노동조합 대변인은 “학업 성취 수준이 낮은 학생들은 기계가 가르쳐주는 것보다는 교사가 직접 설명하며 바로 옆에서 붙어서 알려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며 “(디지털 교과서 활용에서) 중하위권 학생들이 소외되기 쉬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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